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남동구 예술로 172)이 오는 8일로 개관 20주년을 맞는다.
예술회관은 지난 시간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활동 터전이자 시민들에게는 수준 높고 다양한 문화예술 콘텐츠를 제공해 온 인천의 대표적인 문화공간이다.

개관 20주년을 맞아 그간의 성과는 물론 지역사회에서의 역할들을 되짚어 보고 앞으로의 과제까지 살펴본다. <편집자 주>

# 인천 문화예술 요람의 탄생

   
 

1994년 4월 8일 문을 연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은 인천 최초의 문화예술 전용공간으로 설립됐다. 당시에는 재정 투입이 과했다는 지적을 받을 정도의 예산인 462억 원을 들였으며 공사 기간 또한 무려 4년 6개월이나 걸렸다.

건물 모양은 인천의 지역적 특성을 살려 바다에 떠 있는 한 척의 대형 선박의 모습으로 디자인됐다. 웅장함을 더하기 위해 당시에는 찾아보기 힘들다던 건축기법인 주 기둥을 노출해 전면으로 내세우는 방식을 사용했다.

전체 부지면적 5만3천㎡, 총건축면적 4만3천300㎡ 규모로 내·외부는 대공연장(1천332석)과 소공연장(511석), 야외공연장(440석), 회의실(120석) 그리고 4개의 전시실(대전시실, 중앙전시실, 소전시실, 미추홀전시실)을 갖췄다.

20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다 보니 시설 또한 회관의 나이만큼이나 노후화된 부분이 많다. 이 때문에 해마다 시설을 보수하고 있고 이 중 대공연장은 2009년 새롭게 리모델링하면서 객석 간 간격을 확장해 편의성을 높였다. 장애인 좌석도 늘리고 로비에는 임산부 수유공간과 어린이 놀이방을 설치해 전과 다른 고객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반면 작은 규모의 연주회, 콘서트 등에 적합한 소공연장 무대는 시설 현대화를 위한 리모델링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역 대표 공연장으로서의 성과
웅장한 시설을 바탕으로 예술회관은 매년 국내외 우수 공연 유치와 더불어 총원 120여 명에 이르는 4개 예술단(교향악단·합창단·무용단·극단)의 정기·기획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개관 이래 20여 년 동안 3개 공연장(대공연장·소공연장·야외공연장)에서는 총 5천360건의 공연이 올려졌다. 지난해 가동률을 봐도 77.5%에 달한다. 휴관기간을 제외하고 거의 매일 공연 준비와 공연을 위해 무대가 돌아가는 셈이다.

여전히 예술회관은 보다 많은 시민들이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여러 계층을 겨냥한 다양한 장르의 프로그램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중 2008년부터 주부층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마티네 프로그램인 ‘커피콘서트’는 매회 90% 이상의 유료 객석 점유율을 보이며 회관의 대표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또 2005년 시작된 인천&아츠 사업의 영향으로 형성된 고품격 클래식 애호가들을 위한 ‘명품클래식시리즈’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고, 젊은 관객층이 선호하는 ‘밴드데이’는 회관의 딱딱한 이미지를 상쇄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밖에도 금·토요일 야외공연장을 활용한 상설무대인 ‘황.금.토.끼’, 여름날 저녁 야외광장에서 해외 유명 공연단체의 공연 실황 영상물을 대형 스크린을 통해 즐길 수 있는 ‘Stage on Screen’은 시민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프로그램으로 시민들의 생활 속 깊숙이 문화의 향기를 전달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프로그램들이다.

#청년이 된 예술회관의 과제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지역문화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최근 몇 년간 인천에도 여러 공공 공연장들이 생겨났다. 그 전까지 유일한 공공 공연장이던 예술회관 입장에서는 종전의 기능과 역할을 재검토해야 하는 시점에 도달했다. 무엇보다 다른 공연장과 차별화된 브랜드 이미지 구축은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4개의 시립예술단은 각각의 정체성에 맞는 자기만의 색깔을 지녀야 한다는 지적 앞에 서 있고, 자체 기획공연 또한 ‘예술성’을 담보로 한 각각의 브랜드를 구축해야 할 때다.

