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가 세월호 조난사고로 운명을 달리하신 분들의 명복을 비오며, 실종자들의 조기 구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더불어 유가족과 애타는 구조 소식을 기다리시는 가족·친지분들께도 용기를 잃지 마시라는 진심 어린 위로의 말씀을 드리는 바입니다.

지난 4월 16일 진도 해역에서 발생한 세월호 조난 참사를 직면해 엄청난 인명피해에 말로 다 할 수 없는 아픔을 억누르고 있다. 세계 1위의 선박건조국인 한국에서 20년이 넘은 일본 선박을 헐값에 사다가 이런 해선 참사가 발생했다는 것부터가 한심한 일 아닌가? 간단히 설명하기에 도저히 불가한 국가사회의 총체적인 부실이라는 것이 언론에 발표되는 중간평가이다. 심지어는 관계 공무원과 해운업자, 승무원 그리고 이용자 등 일부 국민의 안전의식 수준까지도 거론해 봐야 할 심각성을 피할 수 없다.

이번 사고는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 52분께 전남 진도군 병풍도 북방 3.3㎞ 해상에서 기울기 시작해 10시 25분 90도 이상 기울어지면서 11시 20분께 완전히 180도 침몰한 사고로서 탑승인원 476명 중 174명은 구조됐으나 302명은 사망자거나 실종자로서 현재도 안타까운 구조 작업이 계속되고 있는 역사상 최악의 선박 인명사고다.

사고의 내용을 들여다보자면 사고가 발생한 순간의 조치가 상식을 초월한 무책임 투성이라는 것이다.

배가 기울기 시작한 8시 52분부터 골든타임(황금시간대)인 1시간 동안을 선실에 갇힌 300여 명의 대피와 구조에 최선을 다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승무원 15명은 책무를 내팽개치고 자신들만 살겠다고 9시 50분께 해경 구조선박을 올라탔다 하니 인면수심의 살인자들이라 할 것이다. 특히 선장이라는 자는 수많은 승객의 생사가 달린 순간에 책임과 윤리를 저버리고 뻔뻔하게도 먼저 살겠다고 도망친 것은 외신(外信)의 말대로 ‘악마’라고 불려도 부족함이 있는 ‘나쁜 인간’이다.

더욱이 선실에 있는 승객들에게 “밖으로 나오면 위험하니 승객들은 방에서 움직이지 말라”는 방송을 8시 55분부터 9시 05분까지 10여 회 반복해 단원고 학생들과 일반 승객이 구명조끼를 입은 채 방송의 지시대로 바닷물이 들어오는 위험의 순간에도 객실에 머물게 만든 것은 고의적인 살인행위나 다름없다고 볼 것이다.

당시 파도도 잔잔한 편이고 수온도 차다고 하나 견딜 수 있는 바다였다. 정상적으로 탈출만 했어도 당시 구조를 위해 가까이 있었던 해경선과 상선들 그리고 어선들에서 구조가 충분했다.

사고를 보면서 필자는 ‘대한민국호’라는 더 큰 배를 국가안보의 관점에서 바라보게 된다. 1950년 6·25전쟁 발발 시 북한의 기습 남침으로 국가가 위태로울 때 국방장관이라는 자가 대통령에게 “점심을 평양에서 먹고, 저녁을 신의주에서 먹게 됩니다”라고 헛소리를 하다가 3일 만에 서울을 뺏기고 남으로 패퇴했었던 악몽이 있다.

정전 61년이 지난 지금 과연 ‘대한민국호’가 큰 파도와 부딪혀 견딜 수 있도록 훌륭한 승무원과 꼼꼼한 통신망 점검, 안전 대비훈련을 반복하면서 철저한 항해관리를 하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할 것이다.

자고로 전쟁이라는 것은 적에 의해 알지 못하는 시간에, 알지 못하는 장소로, 알지 못하는 방법으로 공격을 당해 시작된다. 초전에 전장 상황을 장악하지 못하면 주도권 상실로 이어지면서 패전의 위기로 몰리는 것이 전사의 교훈이다. 전쟁의 초전 3일간이 가장 중요한 시간이다.

유사시 세월호 조난사고 처리하듯이 허둥지둥 당황하거나 결정적인 시간을 날려버리거나 불필요한 데 에너지를 낭비한다면 ‘대한민국호’에 닥칠 위험은 상상을 초월한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국가안보의 악몽을 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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