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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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소송
신효성 소설가/기호일보 독자위원
  • 기호일보
  • 승인 2014.03.25
  • 1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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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 낮 기온이 올라 완연해진 봄기운에 베란다에서 다육이 화분을 정돈하고 있는데 위층에서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린다. 새로 이사 온 젊은 새댁이다. 바로 아랫집 남자에게 면박을 주며 신경질적으로 베란다 창문을 닫는다. 담배 연기 때문이다.

실내에서 피자니 부인 눈치가 보이고 밖으로 나와 피자니 매번 성가시고 귀찮아 베란다 창문을 열어 놓고 담배를 피운 모양이다.

위층 새댁은 애기가 아토피가 심해 매사에 예민해져 있는데 담배 연기가 올라와 속이 상한 것이다. 곧이어 새댁이 남자네 집 벨을 누르고 곱지 않은 언사로 따지는 소리가 들린다. 조용하던 주말 낮 시간이 날카로워진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면 건강을 위해서 금연 결심을 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성인 남성의 흡연율이 OECD 회원국 중 4위인 46.8%라 하는데 여성과 청소년의 흡연율까지 더해지면 담배 연기 없는 정화구역은 불가능할 수도 있겠다.

금연이 추세이기는 하나 흡연자가 줄어들지 않는 것은 중독성 때문이라 한다. 헤로인이나 코카인, 마리화나보다 중독성이 강해서 한 번 시작하면 끊는 것이 어렵다. 담배에는 4천800여 종의 유해물질과 69종의 발암의심물질이 들어 있다 하니 아기에게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어하는 새댁의 마음이 이해가 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보유하고 있는 빅데이터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11년까지 국립암센터에 등록된 흡연 암환자의 발병률을 분석해 본 결과 폐암·후두암·식도암·방광암 등의 발병위험도가 비흡연자에 비해 3배에서 최대 6.5배까지 높았다고 한다.

매년 5만8천 명이 흡연으로 사망하고, 2만여 명의 폐암환자가 발생하고, 뇌혈관질환·심장질환·당뇨 등 흡연과 관련된 35개 질환으로 2011년 기준 1조7천억 원의 진료비가 지출됐다고 하니 천문학적 액수다. 흡연 피해는 흡연자뿐만 아니라 간접흡연의 피해도 무시할 수 없고 정부의 금연정책 시행에도 엄청난 예산이 지출되므로 사회경제적 손실을 따져 보면 어마어마할 것이라 본다.

국민의료보험공단에서는 담배로 인해 위협받고 있는 국민 건강을 위해 담배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거대 공룡 담배회사를 상대하기에는 개인의 힘은 너무 미약해 개인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는 기호품으로 선택한 흡연자의 책임이라며 매번 패소했다 한다.

원인제공자이면서 수익자인 담배회사가 흡연 피해에 대한 부담을 지는 것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어 이번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배상 소송을 응원한다.

이미 미국에서는 1990년대부터 담배회사가 중독성 증가를 높이기 위한 연구를 실시한 정황이 포착돼 49개 주정부와 시정부에서 흡연으로 인한 진료비 변상 소송을 제기해 약 220조 원의 배상합의금을 이끌어 내며 승소 판결을 받아낸 전력이 있다.

 또 2005년에 ‘위해단체에 대한 갈취방지법’을 근거로 담배피해 예상비용 청구를 인정해 첫 5년은 매년 2조4천억 원을, 그 후로는 매년 4천억 원의 배상금을 지불하도록 판결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흡연으로 인한 질병 발생의 추적과 관찰기간을 기록해 놓은 빅데이터는 엄청난 자료가 축적돼 있어서 아시아 최대의 역학연구 데이터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만큼 최상의 소송자료로 신뢰성을 가질 것이라 본다.

흡연으로 인한 개인의 질병에 대한 개별 입증은 까다롭고 힘들지만 통계는 정확한 수치 산출이 가능해 손해비용 산출에 적임 자료가 될 것이다.

담배소송이 반가운 것은 이 사건이 공론화되면 담배의 폐해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계기가 될 것이고 매년 1조7천억 원이 지출되는 흡연 관련 진료비를 국민 건강 증진에 쓸 수 있어서 질 높은 의료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다.

결과적으로 국민의 건강 위해요소가 줄어드니 가정과 사회가 안정돼 행복지수도 높아져 갈 것이다. 소송을 시작하고 진행하는 과정에 많은 난제와 난관으로 어려움이 있겠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결연한 의지에 지지와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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