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토신 호르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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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토신 호르몬
소설가/기호일보 독자위원
  • 기호일보
  • 승인 2014.04.08
  •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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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뢰와 사랑은 모든 사람들이 갈망하고 추구하는 최고의 인간관계다. 고매한 분들의 잠언은 당연하고 보통 사람이라고 해도 한마디 거들고 끼어들 수 있는 주제다. 말로는 쉽고도 단순한 이 명제가 실행은 어려우면서 명쾌하지 않다.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이 있다. 흔히들 사랑 호르몬이라고 부른다. 원래는 엄마가 아기를 낳을 때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자궁수축 호르몬이다. 이 호르몬이 가파른 호흡으로 건조하게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인간관계에서 도덕성과 신뢰로 친밀도를 높이고 궁극적으로 사랑을 베푸는 역할에 작용한다는 연구 때문이다.

미 국립과학원회보에 실린 자폐증 환자 대상 임상실험에서도, 프랑스 국립의학연구소의 연구에서도 옥시토신은 사람관계에 따뜻함과 신뢰를 형성해 준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아기에 대한 무한사랑은 엄마의 뇌하수체에서 분비된 옥시토신 호르몬이 작용해서라는 연구를 토대로 자폐증 환자에게 옥시토신을 코로 흡입하게 했더니 적대적인 상대는 멀리하고 우호적인 사람에게 눈을 맞추며 공감을 나누는 성과를 얻었다고 한다.

전세계에 수백만 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산되지만 적절한 치료제가 없었던 거식증 환자에게도 효능이 증명됐다는 기사도 있다.

나도 ‘심리신경뇌분비학’지에 실린 기사를 화제로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신뢰와 도덕성과 사랑에 효용이 있는 ‘옥시토신’을 영양제처럼 병에 담아 팔면 세상이 따뜻해질 것이라며 총판을 따서 동업하자는 지인의 말에 찬성했다. 진 빠지는 소설 쓰기보다 훨씬 좋은 일이네, 농담 속엔 진심도 들어있어서 웃어넘길 가벼운 잡담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참으로 많은 사람을 만나며 산다. 기분 좋은 만남도 있고 불편한 만남도 있다. 자의든 타의든 하루에 만나는 사람 숫자만 해도 만만치 않다. 문제는 안 보고 싶다고 딱 잘라지는 관계가 아닐 때가 있다.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는 유행가 가사처럼 관계 유지를 위해 접대용 미소와 호응으로 맞장구치다 보면 스트레스로 가슴이 멍든다.

함께하는 모임에 계산 빠르고 세상살이에 엽엽한 사람이 있다. 사람과의 관계 맺음에 등급이 있어서 쓸모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분류가 확실하다. 쓸모의 기준은 자기가 어느 정도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지다.

 처음에는 화술도 친화력도 뛰어나 내심 부러워했던 사람인데 순간 판단력 둔한 내 눈에도 그이의 속내가 보이기 시작했다. 부처님 전에 엎드려 밤새 불경을 외우고 백팔 배 열 번을 채워 날이 밝아도 그이의 욕심은 사그라지지를 않는 모양이다.

수단 탁월한 그이에게 마음이 쏠려 자금줄이 돼 주고 힘써 줄 권력을 연결시켜 주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나오는 것을 보면 참 대단한 사람이다 싶다. 평생을 그리 살았으면 일가를 이뤘어야 하는데 좀 보이는가 싶으면 무너지고, 그이 말대로 마가 끼었는지 단단한 결과물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어느 날 차 한 잔 하자고 그이가 불렀다. 그이에게 나는 크게 영양가 없는 위인인지라 의아했다. 속 다 까발려 털어놓아도 뒤탈 걱정 없어서 나를 불렀다 한다. 될 듯 될 듯 손에 잡힐 것 같은데 되는 일이 없다는 그이의 한숨에 마음이 아프다. 뭔가 도와줘야 할 것 같은 강박으로 가슴이 답답해진다.

세상을 동화 속 이야기처럼 산다고 현실감 없는 답답이라 걱정을 듣곤 하는데 ‘옥시토신’ 한 병 선물로 주고 싶다는 엉뚱한 발상을 해 본다. ‘옥시토신’은 분비되는 쪽이 도덕성과 행복도 신뢰 형성에 높은 만족감을 준다고 하니 세상 평온 해독제 ‘옥시토신 판매 총판’도 나쁠 것 없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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