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본란에서 필자는 ‘무겁고 갈 길 또한 멀다’라는 제하에 지금은 낙마한 안대희 국무총리 내정자를 향해 증자의 말을 인용, “지도자는 뜻이 넓고 굳세지 않으면 안 된다. 임무가 무겁고 갈 길 또한 멀기 때문이다(士不可以不弘毅 任重而道遠)”라고 전제하고, 지도자의 길은 멀고 험하다.

맡은 바 책임이 무겁다고 도중에 그만두거나 내려놓아선 안 된다. 대단한 각오가 없으면 아예 시작도 하지 말라 했다.

국무총리와 장관에 대한 인사 검증은 엄격해야 한다. 청문회는 까다로울수록 좋다. 혹자들은 지금처럼 현미경 검증이라면 통과할 자 그 누가 있겠느냐고 한다. 어느 시대건 인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찾지 못할 뿐이다.

언젠가 인사를 논할 때 한 번 인용한 3천 년 전 얘기를 다시 꺼내 본다. 태공망(太公望) 또는 강태공(姜太公)으로 불리는 중국 주(周)나라 정치가 여상(呂尙)은 인재를 발탁하는 데 8가지를 검증하는 ‘팔징지법(八徵之法)’을 썼다.

첫째, 문지이언 이관기상(問之以言 以觀其詳):질문을 던져 일에 대한 전문지식이 있는지를 관찰하라.

둘째, 궁지이사 이관기변(窮之以辭 以觀其變):말로써 궁지에 몰아넣고 위기상황을 맞게 해 그 사람의 대처 능력을 관찰하라.

셋째, 여지간첩 이관기성(與之間諜 以觀其誠):사람으로 하여금 그 사람의 성실성을 관찰토록 하라.

넷째, 명백현문 이관기덕(明白顯問 以觀其德):명백한 질문으로 그 사람의 덕성을 살피라.

다섯째, 사지이재 이관기렴(使之以財 以觀其廉):재물을 맡겨 보아 그 사람의 청렴성을 관찰하라.

 여섯째, 시지이색 이관기정(試之以色 以觀其貞):여색으로 시험해 보아 그 사람의 정조관념을 살펴보라.

일곱째, 고지이난 이관기용(告之以難 以觀其勇):어려운 상황을 알려 주고 그 사람의 용기를 관찰하라.

여덟째, 취지이주 이관기태(醉之以酒 以觀其態):술을 마시게 해 취하게 한 후 그 사람의 취중 태도를 살피라.

오랜 세월이 흐른 태공망의 인재론이지만 오늘날 인사원칙으로 참고할 만하다 하겠다.

박근혜 대통령은 인사에서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정홍원 국무총리의 사의 표명과 안대희 내정자의 사퇴로 또 다른 새 국무총리 임명과 내각 개편을 앞두고 있다.

박근혜 새 정부 초대 국무총리 후보자였던 김용준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은 부동산 투기 등 각종 의혹으로 정부가 공식 출범하기도 전인 지난해 1월 29일 자진사퇴했다.

최근에는 대법관 출신인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가 로펌에서 전관예우를 받아 고액 수임료 수수 논란에 휩싸여 청문회를 직전에 두고 자진 사퇴했다. 이 외에도 축재와 도덕성의 흠결 등으로 도중 낙마한 장관급까지 합하면 그 수는 한둘이 아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모피아·해피아·국피아 등에 이어 법피아까지 신조어들을 마구 쏟아내고 있다. 오는 7월 30일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도 기다리고 있다.

 여야 각 정당들은 또 공천에서 그 인물에 그 인물을 내세울 것이 뻔하다. 이 또한 우리는 ‘정당피아’라는 또 다른 신조어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권부(權府)가 온통 X피아들로 가득 찼는데 누가 누구를 척결하고 쇄신할 수 있을까.

이명박정부 시절이다. 당시 정부는 ‘공정사회 구현을 위한 전관예우 근절 방안’을 마련했다. 법조인과 공직자들의 경력 세탁, 로펌 취업, 전관예우 등의 폐단을 바로잡는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공정사회 기준에서 가장 배치되는 것은 전관예우”라며 “이를 바로잡는 것은 소수가 불이익을 받을 수 있지만 국민 모두에게는 공정사회로 가는 하나의 큰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 발표가 2011년 6월 3일이었으니 이로부터 만 3년이 지났다. 이렇듯 우리가 봐 오듯이 제도가 없어서가 아니다. 전관예우는 여전하고 도처에서 X피아들이 포진돼 나라를 다스린다고 하고 있다.

날로 새롭게 하라 했는데 달라지는 게 없어 보인다. 공정사회를 구현하고 잘못된 국가를 개조하는 것이야말로 시급히 달성해야 하는 우리의 이상(理想)이다. 이의 실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리 사회 곳곳에 뿌리 깊이 박힌 X피아들을 척결하는 일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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