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 가족은 말할 것도 없고 ‘세월호’ 선박 침몰 현장에서 구조된 학생들도 심한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앓고 있어 정신과 등 지속적인 치료가 요망되고 있다. 모두가 국가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당국은 피해자들을 두 번 울리고 있다는 보도다.

보도에 따르면 세월호 침몰사고 유가족들이 장례식 비용 문제로 또 한 번 울었다는 소식이다. 인하대병원 장례식장에 빈소가 마련된 세월호 희생자의 경우 장례비용을 놓고 선사는 인천시에, 인천시는 행정절차를 핑계로 장례비용 지원을 미루는 등 한때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는 것이다.

국민소득 2만~3만 달러를 구가하는 경제대국이라 자처하는 나라다. 부끄러운 행동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언어도단이다. 구태여 헌법상의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라는 조문과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는 등의 조항을 들추지 않아도 국가는 국민의 삶을 책임져야 한다.

정부는 사태 수습 후 고강도 문책인사로 강력히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마땅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자리에 따라 징계를 받음은 당연하다 하겠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이를 믿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또 소리만 요란할 뿐이라는 불신이 시민들 간에 팽배해 있다. 고위직들은 나름대로 회전문 이론에 따라 자리만을 달리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으레 그래 온 것처럼 이번에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 뿐일 것이란 것은 이 땅에 사는 시민이라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일 게다. 이를 미뤄 짐작할 수 있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 정치인들의 정신나간 돌출행동들이 그것이다.

온 국민이 슬픔에 침잠해 있는 와중에도 일각에서는 6·4 지방선거 출마 후보자들이 명함을 돌리는가 하면, 한 정치인은 실종자 가족도 타지 못하는 경비정을 타고 세월호 침몰 현장을 찾았다가 지탄을 받았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 모두가 국민 정서도 파악하지 못한 미욱한 행동들이다. 말할 것도 없이 이번 세월호 침몰사고는 국가 전체의 책임이다. 지금까지는 그래 왔다손 치더라도 이제부터는 절대로 안 된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 소재에 따라 엄히 문책이 따라야 하겠다. 이렇게 하는 것만이 우리 사회 고질병인 후진국형의 ‘안전불감증’을 고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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