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는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입니다. 주고받지 않는다면 그것은 더 이상 대화가 아닙니다. 일방적인 연설이나 훈계가 되고 맙니다. 대화할 때는 순서의 교대가 적절하게 이뤄져야 합니다.

말하는 역할과 듣는 역할이 고르게, 반복적으로 교대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때 조금 더 생각해 봐야 하는 것이 바로 정보의 양입니다.

대화의 기본이 되는 ‘협동의 원리’에는 네 가지의 원칙이 있는데 그 중 첫 번째가 ‘양(量)의 원칙’입니다. 필요한 만큼만 정보가 오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나치게 많은 양을 말하는 것이나 아니면 최소한의 정보만을 주는 것이나 모두 양의 원칙을 벗어나는 것으로 대화에 걸림돌이 됩니다.

두 번째는 ‘질(質)의 원칙’입니다. 예측하시는 대로 이것은 진실성과 관련이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말하는 사람이 거짓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나, 타당한 증거를 갖고 있지 않은 것은 말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거짓말은 다리가 짧다(A lie has short legs)’는 영국 속담이 있습니다. ‘거짓말은 다리가 짧으니 멀리 가지 못한다. 금방 들통 난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질의 원칙을 어기는 것, 쉽게 말해 거짓말은 자신의 행동을 숨기려는 의도에서 오는 것이기 때문에 인간관계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됩니다.

협동의 원리 중 세 번째 원칙은 ‘관련성(關聯性)의 원칙’입니다. 적합한 말을 하라는 것입니다. 적합하다는 것은 최소한 지금 말하는 화제와 관련이 있거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적절하다고 생각되는 경우를 말하는데요.

언어학자들에 따르면 사실상 대화를 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관련성의 원칙을 지키는 것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협동의 원리나 양의 원칙, 질의 원칙을 어긴다고 하더라도 관련성만 있다면 허용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다른 모든 원칙을 지키고 있어도 관련성이 없다면 좋은 대화가 될 수 없을 것입니다. 실제 대화를 생각해 보실까요?

엄마:너 도대체 몇 살이냐?
딸:열다섯 살이요.
엄마:이런! 답답하기는…. 나도 네가 몇 살인지 알고 묻는 거다. 열다섯 살씩이나 먹어 가지고 그런 생각도 못해?

이 대화에서는 왜 나이가 몇 살이냐는 질문을 했는지를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자기 나이를 협동적으로 적당한 양의 정보를 담아서(양의 원칙) 정확하고 진실하게(질의 원칙) 말했지만, 적합하지 않은 말을 했기 때문에 관련성의 원칙을 어긴 것이 됩니다.

이렇게 협동의 원리에 입각해서 양의 원칙과 질의 원칙을 잘 지켰다고 해서 올바른 대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거기에는 반드시 관련성의 원칙이 지켜져야 합니다.

한참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는데 화제와 상관없는 이야기가 불쑥 튀어나온다면 어떨까요. 여러분도 아마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양과 질 그리고 관련성 모두 바람직한 대화를 위한 필수요소입니다만, 그 중에서도 제일 중요한 것은 관련성의 원칙입니다. 오늘의 과제입니다. ‘질의 원칙’과 ‘관련성의 원칙’이라는 거울로 여러분의 평소 대화 습관을 비춰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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