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살 난 의붓딸을 때려 숨지게 한 계모가 사망한 아이의 언니에게 살인 책임을 뒤집어 씌운 것으로 뒤늦게 밝혀져 국민을 충격에 몰아넣었다. 사건의 전모가 뒤늦게 밝혀진 것은 계모의 강요로 피해 사실을 제대로 말하지 못하던 언니가 늦게나마 변호인단에 학대 사실을 진술했기 때문이다.

 평소 계모의 학대에 시달렸던 이들 자매의 경우 학대의 증거가 두 차례나 발견되면서 개선할 기회가 있었지만, 계모의 허위 해명과 부모의 협박에 의한 아이의 진술 번복으로 무위에 그쳤다는 점에서 주위의 관심 부족이 아이를 사망에까지 몰아간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이번 사건의 경우 학교나 경찰 등 관계 기관이 인지했음에도 미연에 방지하지 못했다는 것은 그만큼 세심하게 아이를 관찰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으로 여겨진다.

학대의 증거를 발견한 교사가 보건복지부에 신고를 했지만 “계단에서 넘어졌다”는 계모의 해명이 그대로 받아들여졌는가 하면, 언니가 “계모한테 맞았다”며 지구대에 직접 신고했지만 부모의 협박에 못 이긴 아이가 말을 바꾸자 그냥 넘어갔고, 아동상담기관이 사건을 조사했으나 그조차 비극을 막지는 못했다. 좀 더 신중하고 치밀하게 조사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선진 외국의 경우와 달리 어린이들에 가해지는 각종 체벌 등에 그저 해당 가정에서의 문제라고 도외시 한 채 법보다는 가정 안에서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했던 것도 사실이다.

다행히 최근 들어 사회적인 인식이 높아지면서 아동학대 문제가 조금씩 다뤄지며 일반인들에게 문제의식을 던져주고 있지만 아직도 아동이 치명적인 물리적 상처를 받았을 때에나 이슈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나치게 교육적인 측면만을 강조해 온 사회의 인식으로 아동들의 피해를 양산시켜 왔으며, 장기간에 걸친 경기 불황으로 인해 피해 아동이 더욱 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사회가 급격히 변화하면서 빈곤가정과 결손가정이 늘면서 아동학대, 비행 등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는 만큼 아동학대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대처 방안이 요구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아동학대는 아동 신체에 직접적인 폭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이해하지만 신체 폭력 이외에도 정서 학대, 방임, 신체, 성 학대 등 다양한 유형의 학대 또한 심각해 세심한 관심이 요구된다.

아동학대는 후유증이 심각하고 치료를 위한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 뿐 아니라 사회적 부적응, 폭력의 세습과 같은 사회적 문제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미연에 방지할 수 있도록 주위의 관심이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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