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본부 중앙수사단이 강원도 고성 동부전선 GOP(일반전초)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에 대한 1차 중간수사 결과를 지난 6월 30일 발표했다. 수사팀에 따르면 임 병장은 부대원들이 자신을 “없는 사람처럼 대우했다”고 진술했고, 초소 근무일지 뒷면에 자신을 비하하는 낙서가 그려진 것을 본 뒤 격분해서 사건을 일으켰다고 한다.

또한 임 병장은 “소대 내 간부에게 뒤통수를 맞았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진술이 맞다면 이는 병영 내에 따돌림 등 인권침해가 존재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그런데 수일 전 관련 뉴스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 전쟁이 나면 “돌격 앞으로”하는 지휘관을 쏴 죽이고 싶다는 병사들이 많다고 하는 말을 듣고서인데, 이 말은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방송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이다.

하긴 새삼스러운 얘기는 아닐 듯하다. 30여 년 전 사병으로 군복무를 했던 내 주변에도 선임병에게서 신체적·정신적 괴롭힘을 당할 때 앙심을 품고 그런 얘기를 하던 동료 병사들이 몇몇 있었으니까.

군은 관심병사를 통상 A급(특별관리대상), B급(중점관리대상), C급(기본관리대상) 등 3개 등급으로 나눠 관리하고 있는데 A급은 자살계획을 시도했거나 경험한 자살우려자 등 사고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자들이라고 한다.

A급이었던 임 병장이 복무하던 22사단에만 관심병사가 모두 1천800명(A급 300명, B급 500명, C급 1천 명)으로 전체 병사의 20%에 달한다고 한다.

한편, 군 당국이 지난해 전군을 대상으로 ‘사고예측’ 판별검사를 실시한 결과 ‘위험군’으로 분류되는 장병이 2만 명에 달하고, ‘관심’을 요구하는 장병도 3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런 수치는 현재 전군 병력이 62만여 명 수준임을 감안할 때 전체의 8% 수준이다. 북한의 핵 개발과 미사일 발사도 두렵고 경계해야 할 일이지만, 아군의 총부리가 더 무섭다. 만일 전쟁이란 ‘실제 상황 하에서’ 총부리를 아군으로 돌리는 병사가 생긴다면 그 결과는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동서양의 많은 전쟁역사 속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폭탄 10개가 떨어지는 것보다 배신자 1명이 더 위험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관심병사’들을 ‘마치 움직이는 폭탄을 감시하듯’ 소극적으로 조심스럽게 다루는 것만으로는 적절한 대책이 될 수 없다. 오히려 군대 내의 인권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

혹자는 군대 내의 인권을 신장하면 ‘약한 군대’가 된다고 우려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인권을 신장해 ‘아군에 총부리를 돌리는 배신자(잠재적인 적군)’를 없앤다면 그것이야말로 ‘강한 군대’가 되는 것이고 ‘전투력을 증강’하는 길이 아닌가? 전투력 증강 차원에서 군대 내 인권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인권을 존중하는 자유민주주의국가다. 아무리 계급과 명령이 중시되는 군대라고 해도 인권의 사각지대가 돼서는 안 된다. ‘인권과 자유를 지키기 위해’ 아이들을 군대에 보내 고생시키는 것인데 ‘군대 내에 인권침해 사례가 빈발하다면’ 그 어떤 부모도 안심하고 아들을 군대에 보낼 수 없다.

우리 사회의 지도층 다수가 병역미필자이기 때문에 이런 문제에 무지한 것인가? 우리 사회의 지도층 아들들이 군대 내에서 ‘편한 보직’을 받기 때문에 이런 문제에 무관심한 것인가?

다음 번에 국방부 장관을 임명할 때에는 군대 내의 자살자를 3년 내에 50% 이상 줄일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을 내거는 사람을 공모해 임명했으면 좋겠다.

젊은 부부들에게 한 아이 더 낳으라고 권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 키운 아이 하나라도 덜 죽게 만드는 것이 국가가 더욱더 신경써서 해야 할 일이다. 세월호 사건이든 GOP 사건이든 젊은 아이들 합동영결식 장면을 더 이상 뉴스에서 보지 않게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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