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시 양육비를 부담하기로 합의했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형사처벌 대상이 될까.

개인사업을 하던 A씨는 2011년 2월 아내와 이혼했다. 10대인 둘째딸 B양과 20대인 큰딸의 친권은 A씨가 갖고 양육비도 부담하기로 했다.

하지만 A씨는 두 딸을 거두지 않았다.

당분간만 봐달라며 전 아내에게 아이들을 맡겨두면서도 양육비는 주지 않았다. 4개월 뒤 전처는 더 이상 아이들을 돌볼 수 없다고 통보했다.

B양은 "나와 언니를 데려가 달라"고 아버지에게 말했다. A씨는 "먹고살 돈조차 없다"며 거절했고, 절망한 B양은 자살을 기도했다.

자매에게 뒤늦게 월세 방을 얻어주고 필요한 데 쓰라며 신용카드도 건넸지만, 이후 A씨와 아이들간 갈등은 심해졌다.

B양 자매가 새벽에 술을 마셨다는 이유로 A씨는 신용카드를 정지시키고 생활비 송금도 중단했다.

2012년 5월 집세를 못내 월셋집에서 쫓겨난 B양은 언니와 함께 할머니 댁으로 갔지만, 이듬해 2월 마음을 못 잡고 두 번째 자살을 시도했다. 당시 B양의 나이는 16세였다.

검찰은 자녀에 대한 보호·양육을 소홀히 하고 절망을 주는 말을 한 혐의(아동복지법상 방임 및 정서적 학대)로 A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10월을 선고했다. A씨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이혼 직후부터 B양의 두 번째 자살기도 사이에 있었던 방임·정서적 학대 행위를 모두 유죄로 판단한 결과다.

하지만 2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부(최종두 부장판사)는 원심을 깨고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했다고 22일 밝혔다. 경제적 지원이 끊겨 주거지를 잃는 등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한 때를 범죄 시점으로 봤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A씨의 재정지원 중단으로 B양은 할머니 집으로 거주를 옮겼지만 적응하지 못하고 가출하고, 자살을 기도했다"며 "이 시기 A씨가 B양에 대해 기본적인 보호·양육 및 치료를 소홀히 하는 방임행위를 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A씨가 전처에게 아동에 대한 보호·감독을 부탁해 (4개월간은) 아이들이 어머니의 보호를 받았다"며 "A씨가 전처에게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고 부양을 회피하는 듯한 말을 했다는 사실만으로 아동복지법상 방임행위를 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와 B양이 서로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폭언 등으로 인한 정서적 학대 혐의에 대해서는 원심처럼 유죄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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