2월 6일 일본 아베 총리가 초등학생 지도요령해설서에 독도를 일본 고유 영토로 기술하도록 지시했다는 보도는 대한민국 국민에게 치욕적인 느낌을 안겨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가관인 것은 다음 날 일본 국회 예산위원회에서 “한국은 가치를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인 만큼 문제가 있을수록 조건 없이 정상회담을 해야 한다”고 말했을 때였는데 “이거 돌았나?”라는 말밖에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전후 문맥을 납득시킬 만한 과정이나 적절한 행위는 생략한 채 뜬금없이 ‘가치를 공유하는 중요한 이웃’ 운운하는 것은 차라리 희극적이라 할 수밖에 없다.

시계를 1904년 2월 8일 한국의 지배권을 얻기 위해 벌인 러일전쟁 때로 돌려보자. 만약 이날을 러일전쟁이 아닌 대한제국과 러시아가 일본 지배권 획득을 위해 전쟁을 시작한 날로 가정해보면 어떨까? 대한제국이 전쟁을 빌미로 군대를 동원, 왕궁을 포위해 왕실과 일본정부를 협박하고 한일의정서를 강제로 체결한 후 토지와 일본인을 마음대로 징발한다. 일왕을 폐위시키고 왕비는 살해한다.

수많은 일본 여성들은 성노리개로 이용하고 재정권과 외교권까지도 강탈, 일본 주권을 무자비하게 유린한다. 이 와중에 전쟁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코자 대마도를 대한제국의 영토로 편입했으나 종전 후 실효지배가 일본에 넘어간다.

그리고 110년이 지난 2013년 12월 26일 한국의 대통령은 일본인을 잔인하게 학살한 전범자들 묘지에 가서 절은 한다. 며칠 후 대마도에 대해 한국 영토임을 초등학교 교과서에 포함시키라는 지시를 한다. 다음 날 아침 ‘일본은 가치를 공유하는 중요한 이웃’이라고 뜬금없이 말한다.

잠깐이지만 어떤 감정을 경험했는지 일본국민들에게 묻고 싶다. 아베 총리가 혹 정신질환을 겪고 있는지 아니면 의도적으로 대한민국을 이상한 곳으로 몰아가고 있는지를 말이다.

한국인에게 독도는 나라의 명예와 역사의 정통성에 관한 문제라 타협이 불가한 영역이라 표현하는 것이 옳고, 일본이 독도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과거 식민지 영토권을 주장하는 것과 다름없어 우리로서는 이런 일본정부가 도덕적으로 혐오스럽게 느껴지는 것이다.

특히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 침략에 대한 모호한 정의, 위안부 문제 등 그의 정치적 선택이 잘못된 역사를 미화하거나 정당화하는 행위로 우리의 주권과 자존심에 지속적으로 모욕을 주는 상황에서는 독도뿐만 아니라 배타적 경제수역(EEZ)문제, 우리 해역의 동해표기 문제까지 호의적인 협의가 어렵게 되었다.

 우리 정부는 외교적인 노력을 포기하지 않고 냉정하고 치열하게 전개해 나가야겠지만, 이제는 무력으로 제압해야 할 의지를 갖고 물리적 충돌에도 부담감을 털고 결연하게 응징할 자세가 필요한 때이다.

사실 이렇게 오버액션하는 아베 총리를 보노라면 은근히 부아가 치미는 것이 바로 뒤에 미국이 서 있다는 사실이다. 놀라운 속도의 중국 급부상, 그리고 힘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미국의 일본 군사력 재무장 계획은 미국의 국익과 합치하므로 이런 변화가 동북아에서 유례없는 국가주의 충돌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독도와 달리 일본이 실효 지배하는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는 1895년 청일전쟁 중 일본에 편입돼 중국으로서는 다소 억울하고 굴욕의 상징인 복잡한 분쟁지역인데, 뜬금없이 원래 우리 땅이었고 우리가 실효지배하는 독도마저 도매급으로 싸잡아 분쟁지역화 해 미국을 곤란하게 하고, 한국은 중국쪽으로 밀어내려는 아베의 의도가 무엇인지 도대체 궁금하다.

여기서 우리는 일본의 군사력 확장과 과거사 인식에 대한 문제를 구분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 즉, 미국 주도의 일본 재무장에 대해서는 소극적 지지를 해야만 하는 상황을 감수해야겠지만 일본의 과거사에 대한 반성과 역사왜곡 저지를 위해선 피해국들인 중국·타이완·베트남 등 가능한 많은 나라들과 연대하는 것이 절실하다.

공동으로 일제시대 숨겨진 잔혹한 만행과 증거들을 수집하고 기록물을 발간해 교육, 홍보함으로써 역사적 교훈으로 남길 유산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일본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함은 물론이다.

얼마 전 미국 버지니아주 동해병기 법안통과에서 보여준 재미교포들의 감동적인 애국심과 혼다 상원의원의 보편적 인류애처럼 공통선을 추구하는 해외 네트워크와 함께하면 그 효과는 실로 클 것이며 이것이야말로 일본이 바른 길로 돌아와 이웃국가로서 서로 존중하고 졍쟁하며 공생하는 사이로 가는 미래의 모습일 것이다.

일본이 역사의 진실을 정직하게 받아들이고 반성할 때 독도문제는 자연스럽게 용해되어 사라지고, 한일 어부들은 독도 근해에서 사이좋게 인사를 나누며 그물을 던질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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