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분이 제 이메일로 상담을 요청하셨더군요. “(전략) 상대방에게 주는 부담은 적게, 혜택은 많이 그리고 자신에게 주는 부담은 많이, 혜택은 적게 하는 것이 상대방을 존중하는 화법의 기본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나름대로 시도해 보고 있는데 좀 의문이 들어서 문의합니다.

사실 예의를 갖춰야 하는 사람과의 대화에서는 비교적 수월하게 존중의 말을 하는 것이 적용 가능한데 저희 가족과 대화를 할 때에는 쑥스럽기도 하고 오히려 거리감도 느껴지는 것 같아 꺼리게 되더군요. 가족이나 친구처럼 가까운 사람에게도 존중화법이 꼭 필요한 것인지요?”

정중어법(鄭重語法)이란 한마디로 자기중심적인 생각을 상대방 중심적으로 옮겨서 표현하는 것이고, 자기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상대방의 관점에서 표현하려는 것을 말합니다.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태도, 그리고 이것을 대화로 표현하는 정중어법은 원만한 인간관계의 열쇠가 됩니다.

 상대방에게 정중하지 않은 표현은 될 수 있는 대로 삼가고, 정중한 표현은 가능한 한 최대화하라는 것이 정중어법의 기본 원리이자 핵심(核心)입니다.

그런데 가족이나 친구처럼 사회적 거리가 가까울수록 정중어법을 사용하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가깝다는 이유로 함부로 말하게 되면 그 관계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들의 가정을 병들게 하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부부 사이의 갈등이 깊어지는 경우도 상대방에게 무시당했다는 생각 때문에 일어나는 경우가 많고 친구 사이, 부모·자녀 사이에서도 존중받지 못하고 무시당했다는 느낌이 관계를 가장 어렵게 만드는 요소가 됩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가까울수록 존중의 화법이 더 필요합니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자신이 ‘가깝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더 인정(認定)받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기 마련입니다. 자기 아내에게, 자기 남편에게, 자기 자녀에게, 자기 부모에게, 직장 동료에게 더 인정받고 존중받고 싶어한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가깝고 친하다는 이유로 함부로 말하거나 행동해서 관계가 어려워지는 경우들이 많아서 안타깝습니다. 아마 여러분도 경험이 있을지 모릅니다. 사실, 교양(敎養)이 무엇인가 하는 것을 정의(定義)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행복론」, 「잠 못 이루는 밤을 위하여」 등의 저자인 스위스 철학자 카를 힐티(Carl Hilty)는 “한 사람의 진정한 교양은 그 사람이 자기보다 낮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판가름된다”고 말했습니다.

교양뿐 아니라 인격의 척도(尺度)도 자기와 가까운 사람, 자기보다 낮은 사람을 어떻게 대접하느냐 하는 것에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다시 말해 상대적으로 나보다 힘이 약하고 사회적 지위가 낮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대하고, 나하고 가장 가까운 가족·이웃·친구·동료들에게 어떻게 대하느냐가 바로 인격의 반영(反映)이 된다는 말씀입니다.

독일의 인간관계 전문가 슈테판 그로스(Stefan F. Gross)가 쓴 「인간관계지능」에 따르면 감사(感謝)는 상대방에게 긍정적인 시각을 갖게 하는 대화법이고, 칭찬(稱讚)은 상대방에게 힘과 동기를 부여하는 대화법이며, 존중(尊重)은 상대방을 특별한 존재로 대우하는 대화법입니다.

이것들이 바로 인간관계지능을 결정하는 요소인 동시에 상대방에게 기쁨을 주고 자신의 인격을 고양(高揚)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을 어떻게 날마다의 대화에서 실천하느냐 하는 데에 있습니다.

 대화 가운데 감사와 칭찬, 존중을 얼마나 많이 하느냐에 따라 인간관계지능이 높을 수도 있고 낮을 수도 있습니다. 말본새는 말하는 사람의 인격을 드러냅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화의 연습은 곧 인격의 도야(陶冶)와도 연결돼 있습니다. 말을 하기는 쉽지만, 적절한 대화를 통해 관계를 세워 나가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날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서로 칭찬하며 서로 존중하는 대화를 나눈다면 우리 사는 사회가 조금 더 따뜻하게 되지 않을까요? 오늘의 과제입니다.

그동안 가족이나 친구처럼 가까운 사람들에게 어떻게 말해 왔는지 되돌아보고 고칠 점은 없는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