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난해 중국 지린(吉林)성에 있는 옌볜대학교에서 교환교수로 재직했었다. 그 기간 중 중국의 많은 지식인들과 공·사석에서 대화할 기회를 가졌었는데, 우리나라의 헌법재판소제도와 인권위원회제도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었으며 부러워하는 기색이 엿보였었다.

 그들에게 나는 “우리나라의 건국설화에 나오는 건국이념이 ‘홍익인간(弘益人間)’ 즉,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는 데 있으니 인권 존중은 우리나라의 국시(國是)와 마찬가지이며 특히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즉, 표현의 자유의 보장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장점”이라고 자랑하듯 떠벌렸었다.

그런데 금년 4월 초 세계 120여 개국 인권기구의 연합체인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의 ‘승인소위원회(SCA)’로부터 우리나라의 국가인권위원회가 ‘등급보류’ 판정을 받았다는 언론 보도가 나를 포함해 많은 국민들을 큰 충격에 빠뜨렸었다.

더욱이 그 이후에도 인권위에서는 부실 대응을 지속해 조만간 ‘등급강등’이 현실화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2001년 설립된 이래 2004년과 2008년에 연거푸 A등급을 받았던 국가인권위원회가 현재의 현병철 위원장 취임 이후 첫 평가에서 재심사 대상에 올랐으니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반기 재심사에서 등급이 낮아지면 투표권 박탈, 발언권 제한 등의 불이익을 받게 된다고 하니 국제사회에서 인권에 대해 말할 체면과 자격을 잃게 될 수 있다. 보통 70여 개국이 A등급을 받는다고 하니 한국이 ‘인권후진국’이라고 놀림을 받더라도 할 말이 없게 되는 것이다.

ICC는 “2008년 11월에 제안된 권고사항의 일부를 이행하지 않았고, 이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제공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선출과 임명 과정에서의 투명성 보장 ▶지도부 및 직원 구성의 다양성 보장 ▶인권위원과 직원의 활동에 대한 면책 규정 설치 및 독립성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인가. 경제성장과 민주주의 발전을 짧은 시간 동시에 이뤄낸 세계사 속의 희귀한 모범 사례로 소개되고 또 자랑하지 않았던가? 우리가 북한 정권을 비판하는 제1의 이유가 ‘인권 탄압’에 있지 않았던가?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라도 ‘인권 존중’이라는 자유민주주의의 확실한 우월성을 대내외에 실천해 보여야 하지 않겠는가?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 후보 시절 “5·16과 유신, 인혁당 등은 헌법가치가 훼손되고 대한민국의 정치 발전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며 관련자들에게 사과했었다.

그리고 “성장의 뒤편에 노동자의 희생이 있었고, 북한에 맞서 안보를 지켰던 이면에는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 사례들이 있었다”며 그런 일이 다시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고 당시의 언론은 전했었다.

집권여당과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의 당시 발언을 고려해 국가인권위원회의 위상 회복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노력이 미흡할 경우에는 대통령이 직접 챙겨야 한다고 본다.

작금의 상황을 보면 국가인권위원회가 스스로 그 위상 회복을 직접 실현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확실한 인권전문가에게 위원장과 위원을 맡기는 등 국가인권위원회의 전면 쇄신에 나서야 한다.

‘인권(人權)’이야말로 인류의 가장 보편적 가치이므로 인권을 존중하자는 데 좌파·우파가 나뉠 수 없으며, 국민이 행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데 진보·보수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우리나라의 인권 수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는 일이야말로 참된 ‘글로벌 스탠더드’에 다가서는 길이고 선진국 진입의 문턱을 넘어서는 일이 될 것이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의 선친이신 고(故)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역사의 부정적 평가요소를 씻어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박근혜 대통령이 재임기간 중 가장 관심을 가지고 힘써 일해야 할 분야가 바로 인권 개선 분야라고 말할 수 있다.

‘인권위의 위상 회복’을 비정상의 정상화, 국가혁신의 제1과제로 선정·추진함으로써 우리나라가 아시아 최고의 인권국가로서 살기 좋은 나라가 된다면 사람과 돈이 몰려 경제성장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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