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간에는, 특히 부부 사이에는 가능하면 운전 교습은 피하라고들 합니다. 실제로 자기 아내에게 자동차 운전을 가르치다가 싸움을 하게 돼서 이혼할 뻔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습니다. 왜 그럴까요? 자동차 운전은 자칫하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남편 입장에서는 안전운행을 위해 하나라도 더 상세히 알려 주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것입니다.

반대로 운전을 배우는 아내 입장에서는 생소한 기계(?)에 대해 배워야 하니까 불안한 마음이 있을 터인데 빨리 못 배운다고 잔소리를 들으니까 마음이 좋지 않겠지요.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인 언어학자 데보라 태넌 박사가 쓴 가족관계 대화에 관한 책이 있습니다. 원어 제목이 ‘I only say this because I love you’입니다.해석하면 ‘널 사랑하기 때문에 그 말을 했을 뿐이야’ 정도가 되겠습니다. 친밀한 비평을 해서 가족에게 상처를 주고 나면 꼭 하게 되는 말입니다.

그런데 좀 더 깊이 생각해 보면 분명히 ‘관심’이 있고 ‘사랑’하기 때문에 하는 말인데,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런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가족하고 같이 차를 타고 나가면 “옆에서 차 나와요. 브레이크 밟아야지요.”, “빨간불 들어왔어요. 속도 늦추세요.” 이런 말을 계속 하게 됩니다. 마치 옆에 교통경찰관 태우고 가는 것처럼 말입니다.

사실 가족이니까 구성원들끼리 연결돼 있고, 누가 운전을 하더라도 같이 협조한다는 속뜻이 있었을 텐데 밖으로 표현되는 것은 이래라 저래라 하는 통제의 의미가 되고 만 것입니다. 당연히 누군가가 자기를 통제한다고 느끼면 기분이 좋을 리 없습니다. 그러니까 “아, 그렇게 간섭하고 싶으면 당신이 운전해”하고 한마디 쏘아붙이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보면 말한 사람은 나름대로 도와준다고 열심히 거들었는데, 그런 말을 들으면 역시 민망하고 서운함을 느끼게 됩니다. 남의 비평도 들으면 기분이 좋지 않지만, 가족들이 비평을 하면 더 쉽게 기분이 상합니다.

대부분 가족들은 함께 지낸 시간이 많기 때문에 서로의 약점을 잘 알고 있고, 현재의 비평은 과거의 역사를 배경으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족이 비평을 하면 내 약점을 건드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방어적 마음과 함께 무언가 정말 잘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불안한 상태가 됩니다. 방어적인 마음과 불안한 심리는 실제로 비평하는 말이 아니더라도 비평하는 말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특징이 있습니다.

 가족들 사이에서는 본의 아니게 과거를 들추는 말들을 많이 하게 되는데 사소한 기억들일지라도 상대방의 기분을 매우 상하게 합니다.

어떤 사람이 아버지와 왕래를 하지 않는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 원인은 어려서부터 아버지가 자신만 보면 머리 모양이 그게 뭐냐고 비평을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젠 결혼도 하고 아이까지 낳았는데도 집에만 가면 여전히 그런 비평을 하셔서 “아버지, 저한테 뭐가 그렇게 불만이세요? 차라리 이젠 오지 않겠습니다”하고 나와서 다시는 찾아가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런 사소한 문제로 부자간의 연을 끊다니 참 마음 아픈 이야기였습니다.

가족 대화에서 꼭 염두에 두셔야 되는 것은 작은 마찰도 큰 폭발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쌓아 뒀던 것들이 한순간에 폭발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머리 모양이 그리 중요한 것도 아닌데, 아버지가 자신에게 늘 비평만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느 순간 그 한마디에 폭발을 하고 결별하게 된 것입니다.

이상하게도, 가족을 돌보고 관심을 기울인다는 것이 의견 충돌이나 하고자 하는 일을 못하도록 방해하는 것, 그리고 불만을 가지고 비난하는 것으로 표출될 수도 있습니다.

누구나 자신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것을 불쾌하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관심을 받고 싶어하지요. 그러나 이것이 방해나 비난으로 표현될 수 있기 때문에 언제나 폭발할 수 있는 위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리하겠습니다. ‘친밀한 비평’을 하게 될 경우 비평을 하시는 입장에서는 이 말이 비난이나 부당한 통제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고, 지속적으로 이런 말을 했을 경우에는 폭발의 위험도 담겨 있다는 것을 생각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가족이 자신에게 하는 비평을 듣게 되는 경우라면 표현되는 것 자체보다는 그 말 속에 담겨 있는 관심과 사랑의 마음을 읽으려는 노력과 가정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서 서로 협력하고 이해하려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오늘의 과제입니다. 여러분이 경험한 ‘친밀한 비평’은 무엇이었는지 생각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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