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사회
저자 엄기호. 창비 출판. 306쪽. 1만5천 원.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 등을 펴내며 한국사회 청년담론을 주도해 온 인문학자 엄기호가 최근 신간 「단속사회」를 펴냈다.

그가 새롭게 주목하는 것은 우리 삶을 뒤흔드는 근본적인 상황의 변화, 즉 ‘소통불가능에 처한 시대’다. 생생한 현장 연구와 그 사례를 해석하는 독특한 관점을 선보이며 ‘망원경과 현미경을 두루 갖춘 소장학자’라는 평을 받아온 저자는 이번 책에서 ‘단속사회’를 주제로 사회의 역설과 아이러니를 들춰낸다.

저자가 ‘단속’을 자신의 연구주제로 삼게 된 것은, 자신의 주변에서나 현장 연구를 통해 만나 온 사람들이 좀처럼 자신의 속내를 내보이지 않고 자기를 단속(團束)하는 모습을 감지하면서부터다. 이때 흥미로웠던 것은 이처럼 자기를 감추고 타인과의 긴밀한 만남을 차단하는 사람들이 어딘가에는 늘 접속해 있다는 점이었다.

본격적으로 이를 개념화하는 와중에 저자의 눈에 들어온 것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는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엄마와 마주 앉아 있지만 엄마와는 어떤 대화도 나누지 않고 친구들과 카카오톡에만 열중하는 한 소년의 모습에서 저자는 큰 충격을 받고는, 이처럼 ‘쉴 새 없이 접속하고 끊임없이 차단하는’ 단속(斷續)의 양상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언제 누구와 접속하며 또 언제 누구와 단절하는가.’ 10여 년간의 현장 연구에서 저자는 아파트 등 중산층 밀집지역, 노동조합 등 시민사회의 사례를 수집해 오며 이 질문에 관한 답을 차근차근 풀어낸다.

먼저 ‘영화 건축학개론이 꿈꾸던 도시는 어떤 곳인가’라는 흥미로운 질문을 던지는 제1부는 도시공동체와 지역 커뮤니티, 회사, 또래집단, 가족 등이 도미노처럼 붕괴해 온 양상을 추적한다.

 특히 1980년대 이래 많은 진보적 개인이 꿈꿔 온 ‘개인과 개인의 자유로운 연대체’로서의 공동체가 2010년대 들어 실제로 어떻게 하나의 망상으로 쪼그라들었는지를 하나하나 짚어가는 서술은 저자 특유의 글쓰기가 지닌 현장감과 어우러지며 빛을 발한다.

제2부는 고통의 사회성에 무감각해진 사람들의 일상을 관계, 소통, 노동, 국가폭력이라는 각기 다른 렌즈를 통해 조망한다. ‘열린 토론의 장’에서 줄곧 자기 이야기만 늘어놓는 사람들, 내 곁의 사람들 중에 내가 팔아먹을 수 있는 사람은 몇 명인가를 세어 보게 하는 세태, 국가가 노조간부·소수자·이주노동자 등 ‘내부의 적’을 잉여·유령으로 만들고자 시도하는 다양한 방식 등이 가슴 아픈 사연들을 통해 소개된다.

마지막 3부에선 다른 이들의 고통을 구경만 하는 ‘구경꾼’, ‘몰이꾼’들에게 타인의 고통을 담긴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이 얼마나 준엄한 일이지를 묻는다.

책에서 그는 “경청을 통해 상대방도 ‘내 얘기가 쓸모가 있구나’하며 사회적 존재감을 느낄 수 있다”며 “우리는 모르는 사람과 부딪치는 용기를 가져야 하고, 고독한 존재가 아닌 의존적인 존재가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감성의 끝에 서라
저자 강신장·황인원.·21세기북스. 279쪽. 1만5천 원.

삼성경제연구소가 운영하는 CEO 커뮤니티, ‘SERI CEO’를 기획하고 만들어 낸 제작자이자 1만 명 이상의 경영자들을 ‘창조경영학교’로 등교시킨 유혹의 달인 강신장 대표가 시인이자 문학박사인 황인원 대표와 ‘만나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남들과 다르게 보고, 새로움을 보는 법’을 제시한 책이다. 강의 형식 서술로 생생한 느낌을 전한다.

 

   
 

말의 정의
저자 오에 겐자부로. 뮤진트리. 370쪽. 1만7천 원.

199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에 겐자부로의 비평적 에세이로, 2006년 4월 18일부터 2012년 3월 21일까지 아사히신문 문화면에 연재한 ‘정의집’을 가필해 묶었다.

읽은 책, 만난 사람, 여행간 곳, 해 온 일, 그리고 가족에 대한 이야기까지. 오에 겐자부로가 어떤 학생, 어떤 남편, 어떤 아버지, 어떤 작가, 어떤 인간이었는지를 자연스레 알 수 있다.

 

   
 

결혼을 허하노니 마오쩌둥을 외워라
저자 쉬산빈. 정은문고. 376쪽. 2만3천 원.

생활문서로 보는 중국의 백년. 수집가는 역사학자를 도와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고 이야기하는 저자는 10여 년간 3천여 점에 달하는 증서와 문서를 수집해 300여 점을 골라 역사 쓰기를 시도했다.

졸업장, 청첩장, 혼인증서, 이혼증서, 입장권 등 구체적인 증거들을 모아 그 사건이 속한 역사적 맥락을 짚고 이를 통해 중국의 근현대 풍경을 복구했다.

 

 

   
 

여기 내가 찾던 여행지 100
저자 유정열. 상상출판. 432쪽. 1만6천500원.

강원도·전라도·경상도 등 지역별 여행지 100곳과 함께 돌아볼 수 있는 서브여행지 100곳, 총 200곳의 국내 여행지를 소개하는 책이다.

일정에 따라 당일치기를 원한다면 비교적 가까운 곳을, 시간을 들여 느긋한 여행을 즐기고 싶다면 ‘홍도’처럼 멀리 떨어진 여행지를 선택해 찾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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