인천의 전 시민을 상대로 운영돼야 하는 ‘인천시를 대표하는 공연장’으로서의 역할의 중요성도 빼놓을 수 없다. 지역주민 밀착형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군·구 단위의 공연장과는 다른 접근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모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예술회관은 현재 1천 석 이상 규모의 공연장 시설을 갖춘 지역 내 유일한 공연장으로 대규모 공연 유치를 통한 차별성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공연시장의 생태계를 존중하고 보호하면서 ‘예술성’을 담보로 한 기획도 꾸준히 시도하겠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시 재정난으로 인해 줄어든 예산에 따른 운영 차질도 예술회관이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예산 축소는 대형 공연 유치의 어려움으로 이어지고, 결국 인천 문화예술 수준을 끌어올리는 견인차 역할에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예술회관 관계자는 “가시적인 성과에 집착하기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다각적인 노력을 펼칠 것”이라며 “시민을 위한, 그리고 예술을 위한 공공 극장으로서의 제 기능과 역할을 하는 것은 우리의 최우선 목표”라고 강조했다.

#개관 20주년 기념공연 및 전시
예술회관은 개관 20주년을 맞아 넉넉지 않은 예산에도 시립예술단 합동 공연과 지역 예술인들과 함께하는 기념전시를 준비했다.

시립예술단의 합동 축하공연은 오는 8일 대공연장에서 열린다. 각 단의 대표적인 작품을 갈라 형식으로 선보일 예정으로 윤학원 예술감독이 이끄는 시립합창단이 합창대곡 ‘인천아리랑’과 ‘아! 대한민국’으로

   
 
축하의 문을 연다.

이어 김윤수 예술감독과 시립무용단은 ‘삼고무’와 ‘야행’을, 주요철 예술감독과 시립극단은 5월 정기공연작인 뮤지컬 ‘소금’의 하이라이트로 극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시킬 예정이다.

공연의 마지막은 금난새 예술감독과 시립교향악단이 장식한다. 조용하면서도 장엄하게 시작되는 바그너의 ‘탄호이저 서곡’과 웅장한 스케일이 인상적인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제5번 d단조’를 연주한다. 회관 측은 이번 공연이 예술회관 상주단체로써 긴 세월 동안 축적된 예술혼을 엿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이라는 설명이다.

더불어 인천의 원로 작가들을 초청해 인천미술의 발자취를 되돌아보는 ‘지역 원로작가 초대展’을 19일부터 30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인천미협 및 민미협 작가들이 참여해 서양화와 동양화, 조각, 서예 등 7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인천대학교 미술학과 겸임교수이자 미술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이경모 평론가가 큐레이터로 참여했다.

#박동춘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장 인터뷰

   
 

“이제 스무 살, 사람의 인생으로 치면 성년이 되는 나이입니다. 지금까지 성장에 몰두했다면 이제는 내·외적으로 성숙하는 데 만전을 기해야겠지요.”

지난 1일 만나 본 박동춘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장은 터닝 포인트에 선 지역 대표 공공 공연장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이야기하며 적지 않은 책임감을 내비쳤다.

박 관장은 우선 그간의 성과와 역할에 대해 이야기하며 “다양하고 수준 높은 문화예술을 향유하고 싶은 시민들의 열망에는 다소 부족한 부분도 있었지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예술을 위해 노력해 왔다”고 자평했다.

특히 그는 예술회관이 ‘공공성’과 ‘공익성’을 최대 목표로 ‘대중성’보다는 ‘예술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프로그램들을 선보여 왔다는 부연이다. “이런 운영기조는 대중성을 담보로 이윤을 추구하는 기획사의 대관공연에 대한 배려임과 동시에 시민들에게 보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설명도 더했다.

현저히 줄어든 공연예산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졌다. 예년에 비해 대형 공연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시민 체감수위를 최대한 낮추기 위해 실무진들이 많은 애를 쓰고 있다고.

박 관장은 “올해도 하절기 동안 총 8회에 걸쳐 해외 유명 오페라와 뮤지컬, 발레 공연을 대형 스크린을 통해 제공할 계획”이라며 “대형 공연에 대한 시민들의 욕구가 간접적이나마 해소될 수 있었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차별화된 브랜드 이미지 구축을 목표로 종합문화예술회관의 브랜드 포지셔닝에 주력할 것”이라는 답변과 “전문성 확보를 위해 ‘효율성과 공공성’을 구현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또 네트워크를 통한 새로운 공연 콘텐츠 제공 방법이나 행정적 경직성에서 벗어나는 것도 그가 꼽은 향후 과제 중 하나다.

박 관장은 “지난 시간 많은 애정과 질책으로 예술회관의 성장을 지켜봐 준 인천시민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며 “차별화된 공연장으로 발돋움하려는 노력들을 통해 보다 성숙해지는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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