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를 지난 2010년 6월 2일로 되돌려보자. 그날은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이었다.

당시 용인시장 후보는 세 명이었다. 수지구청장 출신 새누리당 오세동 후보와 현 시장인 민주당 김학규 후보, 새누리당 공천 탈락에 반발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용인시장 출신 서정석 후보가 그들이었다. 결국 김 후보는 15만3천315표를 얻어 46.52%의 득표율로 14만1천709표를 획득한 오 후보를 따돌리고 시장에 당선됐다.

물론 기자는 여기서 당시 어느 후보가 얼마를 득표했는지 새삼 되새길 생각이 전혀 없다. 다만 당시 개표 과정에서 드러난 눈이 휘둥그레해질 만한 상황에 주목하고자 한다.

분명 후보자는 세 명인데 곳곳에서 4번째 후보가 등장했다. 출마하지도 않은 인물의 이름이 투표용지에 기입돼 그의 이름 옆에 기표가 된 것이다. 당시 이 같은 투표용지는 무효표(3천649표)에 포함돼 별도로 집계되진 않았지만 선관위 관계자와 개표요원 등의 증언을 종합해 보면 특정인의 이름을 별도로 기입해 기표한 용지가 100장은 족히 넘었다고 한다.

이름하여 ‘4등 시장’이 등장한 것이다. 물론 그 특정인은 뜬금없이 등장한 인물이 아니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하며 마지막 순간까지 민주당 공천경쟁을 벌였던 기초의원 출신이었다.

그의 이름을 별도로 기입하는 수고까지 하며 그에게 표를 던진 이들은 단순히 그의 낙천에 대한 반발심리에서만은 아니었을게다. 그에 대한 확고한 지지의사를 이런 식으로라도 표현하고 싶었을게다. 결국 그는 이런 공고한 지지를 바탕으로 이후 당당히 국회에 입성했다.

또다시 선거철이 돌아왔다. 용인시장 예비후보가 넘쳐난다. 공천이 확정되고 나면 받아들일 수 없다며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이도 있겠지만 대다수는 당의 명령을 받아들일게다. 이번 선거에서도 출마하지 않고도 표를 얻는 이가 있을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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