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령도행 하모니플라워호가 24일 짙은 해상 안개로 출항 통제돼 승객들이 배표를 환불받고 있다.
세월호 침몰 참사 이후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이 연일 몸살을 앓고 있다. 청해진해운과 한국해운조합 운항관리실 압수수색으로 검경 수사팀은 물론 취재진이 터미널에 상주하고 있는데다, 해상안개(해무)로 출항 자체가 통제되는 사태가 잦아지고 있어서다.

24일 오전 8시 50분께 소청·대청·백령도로 출항하려던 하모니플라워호가 해무로 통제됐다.
이 때문에 섬 주민은 물론 공사업체 직원, 해병대, 일반 관광객 등 300여 명의 승객들이 오전 11시가 지나도록 2시간 이상 기다렸지만 끝내 배를 탈 수 없었다.

승객 중에는 천안함 폭침과 세월호 침몰사고로 희생된 이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전몰군경유가족회 40여 명이 백령도로 들어갈 계획이었다.

유가족회 한 회원은 “세월호도 그렇고 안개가 항상 문제였는데 백령도로 갈 뾰족한 방법이 없는 것 같다”며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여기까지 왔는데 돌아가야 하니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승객들은 과도한 통제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백령도에 사는 김석만(54)씨는 “운항관리실에서 통제를 하면 어쩔 수 없지만 보통 때 같으면 떠나고도 남았다”며 “평소에 잘하지, 꼭 사고가 터지고 나야 이렇게 규정을 잘 지키는지 답답할 뿐”이라고 혀를 찼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승객과 배표 안내소 직원 간 마찰도 평소보다 늘고 있다. 이날도 해상 통제 등으로 배표를 환불받는 승객과 안내소 직원이 대합실이 떠나갈 정도로 언성을 높이며 실랑이하는 모습이 수차례 포착됐다.

이 뿐만 아니라 터미널 안팎에서 승객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상인들도 울상이다.

한 음식점 주인은 “국제여객터미널 이전 소식에 주변 상권이 침체된 상태인데 이번 사고로 손님이 더 줄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와 관련, 한국해운조합 운항관리실 관계자는 “봄에는 해무가 많다”며 “규정에 맞게 통제했을 뿐 세월호 때문에 기준을 강화한 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