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회와 정부는 부동산 침체 극복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진행해 나가고 있다. ‘취득세 인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 저금리 모기지 지원 확대’ 등 중요도에 비해 큰 이슈가 되진 못하고 있지만 언론을 포함한 정치적 지형을 달리하는 단체 간의 찬반 논쟁은 물밑에서 치열하게 진행 중이다.

2014년 대한민국 경제의 발목을 붙잡는 3대 악재가 이미 1천조 원을 훌쩍 뛰어넘은 가계부채를 필두로 전세가 상승 그리고 공공부문 비효율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여기서 전 분야에 공통으로 관련된 요소가 바로 ‘부동산 경기’인데 이를 어떻게 관리할지에 대해선 의외로 깊은 성찰이 부족한 것 같다.

우선 집값이 올라가면 건설투자가 회복되어 내구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다. 일자리도 생기고 소비심리도 회복된다. 게다가 지금 사회적 골칫거리인 ‘하우스 푸어’들도 집값이 상승하면서 상대적으로 빚의 비중이 감소하게 되는 덕을 본다.

장부상으로 ‘재무건전성’이 좋아지는 것이다. 부동산 가격만 올랐을 뿐인데 경제가 회복되고 가계의 재정상태도 좋아지니 금상첨화다. 1998년 IMF 때는 신속한 부동산 경기 회복으로 중산층 붕괴를 피할 수 있었던 성공 경험도 있다. 당시 중산층 재산의 80% 이상이 부동산이었으니 아찔한 상황이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부동산 경기 활성화 전략은 정당성을 갖춘 듯이 보인다.

그런데 지금 시점에서 과연 올바른 처방인지, 혹시 잠재된 위험은 없는 것인지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주식시장을 한 번 보자.

장기적으로 주가가 올라가는 것은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튼튼해졌기 때문이다. 회사의 판매량이 많아지고 이문도 남기면서 기업의 실질 가치가 높아졌다는 뜻이다.

그런데 집값 상승은 차원이 좀 다르다. 그렇게 올라가는 게 아니다. 집을 팔려고 하는 사람보다 사려고 하는 사람이 많으면 그냥 오른다. 여기에 앞으로 집값이 올라갈지, 내려갈지에 대한 사회의 심리요소 정도가 영향을 미칠 뿐이다.

문제는 이렇게 집값이 올라 버리면 새로운 집을 사기 위해서 늘어난 금액만큼 더 대출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돈벌이는 그대로인데 집값만 비싸진다. 하우스 푸어보다 더 열악한 위치에 있는 무주택자들이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어처구니없는 현상은 하우스 푸어를 포함한 기존 채무자들이 자신의 처지(재무건전성)를 좋아졌다고 믿게 된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로 일부는 더 큰 집으로 옮기기 위해 대출을 갈아타기도 하고, 더 좋은 차를 사기 위해 새롭게 할부대출을 일으키기도 한다. 결국 빚의 총합이 오히려 커져 버린다. 이는 경제학적으로 검증된 사회적 집단심리 현상이다.

다른 관점에서 가계부채 추이를 살펴보자. 2월 19일자 한은 통계에 따르면 ‘보험사, 저축은행 등 비은행권 금융기관으로부터의 가계부채가 543조 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이는 가계부채 전체의 절반 수준에 육박하는 규모이며, 증가율도 가파르고 심각하다.

실질소득은 감소하는데 교육비와 보험, 연금 같은 준조세 항목은 거침없이 올라가서 국민은 비싼 이자를 무는 ‘비은행권 금융기관’으로 몰린다. 빚이 위험한 수준에 이른 자영업자들은 운영자금이 없어 카드론에 의존하다가 결국 다중 채무자로 전락해 간다.

이들 모두 심각한 생계형 대출로 가계부채의 질을 악화시키는 원인이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양과 질에서 모두 심각한 상태다.

빚이 늘어나는 이유에는 보통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돈벌이가 점점 좋아질 때이다. 자신이 생기니까 빚을 내서 큰 집도 사고 좋은 자동차도 사게 된다.

이렇게 주머니 사정이 좋아져서 빚을 늘리는 건 경제학적으로 권장할 만한 행동 패턴이다. 지금 우리나라에 절실한 내수 진작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지금 처한 상황과는 관계없는 얘기다.

다음으로 빚이 늘어나는 원인이 ‘빚 갚는 게 점점 어려워질 때’이고 세 번째 원인은 ‘집값이 올라갈 때’이다. 이것들이 우리에게 닥친 현실이다. 빚 갚기 어려우니까 빚을 내서 빚을 갚는다. 정말 문제다. 그런데 집값까지 오른다.

바로 이 글의 목적이다. 실질소득이 늘지 않았으니 빚을 늘려서 집을 사는 수밖에 없다. 결국 부채의 증가 속도만 점점 빨라진다. 돈 꿔 준 금융기관은 부실해지고 국가신용도는 추락하며 자본은 해외로 빠져나간다.

소비는 감소하고 경기는 침체 국면에 들어선다. 이렇게 가계부채는 경기 악순환의 첫 번째 연결고리 선상에 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 당연히 집값이 올라가는 것을 막고 이자 부담을 낮춰야 한다.

그리고 훗날 벌이가 좋아지면 빚부터 줄이도록 유도해 나가야 한다. 지금 집값이 올라가도록 방치하는 것은 약발 다 떨어진 진통제로 연명하며 병을 더 심하게 키우겠다는 뜻이다.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미 이렇게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10년 이상에 걸쳐 꾸준히 줄여온 국가가 있다. 바로 독일이고 우리가 갈 길이다. 화사첨족(畵蛇添足)일지 모르지만, 재정건전정 없는 통일은 쪽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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