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임대차보호법은 ‘주택임대차보호법’, ‘대부업법’과 함께 2002년도에 제정·시행된 민생 3법 중 하나다.

‘인간답게 살 기본권리’를 보장하고자 ‘국민 경제생활 안정’이란 취지로 만들어졌다. 올 초부터는 임차인의 5년 계약갱신 요구권을 골자로 한 ‘개정 상가임대차보호법’이 시행 중이다. 얼마 전 대통령은 담화문 발표 중 ‘임차인의 상가 권리금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겠다’는 계획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기획재정부는 ‘권리금의 연구용역 의뢰 및 공청회 개최 그리고 입법안까지 연내 마련하겠다’며 신속히 화답했다. ‘경제적 약자’라고 정의되는 자영업자를 보호한다는 취지이다.

전체 경제활동인구 1천500만 명의 과반수(자영업자 600만 명 이상+종업원+무급근로 가족)를 훌쩍 넘는 종사자 규모와 위험한 수준에 도달한 이들의 부채 규모는 이제 정치권의 피해 갈 수 없는 의제가 됐다.

여기에 인기영합주의 대책도 등장하고, ‘경제민주화’는 바야흐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대신 ‘사회적 정의’라는 명분하에 헌법상의 ‘경제적 자유’는 그 영역을 조금씩 잃어가는 것 같다.

그런데 최근 정책 입안자들의 권리금에 대한 언급 내용을 보면 다소 실망스럽다. 정제되지 않은 대안들을 간 보라는 식으로 슬쩍 흘리는 경우가 그 예다. “법으로 아예 권리금 존재를 인정해 버리고 표준계약서를 도입해서 여기에 임대인도 서명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얼마 전 기사화된 정부 측의 인터뷰 내용이다.

좀 이상하다. 임대인의 서명을 요구하는 건 권리금에 대해 책임지라는 뜻 같은데, 전후 임차인 간 주고받는 권리금을 왜 임대인이 책임져야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게다가 임차인이 비상식적 권리금을 주장하며 계약기간의 연장을 요구하면 임대인을 위한 구제책은 무엇인지도 궁금하다. 도대체 어떤 권리금을 갖고 얘기하는지도 묻고 싶다. 권리금과 비슷한 사례로 법인기업에는 영업권 계정이 있다. 기업을 사고팔 때 실제가치 외에 웃돈(잠재된 초과수익력의 가치)이 얹혀지는데 이것이 영업권이다. 발생 원인은 권리금과 비슷하다.

우수한 경영 및 고객 관리, 좋은 입지조건, 우호적 노조 등 다양한 원인들에서 비롯된다. 물론 권리금과 영업권은 다르다. 영업권은 무형의 자산으로 분류되며 한 덩어리로 결합돼 있고, 기업 자체와 별도로 떨어뜨려서 인식할 수 없다. 이에 비해 권리금은 발생 원인별로 세분화해 별도의 정의도 가능하다. 따라서 권리금은 다음과 같이 유형별 특성에 맞춰 법 적용을 검토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

첫 번째의 바닥권리금은 위치·교통 등 입지조건에서 비롯되는 이익이다. 위치상의 이점이므로 당연 건물주가 누려야 할 이익이지, 임차인들 간에 거래될 항목이 아니다. 임대인은 계약기간 동안 임차인에게서 추가 사용료를 받고 계약 종료 시 보증금을 반환해 주면 된다. 정부는 이 초과수령분에 대한 탈세 여부만 감시하면 된다.

두 번째로 시설권리금은 좀 까다로운데, 시설 및 부속물에 대한 권리를 양수·양도하는 임차인들 간의 자유거래 조항으로만 볼 수가 없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민법 615조에 의해 임차인은 임대인에 대해 (건물 내 시설물 설치의)‘원상회복 의무’를 갖기 때문이다.

 계약 종료 시 권리금을 받기는커녕 원상 회복까지 해 줘야 하는 사안이다. 또한 양수하려는 후임차인이 시설을 원치 않을 경우에도 당연히 철거해 줘야 한다. 권리금이라기보다는 매몰비용에 가깝다. 결국 시설투자비 회수를 위한 계약기간 보장이 현 임차인에 대한 현실적인 보호수단일 것 같다.

마지막으로 영업권리금은 ‘임차인이 노력을 통해 고정고객을 확보하고, 상가의 평판을 쌓아온 것’이다. 따라서 누릴 이익은 임차인에게 귀속된다. 보통 1년치 순이익만큼을 권리금으로 산정하고 대가로 수개월의 인수인계 교육과정을 거치는 게 관례다.

계획대로 1년 안에 권리금을 회수하면 손해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게 된다. 여의치 않을 경우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소멸될 수도 있다.

 필자는 진입장벽이 높은 첨단산업에서, 고수익을 내고 있던 기업의 인수합병 작업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당시에 합의된 ‘영업권’ 가치는 직전 3년간의 순이익 합계였다. 이렇듯 무형의 권리는 매매 당사자들의 자의성에 의해 결정된다. 이런 특성상 정부나 임대인이 관여할 게 없다.

권리금은 영업상의 이익과 재산을 논하는 것이므로 ‘사적자치(私的自治)의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 당사자 간 ‘계약의 자유’를 보장하고 ‘정부의 개입’은 제한돼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 의미에서 권리금에 손을 대기보다는 임대차 계약기간을 선진국처럼 7년에서 10년 정도 수준으로 좀 더 길게 보장해 주는 것이 합리적일 듯하다. 권리금의 회수뿐만 아니라 이익도 실현할 수 있는 여유로운 기간을 보장해 주자는 것이다. 그 다음부터는 임차인이 알아서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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