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한 후배가 카카오톡으로 장문의 글을 보내왔다.

돌아가신 아버지와 고향 강릉에서 보냈던 어린 시절의 소중한 추억을 가슴 찡하게 담아냈다. 6월이면 늘 강릉 연곡천 상류에서 아버지와 함께했던 은어낚시의 추억이 떠오른다며 말이다.

비록 구식 대낚시에 가짜 플라이로 던졌지만 둘이서 하루에 은어 100마리를 거뜬하게 잡았단다.

맑은 물속에서 반짝이며 올라오는 은어를 보며 느꼈던 즐거움과 즉석에서 회를 치거나 튀김 혹은 구워서 먹었던 특별한 맛, 또 가끔은 낚시를 하다가 점심으로 끓여 주시던 라면 맛도 함께 전하며 마냥 신났다.

후배가 고등학생 때쯤인가 은어낚시 장비는 매우 좋아졌으나 정작 연곡천의 은어는 잘 잡히지 않았다. 그래도 대학 때까지 이어지던 은어낚시는 아버지가 병을 얻어 세상을 떠나신 뒤에….

세월이 빠르게 흘러 어느덧 후배도 지천명을 맞았다.

얼마 전 시골집에 내려가 문득 창고를 정리하다 보니 아직도 그대로 있는 아버지의 은어낚시 장비를 다시금 보고 무척 반가웠단다.

무조건 둘러매고 연곡천으로 나갔지만 낚싯줄을 묶는 것조차 서투른 자신의 모습, 또 어렵사리 던진 낚싯대에 불과 서너 번 손맛을 봤을 뿐인데 낚싯줄이 끊어지는 수모를 겪었단다.

그때 갑자기 귓가에 아버지가 “이놈아, 잘 좀 하지”하시며 호통을 치시는 소리가 들렸고 소스라치게 놀라 고개를 들어 그냥 허둥대던 모습에 이내 눈물을 핑 쏟았단다.

후배는 누구보다 굳센 의리와 정직한 마음, 그리고 성실성을 인정받고 있는 인물로 어린 시절 은어낚시가 지금의 그를 있게 한 모든 배움의 산실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 이후 끝없는 나락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 유병언을 보면 과연 그는 자신의 두 아들과 딸에게 어떤 소중한(?) 추억을 안겨 줬을까?

생각하면, 후배야! 네가 아버지와 함께했던 은어낚시의 추억담은 참으로 아름다운 사연이 아닐 수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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