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고 이혼한 뒤 친정 부모에게 맡기고 새 삶을 찾아 재혼해야만 했던 30대 후반의 한 여성이 우리를 슬프게 하는 사연을 전하고 있다.

그녀는 전남편과 헤어지면서 당시 미호적 상태의 두 살배기 딸을 자신의 친정 부모의 호적에 올려 자매로 둔갑시키고 재혼을 꿈꿨다. 세월이 빠르게 흘러 어느새 어린 딸이 일곱살이 됐고 올해 2월 드디어 재혼에 성공했단다.

양심에 가책(?)을 느꼈었는지 그녀는 자신의 새 남편에게 이런 처지를 설명하고 드디어 딸과의 신원관계 회복에 나섰다. 딸을 데리고 해외에 나가 새로운 장밋빛 인생을 펼칠 꿈과 계획도 단단하게 짰단다.

결심이 선 만큼 신속하게 그 방법을 찾아 이리저리 뛰었고 자신의 친딸을 실질적으로 찾기보다 입양하는 나름의 답을 선택했다. 이어 관할 대전지방법원에 자신의 친딸을 입양하겠다며 미성년 입양허가 신청을 냈었다.

하지만 16일 법원은 이 여인의 청구를 단호하게 기각했다. 이유인즉, 가족관계등록부는 우리 국민 모두에게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운영돼야 한다는 전제 아래 이 건은 비록 가족관계등록부상 언니가 동생을 입양하는 모양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친모가 친딸의 양모가 되는 것인 만큼 보편적 합리성을 크게 벗어났다는 것이다.

특히 담당 재판부는 이 여인의 재혼 생활이 앞으로 안정된다면 그 요건을 제대로 갖춰 친모의 지위를 되찾는 등 친딸과의 모녀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고 설명해 줬다.

이는 그녀가 진정한 모녀관계를 회복하는 데 있어서 갖는 그 긍정적인 목적도 반드시 합리적이어야 함은 물론 절차 역시 제대로 갖춰야만 한다는 지적이 아닐 수 없다. 그래야만 우리 국민 모두에게 똑같은 합리적인 기준이 적용될 것이 아니겠는가?

생각하면, 최근 우리 사회의 가파른 이혼과 재혼율은 적잖은 사회적 병리현상을 동반하고 있고 이 여인의 나름 딱한 사연은 분명히 안타까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네 법원이 보인 이런 단호한 입장은 가슴에 깊이 새겨야 할 교훈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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