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사고 유가족들이 장례식 비용 문제로 두 번 울었다.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가족의 발인을 앞에 두고 있지만 장례식 비용을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기 때문이다.

유가족들의 장례비용을 책임져야 할 청해진해운은 결재권자가 부재 중이라는 이유로 희생자들의 비용 지원을 외면하고 있다. 인천시와 빈소를 제공한 인하대병원 장례식장 역시 행정절차만 들먹이며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아 자칫 발인까지 연기할 위기다.

인하대병원 장례식장에 빈소가 마련된 세월호 희생자는 고(故) 백평권 씨와 고 박지영 씨로 둘 다 22일 발인이 예정돼 있다. 하지만 모든 책임을 져야 할 청해진해운이 장례비용 계산을 거부하면서 문제가 커졌다.

청해진해운 관계자는 “결재권자가 병원에 입원해 장례비용을 처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일단 인천시에서 지급보증을 하고 추후 우리에게 구상권을 신청하는 방식으로 장례비용이 지원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세월호 침몰사고의 가장 큰 책임을 진 청해진해운이 유가족들의 장례비용을 인천시에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청해진해운은 앞서 부평승화원에 안치된 고 김기웅 씨와 고 정현선 씨 발인 당시에도 인천시와 정부의 설득 끝에 가까스로 장례비용을 지원해 전체적인 장례 일정에 차질을 빚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시 역시 발인 전날인 21일까지도 유족들이 장례비용 문제로 곤란을 겪고 있음에도 행정절차를 핑계로 장례비용 지원을 외면했다.

시는 장례식에 소요되는 비용은 지원할 수 있지만 상조비용은 지원할 수 없다며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시 비상대책본부 관계자는 “상조업체 비용을 지원할 수 있는 방법도, 돈도 없다”며 “정부에서 희생자들의 지원금 한도도 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시가 지원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못박았다.

고인이 안치된 인하대병원 장례식장 역시 시의 지급보증 대신 현금 결제를 지속적으로 요구하다 인천시가 지급보증 공문을 보낼 경우에만 처리가 가능하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사고를 낸 청해진해운은 물론 인천시와 인하대병원 장례식장 모두 자신들의 입장만 내세우며 유족들의 가슴에 또 한 번의 대못을 박았다.

이날 한 유가족은 “아직까지 장례비용 지원에 대해 전혀 들은 바가 없다”며 “그저 기다릴 뿐”이라고 하소연했다.

결국 이날 장례비용 실랑이는 오후 3시를 넘겨서야 인천시가 지급보증하는 것으로 희생자들의 장례비용 지원이 결정됐지만 유가족들은 가족의 장례식을 앞두고 눈물을 삼켜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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