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도 후불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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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도 후불제
소설가/기호일보 독자위원
  • 기호일보
  • 승인 2014.05.27
  •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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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효하는 자식한테는 이미 준 재산이라도 재판하면 돌려받을 수 있다는데 그렇게라도 하고 싶네.”

세상에 안착할 수 있게 온갖 정성을 쏟아 키워 놓았더니 자기 몫 챙기는 데는 천리안으로 덤비고 자식 도리는 맹인 흉내라며 속상해 하신다. 일흔을 바라보는 연세에도 쟁쟁하신 친척 아주머니의 하소연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경제력도 사회적 지위도 아직까지는 여력이 되는지라 자식에게 대우받으며 영향력 행사를 하고 싶은 욕구도 있겠지만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아들과 며느리가 만만치 않다. 심기 불편해진 속내를 털어내 놓기는 했지만 내 자식인데 행여 흉이 되면 어쩌나 걱정도 하신다.

사건의 발단은 아주머니의 남편이 재산을 정리해서 대형 아파트 세 채를 샀는데 남편과 본인, 막내아들 명의로 구입했다 한다.

큰아들은 넓은 평수로 이사할 때 이미 큰돈을 보태 줬기에 미혼인 작은아들에게만 아파트 한 채를 사 줬는데 자기들이 받은 액수보다 더 많은 재산을 시동생에게 줬다고 시댁과 왕래를 끊었다 한다.

“아니, 상속이 끝난 것도 아니고 지들한테 떨어질 몫이 남았는데 벌써 저러니 준 것도 다 돌려받고 싶어.”
많아도 탈 없어도 탈인 게 돈이라더니 아주머니 집안의 고민은 많아서 탈이 난 경우다.

그러면서도 아들·며느리 꼴은 보기 싫지만 중학교에 입학한 손자는 마냥 사랑스러워 재산을 물려주고 싶어한다. 그 돈이 그 돈이지 할머니가 어린 손자에게 준 재산이 누구 몫이 되겠느냐며 한마디씩 거들었다.

가난이 싫어서 잘살아 보려고 이 악물며 악착스럽게 벌어 부자가 됐는데, 내 자식한테는 풍족한 삶을 살게 해 주고 싶어 아낌없이 내줬는데, 이런 대접으로 돌아오는 것에 분이 난다며 연신 하소연이다.

명절이고 제사고 싹 안면 몰수한 며느리와 아들에게 양육비며 교육비, 결혼비용 다 토해 내라고, 돈으로 갚기 싫으면 몸으로 때워라.

일주일에 한 번 안부 전화하고 본가 방문해서 식사며 집안 정리며 챙기고 나이든 부모 돌봐라. 충분히 니들한테 요구할 자격 있다. 이성보다는 감정이 앞선 날카로움이 듣기에 불편했다.

한 가지 묘안이라며 누가 제안을 했다. 효도 후불제를 시행하자는 것이다. 공들이고 돈 들인 자식에 대한 양육비와 나중에 부모 재산을 배분받으면 그에 합당한 대가를 부모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대신 노후가 풍족한 부모면 마음으로, 수입이 없어 빈곤한 부모면 최저생계비의 반은 부담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제안했다.

듣고 난 뒷맛이 씁쓸했다. 오죽했으면 마일리지 쌓은 것 돌려받아야 된다고 계약서를 쓰게 할까 서글픈 웃음이 나왔다. 그래도 허무맹랑한 제안이라고 던져버리기에는 짠해진다.

자식 키우는데 처음부터 대가를 바라는 부모야 없겠지만 늙어서 몸도 마음도 고달프고 외로워지면 마음이든 물질이든 자식에게 기대고 싶은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나도 지금이야 의지할 생각이 전혀 없지만 늙고 병들어 약해지고 외로워지면 자식 손에 기대고 싶어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효도 후불제는 유쾌하고 명랑한 거래가 돼야 아름답지 강요와 의무는 노여움과 수심으로 부모자식 간이라도 가슴이 팍팍해질 것 같다. 효도후불제, 해석하기 나름이겠지만 그냥 세태를 풍자하는 우스갯말로 흘려버리고 싶어진다.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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