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있을 경우 무죄로 풀려나지만 돈이 없을 경우에는 유죄로 처벌받는다는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라는 말이 다시 유명세(?)를 타고 있다.

1988년 탈주범 지강헌의 절규로 유명해지기 시작하면서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서도 재벌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에 대한 기사에서 소개했던 ‘유전무죄 무전유죄’에 대해 우리 국민의 80% 가량이 동의한다는 법률소비자연대의 조사 결과도 재벌에 대한 사법부와 검찰의 솜방망이 처벌에 근거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돈(錢)의 힘(力)은 1990년 이후 대한민국 내의 10대 재벌 총수 중 7명은 모두 합쳐 23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으나 형이 확정된 후 평균 9개월 만에 사면을 받고 현직에 복귀한 사례에서 나타나고 있다.

특히 2010년 1월 21일 광주고법 제1형사부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 포탈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의 항소심에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 벌금 254억 원을 선고한 뒤 ‘노역 일당 5억 원’에 대한 부연 내용이 알려지면서 ‘황제 노역’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비난이 거세질 수밖에 없었던 점은 허 전 회장이 당시 벌금을 포함, 세금과 채무 등 634억 원을 내지 않고 해외로 도피했다가 최근 귀국, 광주교도소 노역장에 유치된 뒤 일당 5억 원의 노역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노역 일당을 5억 원으로 환산할 경우 51일만 노역장에 유치되면 모든 벌금을 면제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논란이 커지자 대검찰청은 “관련 법리를 검토한 결과 노역장 유치가 집행된 수형자에 대해 형 집행을 중단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황제 노역’ 논란을 일으킨 허 전 회장의 노역을 중단하고 벌금을 강제 환수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허 전 회장은 수사 과정에서 체포됐던 하루를 포함해 며칠간의 노역이 인정돼 당초 벌금에서 25억 원을 탕감받을 수 있게 됐다. 일반인 수감자가 평균 5만 원의 일당임을 감안할 때 무려 164년을 노역장에서 일해야 갚을 수 있는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유전무죄의 산물이다. 국민들은 돈의 힘에 의해 균형을 잃는 법 집행에 분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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