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병법의 모공편(謀攻篇)에 “부전이 굴인지병, 선지선자야(不戰而 屈人之兵, 善之善者也)”라 하여 ‘싸우지 아니하고 적을 이기는 자는 최고 중에 최고다’라는 의미가 있다.

그렇다면 전쟁을 피해 싸우지 않고 합법적으로 크림반도를 병합한 푸틴의 전략전술은 훌륭하다 할 것이다. 우리의 입장에서 안보적 문제점은 러시아가 아니라 미국과 EU국가들의 행태인 것이다. 러시아의 군사적 동향을 이미 알고 있으면서 안일하게 대처했던 미국과 EU국가들의 분쟁 해결에 대한 절차적 능력은 신뢰하기에는 무능함의 극치를 보여 줬다.

마치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히틀러가 폴란드를 점령한 1939년 9월 1일부터 10월 6일까지 35일간 공격으로 종결했던 것보다도 더 짧은 2014년 3월 1일부터 3월 20일까지 21일간 무력 충돌 없이 점령한 것은 세계 전사에 기록될 러시아의 전승으로 기록될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요약하면 ‘우크라이나인들이 시위를 해서 권위주의 친러 정권을 몰아냈더니 러시아가 크리미아(이하 크림)반도를 순식간에 점령하고 우크라이나로부터 분리하여 합병시켰다.’ 이 정도로 정리될 것이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사태를 격안관화(隔岸觀火)로만 취급해서는 안 되는 것이 우리의 국가안보적 관점이 아닐까 한다.

1991년 구소련이 붕괴되면서 우크라이나는 독립을 하고, 원래 구소련이었던 크림반도는 러시아가 아닌 우크라이나 영토가 돼 버리면서 문제를 잉태하게 된다.

근본적으로 우크라이나는 원래 우크라이나계가 거주하는 서부지역(친서방)과 러시아계인 동부지역, 그리고 크림자치공화국(친러)으로 구성돼 있다.

무엇보다 크림반도에는 러시아의 ‘흑해함대’가 주둔하고 있었기 때문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협정을 맺고 크림반도의 여러 군사기지들을 임대한다. 2010년 우크라이나의 야누코비치는 2017년 만기되는 세바스토폴 해군기지의 임대계약을 25년 연장해 준다(2010년 카르키프협정). 따라서 러시아는 2042년까지 이 부동항을 쓰게 됐다. 여기에 러시아의 국익이 연계돼 있는 것이다. 즉 러시아의 입장에서 우크라이나에 친러 정권이 들어서야 하는 사활적 국익이 걸려 있는 것이다.

유사시 한반도에서 전면전이 발발했을 경우를 가정해 본다면 우리는 과연 시간적으로 한미동맹의 후속 조치가 계획대로 조치될 것인가를 우려해 볼 수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친러 정권 비호 하에 무력 침략행위가 미국과 서방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됐다는 점은 자칫 북한에게 전략적 오판을 하게 하는 빌미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반도 초기 전면전에서 북한의 군사력 우위는 불가피한 상황인데 미국의 즉각적인 동맹전력에 의존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이번 일이 결코 남의 일만이 아닌 것이다.

한미동맹에 대한 신뢰 차원에서 한반도에서 전쟁 초기 상황에 대한 미국의 동맹전력 투입을 재검토해 초기 전력 지연으로 인한 국방안보의 위기를 자초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거듭 우크라이나 사태의 크림반도 러시아 합병은 우리에게 안보적 교훈을 암시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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