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어느 여고 미술선생님이 초등학교 학창 시절 겪은 실화입니다. 미술 시간에 가을을 주제로 그림을 그려야 했던 적이 있었답니다. 다른 친구들은 단풍이니 추수니 낙엽이니 하는 내용을 그리는데 자신은 가정 형편이 어려워 크레파스를 빌려 써야 했기 때문에 가능한 한 색깔을 적게 쓰려고 감(?)을 그리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림 그리기에 그다지 흥미가 없던 터라 잘 그려지지도 않고 마음에 들지도 않아 자꾸 덧칠을 하다 보니 어느새 도화지 전체가 거의 다 붉은색으로 채워지고 말았다고 합니다. 선생님이 보시면 야단맞겠구나 하던 차에 아니나 다를까 선생님이 불러일으키시더랍니다. 뭘 그린 것인지 설명하라면서요.

그래서 갑자기 섬광처럼 떠오른 기지로 “이것은 감을 반으로 잘랐을 때 모습을 그린 것입니다”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그러자 선생님은 참 기발한 아이디어라며 이렇게 사물을 보는 눈이 다양할 수도 있다며 친구들 앞에서 많은 칭찬을 하셨다고 합니다.

 그 이후 이분의 인생은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그 칭찬의 말 한마디가 시발점이 돼 그때부터 정말 그림 그리기에 열심을 다해 어렵게 미대에 진학할 수 있었고 결국에는 미술교사로 후학을 양성하게 됐다고 하시더군요.

지난 시간에 말씀드린 대로 독일의 인간관계 전문가 슈테판 그로스(Stefan F. Gross)는 자신의 저서 「인간관계지능」에서 인간관계를 결정하는 요소 가운데 감사(感謝)·칭찬(稱讚)·존중(尊重)이 참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을 얼마나 칭찬하느냐, 다른 사람에게 어느 정도나 감사하느냐, 다른 사람을 얼마만큼 존중하느냐가 인간관계지능을 결정한다는 말입니다.

감사·칭찬·존중의 말을 많이 할수록 인간관계지능이 높아지게 됩니다. 감사에 대해서는 이미 함께 생각해 봤습니다. 이번에는 인간관계지능을 높여 주는 두 번째 열쇠인 ‘칭찬하는 대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

앞서 말씀 드린 어느 선생님의 이야기처럼 상대방에게 힘을 주고 동기를 부여하는 대화가 바로 칭찬하는 대화입니다. 얼마 전 직장인들이 가장 듣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는 설문조사가 있었습니다.

결과는 어떻게 나왔을까요? “정말 잘 했어”, “역시 당신밖에 없어”, “자네가 한 일은 틀림없군” 같은 칭찬의 말이었습니다. 어느 책 제목처럼 고래도 춤추게 하는 것이 바로 칭찬입니다. 사람을 더 성숙하게 만드는 일은 비평이 아닌 칭찬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긍정적인 자기 이미지를 가지고 싶어합니다.

자기 이미지를 만드는 요소 가운데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들이 자기에게 돌려주는 반응인 피드백(Feedback)입니다. 그런데 상대방이 칭찬을 해 주면 이것을 통해 자신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가 피드백되기 때문에 그동안 마음속에 있던 부정적 자기 이미지나 좌절감이 극복된다고 하는 것이 심리학자들의 분석입니다.

그리고 칭찬받은 행동에 대한 확신이 생겨 자존감도 회복되고, 앞으로도 계속 해야겠다는 의욕이 생기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칭찬의 말 한마디를 통해 회복된 자존감은 심리적인 보호막이 돼 궁극적으로는 긍정적 사고를 할 수 있는 근원이 돼 줍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칭찬은, 그것을 받는 사람뿐만 아니라 하는 사람에게 있어서도 상당히 긍정적인 기능을 합니다. 일단 칭찬을 하다 보면 상대방을 보는 관점이 긍정적으로 바뀌게 되겠지요? 그러다 보면 상대방이 나를 보는 관점도 변화돼 나를 만나고 싶은 사람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칭찬하는 것이 습관이 되면 무엇보다 사람을 보는 관점 자체가 변화돼 사람을 만날 때 부정적인 요소보다는 긍정적인 요소를 발견하게 되고, 칭찬할 내용을 찾으며 사람을 보게 됩니다. 다른 사람은 물론이고 나에게도 에너지를 주는 일, 바로 칭찬의 말 한마디입니다. 오늘의 과제를 드립니다. 오늘 하루만이라도 만나는 사람마다 칭찬거리를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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