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구 부천원미경찰서 경비교통과/경장

 어느 날 아침이었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경찰서 교통민원실에 한 여성이 놀란 얼굴로 황급히 달려왔다.

그 여성에 따르면 교통법규 위반으로 경찰에게 단속된 사실이 없는데 ‘교통법규 위반 차량신고 관련 사실확인요청서’가 집으로 날아들어 왔다는 것이다. 요즘 세상이 하도 험하니 사기를 당한 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나 사실확인요청서에 바탕한 그녀 차량의 주행 동영상을 제시하자 교통법규 위반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대체 누가 이 영상을 촬영했느냐”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항의하는 그 여성에게 ‘국민공익신고제도’를 설명해 주고 나서야 격앙된 분위기가 가라앉긴 했지만 무언가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국민공익신고제도는 경찰관이 아닌 일반 운전자가 교통법규 위반 차량을 보면 블랙박스 영상 또는 스마트폰 등으로 촬영을 해 경찰에 신고, 범칙금 내지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이다.

특히 고속도로에서 갓길 운전, 도로 위에서 공포심마저 조장하는 난폭운전 등 경찰 단속의 눈을 피해 일어나는 교통법규 위반행위를 줄이기 위해 운전자들이 서로 감시자가 돼 스스로가 교통법규 위반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자 마련한 제도다.

2013년 경찰청에 신고 접수된 건은 25만여 건으로 전년도 12만 건을 크게 웃돌았다. 이젠 “경찰관이 안 봤으니까, 단속카메라가 없었으니까”하는 생각은 점점 설 자리를 잃을 듯하다.

‘사람을 거울로 삼는다’는 이인위경(以人爲鏡)이라는 말이 있다. 다른 사람의 카메라, 블랙박스가 자신의 잘못을 담는 거울이 돼 그것을 따갑게 꼬집어 낸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나라 태종이 보여 줬던 겸허함은커녕 파파라치의 부정적 인식을 앞세워 불쾌감을 감추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위반행위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느꼈을 불괘감은 어떠했을지 먼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한 사람의 교통 위반은 다른 사람들의 불편과 불안을 초래하고 더 나아가 교통사고의 주요한 요인이 된다는 사실은 누구나가 아는 바이다. 교통법규는 반드시 지켜야 할 사회적 약속이다.

국민공익신고제도가 꿈꾸는 세상은 늘어만 가는 법규 위반으로 곳곳에서 감시자와 거울이 돼야 하는 ‘불편한 세상’이 아니라, 남의 시선에 관계없이 스스로를 돌아보는 본연의 양심 거울이 있어 지켜져야 할 약속들이 지켜짐으로써 언젠가 이 제도가 퇴색할 날이 오는 그런 날이 아니겠는가.

이인위경이라는 말은 단속카메라와 스마트폰이 넘치는 요즘 세상에 이르러 더 크게 들려오는 것만 같다. 적어도 자신의 양심을 비춰 보는 거울이 없다면 말이다.

※이인위경(以人爲鏡)=중국 당나라 위징의 따가운 간언을 겸허히 받아들여 ‘정관의 치’를 이룩한 당 태종이 “사람이 거울에 자신을 비춰 보면 의관이 바른지를 알고, 역사를 거울로 삼으면 나라의 흥망성쇠의 도리를 알며, 사람을 거울로 삼으면 자신의 잘잘못을 알 수 있는 법이다”라는 말을 남긴 데서 비롯된 것으로 사람을 거울삼아 자신을 돌아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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