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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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
소설가/기호일보 독자위원
  • 기호일보
  • 승인 2014.04.22
  •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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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원도 아닌 허드렛일하던 비정규직 아르바이트생이었습니다.” 정직원에 비해 임금과 처우가 열악했을 그녀는 책임을 다했다. 정작 승객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선장과 선원들은 자신의 목숨이 먼저라 수많은 생명을 나 몰라라 했는데 그녀는 자기 책임을 다하느라 꽃다운 나이 스물둘에 생을 마감했다.

고운 영혼 박지영을 의사자로 추대해 국립묘지에 모시자는 범국민 서명운동의 물결이 뜨겁다. 세월호 침몰 당시 박지영 양은 선장이 탈출한 배에 남아 승객 구조에 최선을 다했다.

 대답 없는 무전기에다 승객 보호 조치를 문의하는 그녀의 절박한 음성이 애절하다. 결국 탈출하라는 방송을 끝으로 그녀는 살신성인했다.

자신의 구명조끼를 학생들에게 벗어 주고 마지막까지 인명구조를 하다 숨졌다. 새봄처럼 아롱아롱 여린 연둣빛 스물둘, 이제 겨우 성년의 문턱을 들어선 고운 나이인데 생사의 갈림길에서 얼마나 두려웠을까.

죽음의 공포를 누르고 마지막까지 승객 구조에 최선으로 자신의 임무를 다했는데 당연히 국립묘지에 안식처를 마련해 모셔야 마땅할 것 같다. 아고라에 서명운동을 시작하자마자 10만 명 서명 목표에 벌써 2만여 명의 국민이 서명을 했다.

영웅은 시대가 만든다고 했다. 평화롭고 안정된 사회는 영웅이 필요하지 않다. 가장 이상적인 유토피아는 시무룩해진 영웅들이 게으르게 사는 곳이라고 했다.

우리나라에서 촬영을 시작해 관심을 모은 영화 ‘어벤저스’는 영웅팀 어벤저스의 활약상을 담은 이야기다. 악당을 물리치고 위험에서 사람을 구해내는 단순한 이야기 구조가 관객몰이를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어벤저스의 영웅들은 뽐내지도 잘난 척도 없이 오로지 세상의 평화를 위해 싸우기 때문이다.

영화 속은 격렬하고 극적인 사건으로 관객의 몰입을 최고조로 이끌어 유인하지만 현실에서는 아니길 바란다. 우리 사는 세상은 따뜻하고 조곤조곤 상냥하길 소망한다. 소망한다는 말 속에는 실제 우리 삶이 그렇지 못하다는 암시가 들어있다. 그렇다면 위기가 닥쳤을 때 안전 시스템이 얼마나 체계적으로 운용이 될까에 관심이 쏠린다. 선진과 후진을 가르는 기준은 위기관리 능력이 얼마나 잘 잡혀 있느냐에 달렸다.

세월호 사고 이후 매스컴에는 수많은 전문가가 등장했고 등장할 예정이다. 사고 전후에 대한 전문가의 변은 넘치고 넘쳐난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잘못을 후벼 파 내면 아프다. ‘아픈 만큼 성숙해지고’는 유행가 가사에만 존재하는 것인지, 국가적인 대형 재난에 어설픈 대응을 반복하는 것을 보는 국민의 마음에 분노 게이지 상승은 당연하다.

선거를 코앞에 둔 정치인도 정부 책임자도 기적을 바라는 국민의 정서를 제대로 이해했으면 좋겠다. 나를 포함한 보통의 국민은 집단 우울증에 걸릴 것만 같다. 개운치 않는 행태를 보면서 답답하고 날짜가 지나면서 무기력증에 빠져드는 느낌이다.

침몰 엿새째인 21일 해경함정 90척, 민간어선 90척, 헬기 34대, 잠수사 등 구조대원 556명을 투입해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한다. 조류가 가장 느려지고 수위도 낮은 ‘조소기’인지라 파고나 시계 확보도 양호하다니 일사불란한 체계로 국민의 상처난 가슴을 안아 줬으면 좋겠다.

영웅이 필요하지 않은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할 정치인이 6월 선거에서 나왔으면 좋겠고, 나아가 적재적소의 수장이 살신성인의 모습을 보이는 나라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입만 야무진 지도자들 때문에 누적된 피로로 국민들의 가슴은 답답하다.

“박지영 양, 그대를 국립묘지로 찾아가 참배할 수 있게 된다면 더없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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