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북부본사 민부근
 며칠 전 지체장애인협회 양평군지회장이 기자를 찾아 하소연했다. 그는 오는 9월 개원 예정인 국립교통재활병원의 운영과 관련, 수탁기관인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개원준비단장과의 통화 시도 과정에서 겪은 서운함을 털어놓았다.

지회장은 병원 측에 전화를 걸어 신분을 밝히며 통화를 요청했으나 결국 통화하지 못했다. 전화 통화야 연결이 안 될 수도 있는 것이지만, 지회장은 그 과정에서 겪은 병원 측의 냉랭하고 모멸적인 대응이 가슴을 후벼 파더라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지회장이 자신의 이름과 신분을 밝혔는데도 막상 전화를 받는 상대방은 이름조차 밝히지 않으며 짜증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개원준비단장님은 출장 중이다. 용무가 뭐냐. 용무를 내게 얘기하면 전달해 드리겠다”고 대응했다는 것이다.

지회장은 문제의 그 직원이 노골적으로 지역과 지역단체를 무시하는 언사를 내비쳐 전화를 끊고 난 지금도 울분을 삭이지 못해 결국 기자에게 달려와 하소연하게 된 것이다.

교통병원은 매년 2만 명씩 발생하는 자동차 관련 사고 환자를 위한 곳이다. 뜻하지 않은 사고로 후유증을 앓다가 장애를 입기도 하는 것이 교통사고이고, 또 교통사고로 인한 장애 발생률도 높다.

각종 규제로 개발 소외감이 가득한 양평에 국립교통재활병원이 들어선다는 소식에 지역에서는 기대감이 충만하다.

개원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정작 양평에서는 수탁기관인 병원 측이 무슨 준비를 어떤 식으로 하는지 전혀 알지 못하는 상태다. 국토교통부 등 행정기관은 입만 열면 ‘정책 홍보, 일자리 창출로 지역경제 활성화’라고 선전하지만 막상 지금까지 지역에서 이를 피부로 느끼는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 직능·권익 단체장이 병원 측에 간곡히 당부할 일도 있을 것이며, 병원 측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보고 대응해야 할 일도 있을 것이다.

기자 역시 병원 측과 전화를 시도했으나 지회장과 비슷한 경험을 하고 상당히 언짢은 기분을 삭이기 쉽지 않았다.

이번 일이 병원 측이 지레짐작으로 ‘무언가 구걸하려 하기 위한 것’이라는 예단에서 비롯된, 소통의 차단이 아니었기를 바랄 뿐이다.

예로부터 의술은 인술이라고 했다. 사람을 치료하는 것은 고장난 가전제품이나 자동차를 고치는 것과는 차원이 달라도 한참 다른 일이 아닌가? 작은 소통의 부재가 오해로 발전할 수 있음을 감안하면 이런 일이 다시는 악순환되는 일이 없을 때, 모두가 상생하는 건전한 기반이 만들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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