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20일 오전 희생자 시신을 확인한 유가족이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들아 일어나. 엄마랑 집에 가야지….”

‘세월호’ 여객선 침몰사고 닷새째인 20일 오전 10시께 전남 진도군 팽목항. 여객선 사망자 수습 소식을 듣고 팽목항 선착장으로 달려나온 강모(47·여)씨는 대기실에 들어서자마자 “빨리 집에 가자”며 말 없이 누워 있는 아들을 부둥켜 안고 오열하기 시작했다.

핏빛 하나 없는 창백한 피부, 굳게 입술을 다문 아들의 얼굴을 본 강 씨는 연신 “집에 가야지”를 반복하다 실신했다.

자식의 싸늘한 주검을 바라보며 울부짖는 부모와 사고 이후 닷새 동안 빗방울을 뿌리다 언제 그랬냐는 듯 화창해진 하늘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순간이다.

진도실내체육관에 머물고 있는 실종자 가족들은 이날 아침 일찍부터 사망자 수습 소식을 듣고 팽목항 선착장으로 달려갔다. 일부 가족들은 팽목항 사고대책상황실을 찾아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희생자의 인상착의를 게시한 내용을 살피며 혹시라도 자신의 자녀가 아닌지 확인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상황실에 게시된 희생자 명단에서 아들의 이름을 확인한 차모(45·여)씨는 울분을 토하다 실신, 현장 응급진료소로 옮겨져 응급처치를 받기도 했다.

오전 9시 50분께 밤샘 구조 작업에서 수습한 시신 13구가 해경 경비함정에 실려 팽목항에 들어왔다. 바다 멀리 경비함정이 육안으로 보일 때쯤 “제발…. 어떡해. 살려내”라는 탄성이 여기저기에서 터져나왔다. 일부 가족들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오열하기 시작했다.

이어 대기실에 들어선 가족들은 “누가 널 이렇게 만들었어. 집에 가야지. 딸아 왜 이러고 있어”를 연발하며 오열했다.

아들의 주검을 확인한 박모(50)씨는 “치밀어 오르는 분을 참을 수 없다. 애들이 죽어서 돌아오고 있는데 정부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세월호 침몰사고 실종자 시신을 운구하기 위해 현장에는 10여 대의 119구급대와 대원들이 배치됐다. 만약의 사고를 막기 위한 경찰병력 100여 명도 현장에 도열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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