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해서는 두려움과 함께 기대가 교차한다. 아주 오래전 전쟁 통에 고향을 등지고 피난 내려와 자리잡은 만석동 달동네 판잣집. 그곳에 살던 지지리도 가난했던 한 코흘리개 소년은 늘 10년 후 그리고 20년 후 자신의 모습을 그려 왔다.

어떤 날에는 멋진 제복에 번쩍이는 권총을 허리춤에 찬 직업군인이 돼 있기도 하고, 어느 날에는 멋진 양복을 입고 예쁜 아내와 함께 운전기사가 딸린 자가용을 타고 부하 직원들을 다수 거느리는 어엿한 대기업 사장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나이를 먹어 가며 10년, 20년 후의 자기 모습을 그려 나가지만 세상 일이 도화지에 그림 그리듯 된다면 세상은 참 살아가기 쉬운 곳이 된다. 살아가면서 당장 죽을 것 같고, 도저히 견디기 어려울 것 같은 어려움과 마주쳐도 극복할 수 있는 힘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었다.

보통의 사람들이 삼당사락을 벗 삼아 고통스러운 입시를 견뎌 낼 수 있었던 것은 대학생활의 낭만과 사랑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주치는 대학생활 역시 사랑과 낭만이 아니라 졸업 후 취업을 위해 입시보다 더 어려운 관문을 통과하기 위한 스펙 쌓기에 매달리게 된다.

이 과정은 졸업 후 취업이라는 당장의 목표도 있지만 이후 행복한 결혼생활과 가정을 꾸리기 위한 기대가 없다면 대학생활 역시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취업과 결혼 그리고 직장생활이 이어지면서 우리는 꾸준히 10년 후 그리고 20년 후 나의 모습을 상상하며 목표를 세운다.

그렇게 살면서도 역시 미래의 모습은 늘 불안하다. 최근 직장인들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2명 중 1명은 10년 후 자신의 모습에 불안하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현재 직장이 안정적인지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것이겠지만 그만큼 다가올 미래가 어떤 환경일지 예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의 10년 후 모습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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