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고령화가 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으며, 2017년부터는 생산가능 인구도 감소하게 됩니다.” 지난 2월 25일 대통령이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서문에 언급된 내용이다. 첨언하면 OECD 중 우리나라의 ‘기대수명 증가율’은 최고 수준, ‘출산율’은 최저 수준이다. 정말로 재앙은 소리없이 다가오고 있다.

특히 박 대통령이 달성하려는 ‘잠재성장률’ 회복에 치명적 재앙이 다가오고 있다. 잠재성장률(Potential Growth Rate)은 교환조건(물가·환율 등)이 널뛰지 않는 상태에서 자본과 노동 등 투입요소를 완전 가동할 때의 최대 생산 증가율이다. 따라서 자본·노동이 증가하면 잠재성장률도 증가한다.

우리는 관련 지표들이 모두 감소 중이다. ‘생산가능 인구 감소’와 ‘출산율 최저치’는 현재·미래의 노동량을 감소시킨다. ‘기대수명 증가’는 사망률 저하로 고령층이 많아지는 것이니 노동의 질(효율성)을 감소시킨다. 모두 잠재성장률 감소 요인이다.

유엔이 정한 노인 기준은 65세 이상이다. 이 집단이 14% 이상이면 ‘고령사회’라 하고, 20% 이상이면 ‘초고령 사회’라 한다. 일본·이탈리아는 초고령 사회다. 건강한 독일조차 2009년 초고령 사회로 진입했다. 우리는 통계청 추계 14%를 넘어서며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여기까지는 괜찮지만 문제가 있다. 바로 속도다.

고령화 속도가 너무 빨라서 선진국 진입 전에 초고령 사회에 도달하는 것, 이것이 우리가 맞이할 재앙의 본질이다. 하루하루 새롭게 변화를 맞이하며 노년으로 산다는 것 그리고 그 기간이 점점 길어진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배우자나 가까운 친구와 사별도 시작돼 심리적 충격과 상실감을 경험하고, 질병과 빈곤에도 점점 더 노출돼 갈 것이다. 다행히 국가가 이분들의 복지에 대해 재정 부담을 감수하는 노력이 진행 중이다.

한편으로는 노령층의 지식과 경험을 사회적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인 잠재성장률에 미치는 효과는 미미하다. 근본적으로 새로운 변화에 대응하는 속도가 느리고 젊은이에 비해 육체적 능력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50대 이상 취업이 1% 상승하면 노동생산성이 0.2% 정도 감소하는 상관관계가 있다. 결국 고령화에 대응해 외부로부터의 수혈이 검토돼야 한다.

첫 번째는 경제활동을 하지 않은 청년층을 ‘어떻게 하면 경제활동 참가자로 전환시킬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다. 2012년 말 기준, 비경제활동 청년층이 학생 포함 470만 명을 넘어섰다. 대부분 고학력 자격으로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취업을 희망한다.

 안타깝게도 고학력 청년층에 대한 수요는 저조한데, 정작 당사자들은 자신의 지위를 낮춰 취업할 의사가 없다. 중소기업과 서비스 업종의 인력난을 대체하기가 어려우며, 오히려 청년기업가 육성 프로그램을 통한 신규 고용 창출이 설득력 있어 보인다.

두 번째로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를 확대시킬 정책이 더욱 개발돼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의미있는 변화가 있다. 통계연감에 따르면 여성의 경제활동 기간 중 35세에서 44세에 ‘이탈률’이 증가하고, 이후 경제활동에 복귀하는 추세가 나타난다. 이 시기에 주로 출산·양육 과정이 진행된다는 의미인데 문제는 임신 적령기가 늦춰진다는 점이다. 비약적이지만 우생학적으로 ‘우월한 유전자 및 건강한 태아의 확보’가 어려워져 장래 노동의 질적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마지막은 ‘젊고 똑똑한 해외 젊은이들의 국내 정착’을 장려하는 것이다. 물론 사회분위기상 거부감도 있고 저항도 심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다가오는 상황은 더 심각하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소비 감소와 경기 침체가 다시 저출산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즉 일본식 20년 장기 불황이 시작됐다.

이에 대응해서 다민족 다문화가 융합된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다면, 상상 이상의 긍정적 변화가 우리 앞에 펼쳐질 수 있다.

당연히 공급 측면의 잠재성장률이 증가하지만, 장기적으로 이 젊은이들이 국가의 고용 창출까지도 기여하는 신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인력 부족분이나 채우는 소극적 방식을 벗어나야 한다.

가족들의 정착까지 고려한 특구 조성 및 언어, 의료, 교육 지원 등 다각적 검토가 필요하다. 이들의 소득이 해외로 유출되지 않게 해 내수 활성화로 연결시키면 수요 측면에서도 증가하는 일석이조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극복하고 싶다면 문을 열어젖히고 젊은 피를 수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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