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없는 아이들'이 상대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둘째·셋째 출생아 수가 첫째 출생아보다 빠르게 줄어들고 있어서다.

4일 통계청의 '2013년 출생·사망통계(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둘째아 출생아 수는 16만5천900명, 셋째아 이상 출생아 수는 4만5천300명으로 둘째아 이상으로 태어난 아이는 모두 21만1천200명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 이상 출생아 수는 1981년도만 해도 50만명이 넘었다. 그러나 1983년 42만여명, 1993년 34만여명, 2003년 24만여명, 2011년 23만여명에서 2013년 21만여명으로 급감하는 추세다.

1983년 이후 30년새 둘째 이상 출생아가 21만4천명(50.3%) 줄어든 셈이다.

첫째 출생아 수가 34만4천208명에서 22만4천700명으로 34.7% 줄어든 것과 비교해도 둘째 이상 출생아의 감소폭은 더 급격하다.

1981년에는 첫째로 태어난 아이(35만5천314명)와 동생으로 태어난 아이(51만2천85명)의 비율이 4대 6으로 동생 쪽이 더 많았다.

그러나 2013년에는 첫째 출생아(22만여명)가 동생 출생아(21만여명)보다 많아졌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여자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초저출산국'에 해당하는 1.19명이다. 다자녀의 기준이 '아이 셋'에서 '아이 둘'로 바뀐 것이다.

'동생'을 낳지 않는 사회 현상은 여성의 결혼 시기가 점차 늦어지고 사회적으로 양육환경이 좋지 않아서다.

윤연옥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출산율 자체가 낮은데다 만혼으로 고령 산모가 많아지다 보니 아이를 낳아도 둘째까지는 낳지 않는 경우가 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산모의 평균 출산연령은 31.84세로 20년 전인 1993년의 27.55세보다 4세 이상 높아졌다.

연령별로 보면 첫째아 산모의 평균연령은 30.73세였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고위험 임신으로 분류되는 '고령 임신자'의 기준을 35세로 정한 점을 감안하면 30대 산모에게 '둘째 갖기'는 쉽지 않은 선택이다.

양육환경에 대한 여성의 의식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자녀 가치관과 출산행태의 변화' 보고서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2012년 남편이 있는 15∼44세 전국 기혼여성 4천5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6.6%가 더는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대답했다.

자녀가 없는 기혼여성 486명의 경우 11.9%만 추가 출산 계획이 없다고 답했지만, 한 자녀 기혼여성 1천294명 중 60%, 두 자녀 기혼여성 2천243명 중 95.7%, 세 자녀 기혼여성 414명 중 98.6%가 '동생'을 낳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주로 양육·교육비 등 경제적 이유가 영향을 미쳤다.

25∼29세 기혼여성의 40.9%와 30∼34세 기혼여성의 32.8%는 '자녀양육비용'을, 35∼39세 기혼여성의 28.5%와 40∼44세 기혼여성의 23.8%는 '자녀교육비용'을 각각 추가 출산 계획이 없는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낮은 소득과 고용불안, 주택마련 어려움 등 다른 경제적 이유나 자녀양육시설 부족, 직장에서의 차별, 사회활동 지장, 자녀 장래 염려 등 사회적 이유를 드는 여성도 있다.

보건사회연구원은 "자녀 양육과 교육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정책이 강력히 추진된다면 추가 자녀를 갖는 비율이 높아져 출산율 회복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사교육 비용'을 감소시킬 획기적인 방안이 강구되지 않는다면 출산율 회복은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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