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청춘과 살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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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청춘과 살아보기
소설가/기호일보 독자위원
  • 기호일보
  • 승인 2014.03.11
  •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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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봄과 함께 식구가 한 명 늘었다. 인천으로 대학 진학을 온 친척 아이다. 지난 한 해는 하숙을 했는데 겨울방학 때 자기 집인 대전으로 내려가 있다가 개학 무렵 올라올 예정으로 느긋하게 지내고 있었는데 하숙집 주인이 일 년치 하숙비를 선불 지급하겠다는 사람과 계약을 했으니 방을 빼 달라는 연락이 왔다고 한다.

개학날이 임박해 하숙집 알아볼 경황이 없으니 당분간만 아들을 데리고 있어 주면 고맙겠다고 부탁을 한다. 거절하기가 난처해 그러마, 승낙을 했다. 문제는 이 다 큰 사내 녀석이 버거워지는 상황이 생기는 것이다. 우리 애들이 떠나고 없으니 집에 빈방은 있지만 가족이 아닌 남과 동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고등학교를 기숙학교에서 보낸 아이는 장기간 혼자 살던 습관이 있어 타인에 대한 배려보다는 본인 편한 것이 우선이었다. 먹고 입고 자고 씻고 의식주에 관한 뒷정리를 전혀 하지 않아 당황스러웠지만 뒷마무리에 대한 정리를 부탁하면 지적당하는 것 같아 서운해 하지나 않을까 염려스러운 마음에 두고 볼 수밖에 없었다.

저녁에 집에 들어오면 짜증이 났다. 아무렇게나 던져 놓은 옷가지, 수건, 지저분하게 쓴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화장실, 식탁 위에 음식물이 말라붙어 있는 그릇과 수저들, 거실 곳곳에 버려져 있는 과자봉지들. 늦잠 자는 방을 노크하면 웃통을 벗은 큰 덩치도 민망스럽고 개별난방인 집에 보일러를 종일 켜 놓고 나가 찜질방을 만들어 놓고…. 총체적 난국을 만들었다.

아이엄마는 수시로 전화해서는 공손에 공손을 더한 목소리로 죄송하고 고맙다며 부담을 준다. 아이가 우리집이 좋다고 했다면서 계속 여기서 살고 싶다고 했단다. 자꾸 지적하면 잔소리로 들릴 것 같아 하루 날을 잡고 아이와 마주 앉았다. 우선 한 집에 같이 살자면 서로가 지켜야 할 선이 있다고 운을 뗐다.

그래야 갈등이 없고 쾌적한 환경을 공유하며 기분좋게 지낼 수 있겠는데 네 생각은 어떠니? 아이에게 물었다. 제가 뭐 크게 잘못한 거라도 있나요? 되묻는 아이에게 설명을 했다. 내 직업은 하숙집 아줌마가 아니다. 네가 어질러 놓으면 누군가 수고를 해야 한다.

 호남형으로 잘생긴 얼굴인데 과체중으로 빛이 나지 않으니 적당한 운동도 하고 관리를 하면 좋겠다. 너는 자립형 사립고 출신이라 자부심도 있을 텐데 공부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고 하지만 학생의 성실은 공부다. 그러니 학점 관리도 잘하고 젊은 시절 쌓을 스펙 관리도 하고 동아리 활동도 하고 학창시절을 열정적으로 보냈으면 좋겠다.

훗날 우리집에 살았던 시절을 돌아보면 흐뭇하게 미소 지을 수 있는 추억의 집이 되었으면 한다. 주변 사람에 대한 배려는 네가 받는 대접으로 돌아온다. 나중에 직장에서도, 결혼해 가정을 만들어도 상대에 대한 배려와 관심이 있어야 네 자리가 편해진다.

나이 먹은 어른의 고리타분한 설교가 될까봐 자제하려고 했으나 스물둘의 아이가 안타까워 말이 길어졌다. 아이는 아이다워 이내 수긍을 하고 이모 집이 좋아 살고 싶다며 바르게 고쳐 나가겠다고 한다.

하숙집 구할 동안만 잠깐 있겠다고 들어온 아이를 언제까지 맡아야 하나 머리가 복잡해진다. 언제가 될지 단정할 수 없으나 있는 동안은 건강하고 유쾌한 모습으로 지냈으면 한다.

멋진 옷이나 장식품이 없어도 빛나는 나이가 이십대다. 세상은 미성숙을 인정해 관대함을 베풀고 격려를 해 준다. 특혜받는 시절을 후회 없이 보내길 바라는 노파심에서 스물두 살 청년의 푸른 갈기를 토닥여 주었다. 같이 있는 동안에는 오늘 나눈 얘기가 유효함을 기억해 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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