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과 샌프란시스코 간을 자동차로 여행할 때 식사와 주유, 물품 구매는 중간의 오리건 주에서 해결하는 것이 현명하다. 우리의 부가세와 비슷한 판매세가 이곳에서는 제로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주정부가 정한 세율에 의거 판매세를 납부하는데 0%에서 10%까지 천차만별이다.

아마존닷컴의 급성장 비결이 소비자 만족을 위한 끊임없는 혁신에서 비롯됐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온라인 판매세가 제로’인 까닭에 오프라인 매장보다 가격 우월성을 오랜 기간 누려 왔다는 사실이 오히려 더 크게 와 닿는다.

 미국 온라인 쇼핑몰 산업의 활황이 다른 한편으로 주정부의 세수 감소라는 그늘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지금 상·하원과 주정부 모두 이러한 세금 회피 영역에 대한 공습을 진행 중이다. 소위 ‘아마존稅’ 논쟁이다.

1990년대 초 일본의 아키하바라는 전자제품 쇼핑의 세계적 명소였다. 출장 간 샐러리맨들이 한 번쯤 들러봤을 법한 곳이다. 당시 일본산 카메라, 캠코더, 마이마이가 세계 최고라는 점이 주요 이유였지만 소비세도 3%에 불과해 10% 부가세에 익숙한 우리로선 은근히 심리적 구매욕이 생길 수밖에 없던 분위기였다.

사실 일본의 소비세는 치열한 역사를 품고 있다. 1989년 소비세 3%를 도입한 다케시타 총리, 1997년 다시 5%로 인상을 주도한 하시모토 총리 모두 이듬해 실각했는데, 소비세 인상에 따른 소비 위축과 물가 상승 여파로 지지도가 추락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는 지난 4월 소비세를 8%로 인상시켰다. 10월에는 10%까지 인상시킬 예정이다.

서민층의 조세저항이 심한데도 이토록 집요하게 추진하는 이유는 바로 GDP의 2.5배가 넘는 심각한 공공부채와 초고령화 사회의 고질적 문제인 재정 부담 때문이다. 달리 방법이 없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그래서인지 최근 발표된 NHK 여론조사에서도 54%의 일본인들은 아베노믹스 전반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기재부의 ‘2013년 세입·세출 마감’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세수입은 201조9천억 원인데, 최대 세수항목은 56조 원에 이르는 부가세이고 소득세(47조8천억 원)와 법인세(43조9천억 원)가 그 뒤를 잇고 있다. 세수효과가 나타나려면 이 3개 부문을 손대야 한다.

그런데 부가세율 인상은 일본 사례에서 보듯이 정권 교체를 감수할 정도의 절실함이 필요한 바, 통일과 같은 역사적 모멘텀이 없는 한 실행되기 어려울 듯싶다. 그나마 소득세 개편안은 작년 말 국회를 통과했고 법인세율 인상 건은 정계와 학계를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 중에 있다.

정작 걱정스러운 것은 미래의 변화로부터 다가오는 새로운 차원의 조세 리스크다.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테슬라社가 출시한 전기자동차 모델 S의 성능을 보자. 약 10시간 충전으로 480㎞ 정도를 주행할 수 있고, 시간당 최고 208㎞까지 달릴 수 있다.

자동차 수명과 직결된 누적 운행거리 문제는 없어져서 무제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게다가 거리마다 들어설 친환경 태양광 충전소에선 배터리를 2분 이내에 교체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된단다.

작년 유류세 관련 징수액이 대략 30조 원 정도로 추정되는데 향후 얼마나 영향을 받을지 아찔해진다. 이런 위험에 대응할 계획이 우리에게 있는가?

이제는 조세 징수도 투자자산처럼 포트폴리오 구성을 통해 위험을 분산시켜 관리해야 한다. 새로운 세수 원천도 적극적으로 발굴해 나가야 한다.

예컨대 조세정의 차원에서 방송에 단골로 오르내리는 ▶명화와 같은 고가의 동산에 대해 거래세와 양도차익세를 회피하지 못하도록 방법을 마련하고 ▶종교인들의 소득과 사유화에 대한 과세수준을 합리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이 밖에 ▶그동안 비과세였던 금융 파생상품에 대해 과세 방식을 시급히 결정하고 ▶국민 건강에 유해한 기호품의 조세 부담률도 적극적으로 상향화하는 등 다양하고 창의적인 접근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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