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상태바
두 번째
소설가/기호일보 독자위원
  • 기호일보
  • 승인 2014.02.25
  • 11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장 짧은 달 2월도 막바지다. 신년 시작이라 희망과 기대로 온갖 축하를 다 받은 1월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해지는 달이다. 거기다 날짜도 30일을 채우지 못하는 어정쩡이라 묻어가는 달처럼 보인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반전도 있다. 2월은 졸업을 포함해 인생의 통과의례로 보면 끝이지만 끝과 연결된 시작을 물고 있어 새 출발을 도모하는 달이다.

우리 생에 ‘1’은 늘 빛나는 자리다. 그에 비해 두 번째는 첫째만큼 기대도 주목도 받지 못하고 셋째처럼 사랑도 못 받아 어리광을 피우기도 계면쩍다. 두 번째는 아쉽고 애틋해 상처처럼 아린다. 그러나 유아독존 ‘1’에 눌려 인색한 박수를 받을지언정만 노력한 성의가 기특해 희망을 품게 만드는 약이 되기도 한다.

누구에게나 두 번째가 릴레이로 이어져 가는 것이 인생이다. 영국의 시인 로버트 브라우닝의 “가장 좋은 때는 아직 오지 않았으니”라는 낭만시인의 시어처럼 우리는 두 번째를 기대하며 기다린다. 팍팍한 현실을 덮어두는 도피로 이보다 더 만만한 단어가 있을까.

돋보이는 것들 천지인 세상에 내 현실만 야박한 것 같아 주눅이 들면 걸출해진 나를 꿈꾸어 본다. 두 번째를 위해 불끈 쥔 주먹에 목이 멨다가도 현재를 도약한 두 번째를 상상하면 핏속에 단맛이 돌고 마음도 넉넉해진다.

준비된 두 번째는 실패한 처음이 가져다 준 선물이다. 우리는 실패를 딛고 일어서 시시한 현재를 뛰어넘어 일가를 이룬 사람들을 존경한다. 첫 번째의 실패가 있었기에 꼬깃꼬깃 구겨져 볼품없었던 자신을 다잡아 억척으로 목표를 이룬 사람을 보면 ‘나도 할 수 있어’ 힘을 얻는다.

처음부터 잘나 승승장구 솟구치는 사람은 아무리 뛰어난 결과물을 만들어도 내도 배경 차이가 너무 크다 보니 자극보다는 반감이 앞서기도 한다.

손녀뻘 아이들과 공부하시는 할머니 이야기도, 수작업 철공소 일을 두 번째 직업으로 선택한 사십대 가장 이야기도, 이혼한 부모에게 버려져 서러운 세상을 서럽게 굴러다니다가 거둬준 공장장의 도움으로 독보적인 기술자로 쟁이가 된 노총각 이야기도 듣는 사람의 가슴을 울컥하게 만든다.

세상에는 제2의 인생을 멋들어지게 살아가는 신명난 사람들이 많다. 서글픈 첫 번째 시절을 닫고 두 번째 길을 가면서 한판 뒤집기를 멋지게 해치운 사람들을 보면 기분이 좋다.

나는 중도에 포기했지만 저렇게 어려움을 이겨내고 우뚝 서 자기 삶의 장인이 된 분들이 계시구나 생각하면 힘이 난다. 늦었어, 가망 없어, 나는 안 돼. 이런 말을 무색하게 만드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세상을 꿈꾸면서 그 속에 내 이름도 들어가기를 소망한다.

겨울의 끝자락, 세상사 끝과 시작을 동시에 가진 2월이 물러나고 있다. 입춘·우수를 보내고 본격적으로 봄맞이 새달이 곧 도래한다. 앙증맞은 새싹과 꽃봉오리의 재롱으로 귀염 받는 세 번째 달 3월의 손을 잡아 봄을 시작할 준비로 여염 없는 2월이 흘러간다.

새 봄을 계기로 묵혀두었던 두 번째 도약을 시작해 봐야겠다.

기호일보, KIHOILBO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