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0일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晉三)정부가 과거 일본군 위안부(forced sexual slaves)의 강제성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한 ‘고노(河野)담화’(1993년 8월 3일)가 작성 과정에서 ‘한일 정부 간의 문안 조정이 있었다’는 내용의 검증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이 검증 결과가 고노담화를 훼손한 것으로 판단하고 강력한 대응을 천명했다.

그런데 ‘검증’은 새로운 발굴 자료를 가지고 기존의 사실(facts)을 수정하는 것이지 기존 외교문서를 재해석해서 자신의 주장을 합리화시키는 것은 아니다.

검증결과보고서에는 한국과의 고노담화 문안 조정에서 ▶위안소 설치에 관한 군의 관여 ▶위안부 모집 시 일본군의 관여 ▶위안부 모집 시의 강제성 등 3가지 핵심 논점을 거론했다.

구체적으로 일본 측 원안에는 ‘군 당국의 의향을 받은 업자’라는 표현이었지만 한국 측의 주장을 배려해 ‘군 당국의 요청을 받은 업자’라는 표현으로 수정됐다는 것이다.

그리고 위안소가 ‘군의 요청’에 의해 설치됐다는 내용도 한국과의 문구 조율에 의해 담은 것이지 결코 일본군이 요청한 바가 없다는 것이 진실이라는 궤변을 검증 결과로 내놓으며, 고노담화의 반성을 백지화하려는 저의(底意)를 드러낸 것이다.

‘고노담화’라는 것은 ‘위안부 관계 조사 결과 발표에 관한 고노 내각관방장관 담화(慰安婦關係調査結果發表に關する河野內閣官房長官談話)’의 약칭이다.

고노담화는 1993년 미야자와 내각의 고노 오헤이 내각관방장관이 1년 8개월간의 방위청 자료 총 361건의 자료조사를 발표한 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 기간 중 저지른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 동원이라는 반인륜적 여성인권유린 범죄를 반성하는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이다.

‘담화’라는 것은 정권 차원의 정식 결의이며, 결코 개인적인 부정 발언으로 효력이 인정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종전 후 48년 만에 위안부에 대한 전쟁범죄를 인정한 입장 변화는 사실상 공식 사과 수준에는 미흡하고 애매모호한 범죄 사실 인정이지만 한국뿐 아니라 중국·타이완·필리핀·인도네시아 등 피해당사국들이 일본의 공식적인 반성으로 받아들이고 과거사를 정리한 내용인 것이다.

그 반성의 연장선상에서 위안부에 대한 보상문제가 연계된 것인데, 일본은 양심적인 보상을 거부하면서 위안부로 인생을 망친 여성들의 명예를 짓밟고 있는 것이다.

고노담화 부정의 조짐은 지난 2월 일본 관방장관이 국회에서 위안부의 강제 연행 증거 미발견을 주장하고, 국제적인 반발에 부딪히자 3월 아베가 고노담화를 인정한다는 위장표현으로 위기를 넘겼다.

그러다가 아베, 이시하라 신타로, 하시모토 도루 등 극우정치인이 고노담화 폐지론과 수정론을 언론에 흘리더니 결국은 우려한 대로 6월 15일 아베정권은 고노담화가 역사적인 사실에 대한 반성이 아닌 ‘한일 간 정치적 협상물’에 불과하다는 폄훼를 하며 그나마 한일관계의 기본적인 준거(準據)로서의 고노담화를 백지화시키려는 후안무치한 짓을 저질렀다.

 이러한 일본의 파렴치한 외교행위는 한일 외교에 치명적인 결례를 범했을 뿐 아니라 역사적 사실로서의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정치화시킨 중대한 과오와 무지를 전세계에 자인(自認)한 것이다.

박근혜정부의 사실상 외교 단절 수준의 강력한 항일 외교기조는 결코 흔들려서는 안 된다. 과거사의 문제는 동북아 군사안보 문제와 별개로 구분해 필요하다면 미국의 양해 하에 사안별 중국·아세안과 공조를 통해서 강력한 응징을 하는 현재의 외교 방안은 타당하다.

세계적으로 일본이 도덕적 결함국가임을 홍보하는 것도 일환일 것이다. 다시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과 같은 외교적 과오를 범해서는 안 된다. 일본 아베정권이 역사적 진실을 손바닥으로 가리려는 우매함에 분노가 끓는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처럼 아베의 무모한 정치는 머지않아 종말을 고할 것이다. 그리고 역사는 아베를 가장 몰상식하고 반인륜적이며 역사를 왜곡한 정치인의 한 명으로 기록할 것이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