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인들이 세월호 자원봉사를 위해 진도를 찾았다가 서둘러 자리를 뜨는 일이 벌어졌다.

"형제의 나라 터키에서 왔어요. 10년 넘게 한국에서 살았는데 모른 채 할 수 있나요."

24일 오전 실종자 가족이 모여 있는 진도군 실내체육관 앞에 터키인 4명이 음식조리기구를 내려놨다.

'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아울러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간절히 기원합니다. 형제의 나라 터키'라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걸며 애도를 표했다.

▲ 세월호 침몰사고 9일째인 24일 전남 진도실내체육관 앞에서 국내 거주 터키인들이 실종자 가족들에게 제공할 '케밥'을 만들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긴 꼬챙이에 꽂힌 고깃덩어리가 불에 서서히 익어가자 주위에 있던 자원봉사자들이 어리둥절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이들이 준비한 것은 케밥으로, 체육관 주변에서 음식을 제공하는 자원봉사 부스가 모두 설렁탕, 김치찌개 등 한식이어서 다소 생경하게 보였다.

이들은 주위 시선을 부담스러워하면서도 땀을 흘리며 케밥을 만들었고, 이들은 케밥을 체육관 안까지 직접 나르며 5시간 동안 봉사활동을 벌였다.

하지만 고기를 구워 케밥을 만드는 터키인 요리사들의 낯선 모습에 곧 다른 자원봉사 단체로부터 항의가 이어지기 시작했다. 이들은 "이곳이 축제 현장이냐"며 "식사도 하지 못한 가족들에게 고기냄새를 풍기는 것을 실례"라고 지적했다.

현장의 항의가 이어지자 결국 케밥봉사단은 준비한 음식의 절반도 나눠주지 못한 채 서둘러 자리를 떠야했다.

이들은 "식사를 제대로 못하는 실종자 가족분들과 자원봉사자 분들을 위해 도움이 되고 싶었다"며 "우리의 마음이 왜곡돼지 않길 바란다"고 눈시울을 붉힌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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