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를 둘러싸고 긴장이 부쩍 고조되고 있다. 마치 한 세기 전 구한말 서세동점(西勢東漸) 시기, 나라가 위난에 처했을 때와 같은 전운이 감돌고 있다. 중국은 동북공정(東北工程)을 멈추지 않고 있으며 일본 또한 시시때때로 독도 분쟁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주목할 것은 근자 들어 중국은 우리 정부에 통보도 없이 우리의 이어도 방공식별구역을 무시하는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러시아도 전에 없이 대규모 군사훈련이 잦아지고 있다.

게다가 북한은 끊임없이 서해상에서 우리 측에 포 사격을 가하는 등 국지성 도발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러한 때에 새로운 국무총리가 내정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22일 정홍원 국무총리 후임에 안대희 전 대법관을 지명했다. 안 총리내정자는 총리에 지명된 직후 기자회견을 갖고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공직사회를 혁신해 국가와 사회의 기본 질서를 바로 세우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초임 검사 때부터 부정부패 척결을 위해 평생을 살아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새로 취임하는 총리는 공직비리 척결만으로는 안 된다. 총리는 더 이상 검찰이 아니다. 국정 전반을 총괄하는 총리가 돼야 한다. 안 총리내정자는 또 사회 혁신을 강조했다.

 ‘革新(혁신)’은 낡은 것을 바꾸거나 고쳐서 아주 새롭게 함을 말한다. ‘革’은 갓 벗겨 낸 짐승의 날가죽인 ‘피(皮)’를 무두질해 새롭게 만든 가죽을 뜻한다. 가죽을 손질하면 새롭게 변한다.

‘혁’자에는 이렇게 짐승 가죽의 털을 제거하고 손질하면 전혀 다른 것으로 변하기 때문에 새롭게 태어난다는 의미가 있다. 역대 정부들도 출범 초기에는 모두가 다 ‘혁신’을 내세웠으나 실패했다.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안 총리내정자는 따라다니는 별칭대로 국민검사다. 공직 말기에 대법관도 지냈다. 검찰이나 법관은 과거에 일어난 사건을 놓고 시비곡직(是非曲直)과 선악(善惡)을 가리는 자리다.

아직 도래하지 않은 사안을 놓고 연구하고 고민하고 처리하는 업무와는 거리가 멀다.

평생을 ‘범죄와의 전쟁’은 치렀을지 몰라도 국민들의 생활 안정 등 경제정책과 급변하는 국제사회 외교 업무에는 전혀 경험이 없는 순수 법조(法曹)인이다.

경제가 어렵다. 예부터 동양에서는 ‘민이식위천(民以食爲天)’이라 해 백성은 먹을 것을 하늘로 삼는다 했다. 법조 외길 인생을 살아온 인물에게 막중국사를 맡기면서 걱정이 앞서 하는 말이다.

일찍이 증자(曾子)는 “지도자는 뜻이 넓고 굳세지 않으면 안 된다. 임무가 무겁고 갈 길 또한 멀기 때문이다.-사불가이불홍의(士不可以不弘毅) 임중이도원(任重而道遠)”라고 했다.

짊어진 짐이 조금 무겁다고 해서 내려놓는 인물이라면 애당초 먼 길을 떠나지 아니함만 못하다. 안 총리내정자는 내정 직후 “먼저 마음이 무겁다. 총리에 지명됐다해서 전혀 기쁜 마음이 아니다. 그러나 총리직을 맡지 않으면 책임 회피라고 생각하기에 수락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조만간 대폭 개각이 예상된다. 안 총리내정자는 국무위원을 제청해야 한다. 그러잖아도 권부(權府)가 법조인 일색이다. 헤엄칠 줄 모르는 물고기로 하여금 바다를 지키게 하고, 날지 못하는 새로 하여금 제공권을 장악하라 하는 인사가 돼서는 안 된다.

그는 또 구래의 폐습에서 벗어나는 혁신을 한다 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이번에도 여지없이 ‘회전문 인사’가 단행된다면 사회의 변혁은 요원하다 하겠다. 어느 때보다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이 요청되는 시기다.

각자가 처한 위치에서, 자리에서 제 직분을 다할 때 정의는 이뤄지는 것이다. 사회 도처에 나타나고 있는 부작용은 상호 간 신뢰를 저버릴 때 발생한다. 신뢰의 원칙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

가령 우리는 누구도 고속도로를 역주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를 지키지 않는 행위가 신뢰의 원칙에 반하는 행위다. 법은 이것까지 보호하지 않는다. 사회구성원 상호 간 무너진 신뢰 구축이야말로 우리가 쌓아야 할 시급한 현안 중 하나다.

안 총리내정자는 청문회를 통과, 취임하게 되면 기술한 대로 난마처럼 얽혀 있는 국내외 현안을 풀어나가야 한다. 우리 헌법은 ‘책임총리’와 ‘의전총리’, 두 명의 총리를 두고 있지 않다. 정치사에 어느 총리로 남을 것이냐는 전적으로 총리 역할을 수행하는 본인의 역량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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