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과 달리 어제 장애인의날은 특별한 행사 없이 조용히 지나갔다. 세월호 충격 속에 모든 행사가 취소되다 보니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나 이날의 의미마저 퇴색돼서는 안 될 것이다.

그동안 장애인의날이 형식적인 행사에 치우쳐 정작 장애인들의 외면을 받아 온 면이 없지 않았던 터여서 시혜와 동정만 있는 ‘장애인의날’을 폐지하고 ‘장애 철폐의 날’로 정해 장애인 기본권 확보와 일반인과 동등한 대우를 원하는 장애인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였으면 한다.

장애인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성대한 기념식이나 일시적인 도움이 아니라 재활·자립을 위한 정책적인 배려인 것이다.

그동안 복지 문제가 국가적 화두로 대두되면서 장애인에 대한 정책이 상당 부분 개선되기는 했으나 장애인은 여전히 차별적인 사회구조 속에 놓여 있는 것이 현실이다. 차별 해소를 위해 소외되고 있는 장애인들에 대한 사회서비스와 의료 공공성, 교육, 복지와 장애인 인권 보장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사실 우리 주변의 편익시설을 둘러보더라도 장애인들이 일반인과 똑같이 행동하기에는 환경이 열악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리 사회가 선진국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장애인의 이동권과 생활에 대한 접근권이 보장돼야 한다.

교육이나 고용에서의 불평등은 더욱 큰 문제다. 장애인은 여전히 차별적인 사회구조 속에서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기본적인 권리인 노동의 기회조차 많은 부분 제한을 받는 것은 물론이고, 장애인에 있어 생명과 같은 교육을 받을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고용의 경우 장애인 의무고용비율을 지키지 않는 기업이나 정부기관이 허다하고, 심지어는 장애인을 개인의 치부수단으로 이용하는 시설까지 있다. 장애인에게 지급되는 정부지원금과 수당을 갈취하고 폭력마저 일삼는 예가 자주 보도되고 있음에서도 드러나는 일이다.

장애인은 사회 발전을 저해하는 장애 요소도 아니고 그들이 다른 사람이나 사회에 폐를 끼치는 것도 아니다. 장애인의날을 보내면서 이날을 계기로 아직 우리 사회에 여전히 남아 있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걷어내고 이들이 사회의 일원으로 모든 권리와 의무를 행사하며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데 우리 사회가 함께 노력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편견 없는 사회를 만드는 모두의 노력과 장애인 차별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의 대전환이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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