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로 주변에 가족 간 대화에 어려움을 호소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간관계에는 친구처럼 선택할 수 있는 관계도 있지만, 부모 형제처럼 고정된 관계가 있지요. 가족관계 가운데 부모 자녀나 형제 간은 선택할 수 없이 고정된 관계이기 때문에 문제가 좀 있더라도 일단 유지하는 것이 쉬운 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관계가 무너져서 부모와도 왕래를 하지 않고, 형제자매의 연도 끊고 지내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관계가 깨졌을 경우 상처가 가장 오랫동안 구성원 모두에게 남아 있는 것이 바로 가족입니다.

흔히 가족 사이의 대화는 제일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데 가족들하고 대화를 하다 보면 오히려 더 불편하고 관계가 나빠지는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왜 그럴까요? 가족 간 대화에는 양면성(兩面性)이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자기가 말하는 입장에 있을 때는 가족 사이니까 서로 이해해 줄 거라고 생각해서 거두절미하고 편하게 말하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듣는 입장에 있을 때는 상대방의 말투가 거칠다거나 예의를 갖추지 않았다거나 해서 조금만 거슬려도 쉽게 화를 내게 됩니다.

 그리고 자기가 화를 낼 때는 가족이니까 다 받아주기를 바라면서도 다른 가족이 자기한테 화를 내면 가족한테도 대접받지 못하고 무시당한다고 생각하니까 더 기분이 나빠집니다. 이렇게 가족들과 대화를 하면서는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커집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만나는 사람들과는 어느 정도 배려(配慮)해 가면서 말을 하는데, 가족들한테는 그냥 나오는 대로 말하는 경우가 많고, 그러다 보니 화도 쉽게 내게 되는 것이지요.

다른 곳에서는 다 실패하더라도 가정에서만은 사랑과 이해와 지지를 얻을 수 있는 곳이라고 여기시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밖의 일들을 더 잘하기 위해 원기를 회복하고 재충전하는 곳인 가정에서의 실제 모습은 이상(理想)과 상당한 괴리(乖離)가 있음을 알게 됩니다.

가족들끼리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는 따뜻한 말을 주고받으면서 재충전을 해야 할 텐데, 오히려 더 비평하는 말들을 많이 하는 것이 문제의 시발점입니다.

실제로 가족 대화의 내용을 분석해 보면 서로에 대한 비평(批評)이 상당히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가족들은 구성원 개인이 지향하는 목표도 있지만,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이뤄 가는 일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가족은 구성원 개인의 합보다 더 강하다고 하는 것이겠지요. 그러다 보니 가족 구성원으로서 서로에 대한 기대나 요구가 많아지고 간섭을 하고 비평을 하는 일도 많아지게 됩니다.

전문가들의 말을 빌리면 가족들은 대개 오랫동안 함께 생활해 왔기 때문에 서로가 가지고 있는 약점도 잘 알고 있어서 이런 약점을 도와주기 위해 비평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비평을 일컬어 ‘친밀(親密)한 비평(批評)’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친밀한 비평’ 역시 양면성이 있어서 한편으로는 상대방을 통제하려는 생각이 작용하고, 또 다른 편으로는 상대방과 연결되려는 생각이 작용합니다. 보통 이런 친밀한 비평에는 통제와 연결이라는 두 가지 의미가 한 덩어리로 섞여 있습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집에서 살이 쪄서 고민이라고 하는 자녀가 저녁 먹고 나서 또 빵을 먹겠다고 그러면 엄마는 뭐라고 말을 할까요? “그만 좀 먹어. 너 그렇게 살쪘다고 걱정하면서 또 빵을 먹으면 되겠니? 걱정을 하지 말거나 많이 먹지를 말거나 해야 되는 거 아니야?” 정도로 말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이 말은 한편으로는 빵을 그만 먹도록 ‘통제’하려는 것이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는 그 아이가 살찌는 것 때문에 자신이 염려하고 있다는 것을 ‘전달’하는 것이고, 이런 관심을 표현하면서 자녀와 ‘연결’되려는 것이거든요.

그렇지만 이런 말을 듣는 자녀는 엄마가 자신의 약점을 몰아세우는 것 같아 기분이 상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 엄마는 “엄마가 다 네가 걱정이 되니까 하는 말이야. 엄마가 널 사랑하니까 이런 말을 하지, 네가 남의 집 아이면 그런 말을 하겠니?”하면서 서운해 합니다.

의도(意圖)와는 달리 말이 왜곡돼 수용될 때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이 되고 맙니다. 그러기에 가정에서는, 그것이 아무리 듣는 사람을 염려해서 하는 ‘친밀한 비평’일지라도 비판, 지적보다는 감사, 칭찬, 존중의 언어가 꼭 필요합니다. 오늘의 과제입니다. 혹시 가족 간의 대화에서 어려움을 겪은 일은 없었는지 돌아보고 그 이유를 찾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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