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후보자가 국무총리직을 맡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여론이 더욱 커지고 있다. 한 여론조사기관의 조사 결과 65.6%가 ‘사퇴해야 한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문 후보자의 강연과 칼럼 내용들 중 논란이 된 주요 대목은 “일본의 식민지배와 남북 분단은 하나님의 뜻”,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의 사과를 받을 필요없다”, “게으르고 자립심이 부족하고 남한테 신세지는 것이 우리 민족의 DNA”, “6·25는 미국을 붙잡기 위해 하나님이 주신 것”, “제주 4·3은 공산주의자들의 폭동” 등이다.

문 후보자는 비판 여론이 비등함에도 지난 12일 오전 “사과는 무슨 사과할 게 있느냐?”라고 했었으나, 4시간여 뒤엔 “오해의 소지가 생긴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고, 오후 7시 30분엔 다시 “일부 언론의 악의적이고 왜곡된 편집이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러더니 15일 오후에는 예정에 없이 기자회견을 자청해 “송구스럽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파문이 외국에까지 번지고 있다. 일본에서는 언론이 “위안부, 사과받을 필요없다”, “한국 민족의 DNA는 게으르고 자립심이 부족하고 남한테 신세지는 것”이라는 점을 집중 부각시키는가 하면, 네티즌들은 “보기드문 훌륭한 사람이다.

한국사회는 그를 비판하지 말라”고 뜨거운 성원(?)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중국의 네티즌들은 매국노를 뜻하는 ‘한간(汗簡)’이라는 단어까지 써 가며 욕설을 퍼붓고 있다고 한다. 정말 창피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문 후보자의 언행은 (그 중 일부가 교회 안에서 교회 신도들을 대상으로 해 행해졌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우리의 헌법정신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어서 더욱 문제가 크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헌법은 전문(前文)에서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라고 규정하고 있다.

말하자면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대한 긍지(矜持)와 이를 물려준 조상에 대한 경애(敬愛)의 마음을 지니고 자주독립과 민주주의 정신을 기초로 해 대한민국의 역사를 승계·발전시킴으로써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문 후보자는 “일본의 식민지배와 남북 분단은 하나님의 뜻”이라고 했다. 일본의 식민지배에 항거한 3·1운동과 독립투쟁이 ‘신의 뜻을 거역한 불손한 행동’이었다는 뜻인가? 한일합병에 동조한 친일인사들이 ‘신의 뜻을 따른 존경의 대상’이라는 뜻인가? 6·25전쟁을 일으킨 김일성이 ‘남북 분단과 미군의 한반도 주둔이라는 신의 뜻을 충실히 이행한 거룩한 사도(使徒)’였다는 뜻인가? 남침한 북한 공산군에 맞서 싸우고 통일을 이루고자 했던 국군들은 ‘남북 분단이라는 신의 뜻을 거역하는 사탄의 추종자’였다는 뜻인가? 또한 3·1절과 현충일을 국경일로 지정해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을 추모하는 것이 ‘신성모독(神聖冒瀆)’이란 말인가?

국가와 헌법의 관계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국가가 없으면 헌법이 있을 수 없고, 헌법이 없으면 국가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헌법정신을 부정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정체성(正體性)을 부정하는 것이 된다.

대통령이 취임 시 ‘헌법을 준수하겠다’고 선서하는 것은 헌법정신을 충실히 지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인데, 만일 헌법정신을 부정하는 사람이 ‘대통령을 보좌하면서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하는’ 국무총리직을 맡게 된다면, 결국 대통령의 안정적인 국정 수행마저 어렵게 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문 후보자와 관련한 파문이 국내외에서 자꾸 커지고 있으니 호국·보훈의 달에 도대체 이 무슨 창피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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