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이야기입니다만 인간관계는 성공(成功)과 행복(幸福)의 중요한 요소입니다. 관계를 더욱 풍성하게 하고 좋게 만드는 대화법이 있습니다. 감사와 칭찬 그리고 존중의 화법입니다. 이것은 바람직한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지름길입니다. 그 중 존중(尊重)의 화법에 대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존중’한다는 것은 쉽게 말해 상대방을 특별한 존재로 대우한다는 것인데 ‘무시하는 것’의 반대의 뜻입니다. 그렇다면 대화에서 존중이란 무엇을 의미할까요?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시각이나 관점을 수용(收容)하는 것이 바로 존중일 것입니다.

 상대방을 존경하면 할수록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될 것이고, 상대방의 특징이나 장점도 더 많이 발견하게 됩니다. 사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중심적(自己中心的)이어서 자기를 기준으로 조금 다른 것에 대해서는 비난을 하고 싶어합니다.

 예를 들어 나보다 말을 더 많이 하면 ‘그 사람, 수다스럽고 경박하다’고 하고, 나보다 말을 더 적게 하면 ‘그 사람, 거만하고 사교성이 없다’고 말을 합니다. 이렇게 ‘나’를 항상 중심에 놓고 상대방을 평가할 때는 존중의 태도가 나오기 어렵습니다.

 이해관계를 떠나 상대방의 존재 자체가 중요하다는 것을 마음으로 인정하게 되면 그 사람을 대하는 표정이나 태도가 달라지겠지요? 이렇게 관심과 호감(好感)을 표현하면 상대방은 존중받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 됩니다.

이런 존중의 마음가짐이나 태도를 대화를 통해 전달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가장 쉬운 것은 상대방의 말을 열심히 들어주는 일입니다. 누구나 자기 말을 들어주는 사람을 좋아하기 마련입니다.

자기가 말하고 있는데 말을 가로채면 무시당한 느낌이 들겠지요? 그런데 상대방이 공감하면서 들어주면 자신이 존중받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인터뷰어(Interviewer) 중 한 명인 래리 킹(Larry King)도 본인의 비결을 ‘상대방(출연자)의 이야기를 잘 들어준 것’이라고 꼽더군요.

이렇게 들을 때뿐만이 아닙니다. 말을 하면서 상대방을 존중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이런 것을 일컬어 정중어법(鄭重語法)이라고 합니다. 정중어법이란 쉽게 말해 서로 공손하고 예절 바르게 말을 주고받는 태도입니다.

상대방에게 정중하지 않은 표현은 최소화하고, 정중한 표현은 최대화하라는 것이 기본 원칙입니다. 기억해 두십시오. 정중하지 않은 표현은 될 수 있으면 하지 말고, 정중한 표현은 가능한 한 많이 하라!

영국 런던대학교 교수를 지낸 저명한 언어학자 지오프리 리치(Geoffrey Leech)박사는 정중어법을 이루는 원리를 ‘politeness principle’이라고 이름 짓고 ‘요령의 원리’와 ‘관용의 원리’, ‘찬동의 원리’, ‘겸양의 원리’, ‘동의의 원리’ 등 다섯 가지로 나눠 설명했습니다.

 첫 번째로 요령의 원리란 상대방에게 부담이 되는 표현은 최소화하고, 혜택을 베푸는 표현은 최대화하라는 것입니다.

부담은 줄이고 혜택을 많이 주면 상대방은 당연히 좋아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상대방하고 저녁 때 같이 할 일이 생긴 상황입니다. 이럴 때 그냥 “이따 저녁 시간 비워 두세요”라고 말하면 상대방의 사정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명령하는 거니까 부담을 주는 것입니다.

이렇게 말한다면 어떨까요? “오늘 저녁에 잠깐 시간 좀 내주실 수 있으세요?” 앞의 말보다는 확실히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문장입니다. ‘잠깐’이나 ‘좀’ 같은 단어들을 사용해서 상대방의 부담을 줄여준 것입니다.

그리고 행동을 요구하는 명령문 대신에 대답만 요구하는 의문문을 사용하니까 그만큼 부담이 줄어들게 됩니다. 더 나아가서 여기다 ‘혹시’ 같은 말을 붙여서 “혹시 이따 저녁 때 잠깐 시간 좀 내실 수 있으세요?”하는 식으로 말하면 가정(假定)이라는 방법을 통해서 상대방의 부담을 조금 더 줄여줄 수 있게 됩니다.

부담을 줄이고 혜택을 많이 주는 것, 신용카드 회사의 마케팅 구호만이 아닙니다. 우리의 인간관계를 더 풍성하게 해 줄 비법이기도 합니다. 오늘의 과제입니다. 요령의 원리를 잘 활용해서 다른 사람에게 말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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