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운서로 활동하다 보니 신문이나 잡지 같이 방송과는 다른 매체(媒體)에서 인터뷰 요청을 종종 받습니다. 각 매체마다 관심 분야가 다르고 인터뷰의 목적도 다양하니까 질문의 유형도 비슷한 듯하지만 조금씩 다릅니다.

그 중에 거의 공통적으로 질문받는 것이 바로 어떻게 아나운서가 될 생각을 했고 그 꿈을 이루게 됐느냐에 대한 것입니다. 제가 아나운서가 된 것은 다름 아닌 칭찬과 격려(激勵)의 힘이었다고 주저없이 말할 수 있습니다.

어린 시절 이웃의 동네 어르신들, 시장 상인들, 여러 친척·친지들이 “목소리가 좋은 편이니 아나운서가 되거라” 등등의 칭찬을 아끼지 않아 주신 것과 고등학교 3년 내내 수업시간에 대표로 책을 읽히셨던 국어 선생님의 배려(配慮)와 무언의 격려가 지금의 저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대학 졸업 후 모 방송사 시험에 낙방하고 실의에 빠져 있던 저에게 주셨던 부모님의 믿음 섞인 격려는 큰 힘이 됐습니다. 좌절 속에 주저앉을 수도 있었던 상황에서 다른 사람의 칭찬의 말을 들으면 긍정적 이미지가 피드백(feedback)되고 그동안 마음속에 있던 부정적 자기 이미지가 극복됩니다.

이어서 칭찬받은 행동에 대한 확신과 더 잘해야겠다는 의욕이 생기게 되는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칭찬의 말 한마디를 통해 회복된 자존감은 심리적인 보호막이 돼서 궁극적으로는 긍정적 사고를 할 수 있는 근원이 돼 줍니다. 게다가 칭찬은, 그것을 받는 사람뿐만 아니라 하는 사람에게 있어서도 상당히 좋은 역할을 합니다.

그러면 칭찬에도 요령이 있을까요? 직접 읽어 보지는 않았더라도 제목만은 많이 들어 보셨을 겁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책이 있습니다.

주된 내용은 ‘평균 무게가 3t이 넘는 범고래들이 멋진 쇼를 보여 줄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조련사의 끊임없는 칭찬 때문’이라는 것인데 이 책의 저자인 켄 블랜차드(Ken Blanchard)가 말한 ‘칭찬의 십계명(十誡命)’을 소개해 드립니다.

제 일은 칭찬할 일이 생겼을 때 즉시 칭찬하라. 제 이는 잘한 점을 구체적으로 칭찬하라. 제 삼은 가능한 한 공개적으로 칭찬하라.

제 사는 결과보다 과정을 칭찬하라. 제 오는 사랑하는 사람을 대하듯 칭찬하라. 제 육은 거짓 없이 진실한 마음으로 칭찬하라. 제 칠은 긍정적으로 관점을 전환하면 칭찬할 일이 보인다.

제 팔은 일의 진척사항이 여의치 않을 때 더욱 격려하라. 제 구는 잘못된 일이 생기면 관심을 다른 방향으로 유도하라. 제 십은 가끔씩 자기 자신을 스스로 칭찬하라. 어떻습니까?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지요?

여기에 덧붙여서 생각해 볼 문제는 칭찬의 표현(表現)에도 유의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칭찬을 한다고 해서 상대방을 무턱대고 어린아이처럼 취급하는 표현을 하시면 좋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참 잘 했어요.”, “정말 애썼네요.”, “알고 보니, 보통이 아니에요.”, “어쭈, 제법인걸.” 하는 식의 칭찬은 별로 효과가 없습니다. 오히려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칭찬은 일관성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자녀의 경우 어머니는 칭찬하는데 아버지는 꾸지람을 해서는 안 되고 칭찬과 비난이 섞여 있어도 안 됩니다. 칭찬의 일관성(一貫性), 참 중요합니다.

특히 칭찬과 비난이 섞여 있는 말들은 도리어 더 언짢게 들립니다. “너 정말 예쁘구나. 성형수술 하느라고 돈 좀 들었겠네.” 하는 식의 말이나 “넌 참 착하구나. 하긴 다른 재주가 없는데 성격이라도 좋아야지.” 혹은 “너 정말 잘했다. 그런데 민수는 너보다 더 잘했다며?”, “이번 기말고사는 참 잘 봤구나. 혹시 답 밀려 썼니?” 이런 식으로 칭찬하는 것은 별로 달갑지가 않겠지요? 그리고 칭찬하실 때 말로만 할 것이 아니라 작은 선물이나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으면 훨씬 더 효과적인 칭찬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심리학자들의 의견입니다.

하지만 진심 어린 칭찬이 아니면 칭찬의 효과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진심 어린 칭찬은 상대방을 키우고, 또 나를 키워 줍니다. 언젠가 읽었던 “칭찬하는 데는 비용이 들지 않는다.

그러나 큰 비용으로도 해결할 수 없었던 부분까지도 해결해 준다”는 글처럼 칭찬은 문제를 해결해 주고, 우리의 인간관계 지능을 높여 주는 열쇠가 됩니다. 오늘의 과제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칭찬의 십계명을 다시 한 번 되새기고 자신의 칭찬 표현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는지 헤아려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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