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8일부터 마이크로소프트(MS)가 윈도XP에 대한 업데이트 지원을 종료하겠다고 밝히면서 IT 시장은 물론 온 나라가 혼란에 빠져 있는 것 같다.

일반 웹페이지뿐만 아니라 정부기관 웹, 전자결제, 금융업무, 공인인증서까지 묶여 있어 피해 증가 폭은 상당한 수준이 이르러 XP를 계속해서 쓴다는 자체가 자살테러와 맞먹는다 봐도 좋다는 협박 아닌 협박도 들린다.

2001년 10월 25일 윈도2000의 뒤를 이어 출시된 윈도XP 운영체제는 현재 국내 PC시장에서 시정점유율이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18%로 집계되고 있지만, 통계에 잡히지 않는 숫자까지 포함하면 25% 안팎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여전히 국내 990만 대 이상의 PC, 기업 PC의 절반이 윈도XP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MS가 한 제품의 지원을 멈춘다고 해서 이처럼 온 사회가 들썩이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지만 현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마치 MS가 기술 지원을 더 이상 하지 않게 되면 윈도XP를 사용하는 컴퓨터가 마치 해커들의 놀이터가 돼 결국 엄청난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의 의도는 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글로벌 기업의 수익성 추구를 위해 공공의 책임을 져버리는 문제를 사용자들이 다 짊어져야 하는 게 당연한 것처럼 여기게 만드는 고도의 마케팅 기법같다.

현재까지 최선의 방법은 MS가 제공하는 최신판인 윈도8이나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윈도7로 교체하는 것이다. 하지만 당장 윈도8 등으로 교체해야 하는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

이 뿐만 아니라 윈도XP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 애플리케이션이나 시스템도 새롭게 바꿔야 한다면 시간과 비용 낭비는 헤아릴 수 없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금융기관의 현금인출기와 카드 POS 시스템과 같이 윈도XP를 사용하는 기기들은 업그레이드된 버전으로 대체하거나 개선책을 마련하면 된다. 개인 PC도 보안 백신 프로그램을 최신 버전으로 설치하고 가급적 빠른 기간 내 보안업데이트와 버그 수정의 기술지원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으로 업그레이드하면 현재로선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윈도XP 지원 종료 논란은 몇 년 뒤 ‘윈도7 지원 종료’로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영원한 SW 식민지’라는 굴레를 벗어날 대안을 정부는 물론 각계가 힘을 합쳐 만들어야 할 때다.

망가질 대로 망가진 외양간을 외관만 대충 고쳐 또다시 소를 들여놓는 우를 매번 되풀이해선 운영체제를 쥔 공룡에게 끌려다니는 종속성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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