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민은 유정복 시장을 선택했다.’
2014년 6·4 지방선거에서 인천시민은 인천시장에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힘 있는 시장론을 전면에 내세운 유정복 후보를 선택하면서 재선에 도전한 송영길 후보를 눌렀다.

각 단위 선거가 4년 전과는 확연히 대비되는 결과가 나타나 민심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보여 줬다. 시민들은 시장엔 보수후보를 선택하면서도 교육감은 진보성향인 이청연 전 전교조 인천지부장을 선택했다.

기초단체장 역시 10곳 중 7곳이 새누리당 및 보수성향 무소속 후보가, 나머지 3곳만 새정치민주연합이 가져갔다. 진보성향 구청장은 모두 고배를 마셨다.

본보는 4년 만에 달라진 인천 민심을 짚어보고 향후 인천의 정치지형을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유정복호(號), 세월호 역풍을 이겨내다
이번 선거에서 유정복 인천시장은 61만5천77표(49.95%)를 얻으며 59만3천555표(48.2%)에 그친 송영길 전 시장을 압도했다.

1.75%p로 나타난 1·2위 간 표차는 지난 1995년 민선1기 주민 직선투표가 시작된 이래 역대 인천시장 선거 최소 표차다.

   
 

이번 지방선거는 지난 4월 16일 전남 진도 해상에서 침몰한 세월호 참사의 영향이 표심을 지배한 선거였다.

안산단원고 학생을 포함, 총 476명의 탑승자 중 293명이 숨지고 11명이 실종된 유례없는 국가적 재난상황에 부딪친 정부는 사고 이후 정확한 탑승자 명단조차 파악하지 못하면서 사고 당일 이후 현재까지 단 한 명의 생명도 구하지 못했다.

정부기관의 무능함에 대한 분노와 오랜 기간 이어진 애도 분위기 속에 엄숙하고 조용한 분위기로 치러진 선거에서 유정복 후보는 전직 안행부 장관 경력과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라는 점에서 거센 정권심판론을 감내해야 했다.

더구나 유 후보가 초대 민선 김포시장직을 지낸데다, 김포지역 3선 국회의원을 지내는 등 인천지역에서 활동하지 않았다는 점도 선거 내내 약점으로 지목됐다.

그럼에도 유 후보는 중앙정부와 소통하는 ‘힘 있는 인천시장’론을 뚝심있게 내세우며 결국 인천시민들의 설득을 얻어냈다. 제3연륙교 건설과 루원시티 개발 등 대형 개발사업들이 고전을 면치 못한 이유가 중앙정부와의 소통 부재에서 기인했다는 점은 유 후보에 대한 호감과 기대감으로 작용했다.

이에 반해 공식 선거일 첫날 일정을 시청 앞 미래광장에 마련된 세월호 희생자 합동분향소 참배로 시작하면서 박근혜정권 심판론에 ‘올인’한 송 후보는 뚜렷한 현역의 이점을 살리지 못한 채 낙선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유 후보는 야권 성향이 짙은 부평구와 계양구, 그리고 남동구에서만 송 후보에게 근소하게 표심 대결에서 밀렸을 뿐 나머지 지역에서는 오히려 송 후보를 압도하며 당선의 영예를 안았다.

야권의 지나친 세월호 마케팅에 맞서 보수층의 표 결집도 유 후보의 당선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향후 4년간 인천시정을 이끌게 된 유정복 시장은 지지부진한 인천지역 현안 해결과 함께 자신의 핵심 공약인 교통인프라 확충을 위한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야 한다는 숙제를 안게 됐다.

유 시장의 구상대로 현안 해결의 단초가 마련된다면 인천지역에서 집권여당에 대한 지지도가 한동안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는 게 지역 정가의 분석이다.

#이청연 시교육감, 인천 최초의 진보 교육행정 이끈다
전국단위로는 두 번째로 주민들이 직접 투표에 나선 교육감 선거는 각 정당에서 후보자를 내지 않는데다 무작위로 기호를 배분한다는 점에서 그동안 ‘로또선거’라는 오명에 시달렸다. 이를 반영하듯 이번 인천지역 교육감 선거는 모두 4명의 후보자가 나서 근소한 표 대결 결과를 가져왔다.

일찌감치 진보진영 교육감 후보 단일화를 이뤄 낸 이청연 후보는 38만2천724표(31.89%)를 얻어 사상 두 번째 주민직선 교육감에 당선됐다.

이에 반해 보수성향 후보자들은 선거 막판까지 이어진 보수진영 단일화에 실패하며 표심 분열을 자초했다. 인하대학교 총장 출신의 이본수 후보는 32만7천839표(27.31%)를 얻었으며 6대 인천시의회 교육위원장 출신의 김영태 후보가 24만9천959표(20.82%), 인천대학교 총장 출신의 안경수 후보가 23만9천609표(19.96%)를 얻는 등 모든 후보가 20%에 근접한 지지율을 얻는 기현상을 보였다.

보수성향의 3명 후보가 어떻게든 단일화 논의를 이어갔을 경우 선거 결과가 전혀 다른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음을 짐작게 하는 선거 결과다.

일선 현장 교사로, 또 전교조 인천지부장 출신으로 주민직선 교육감직에 오른 이청연 교육감은 중학교 3학년 무상급식 등 개혁적인 방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다만,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인천시와 재정적·행정적 협력사항이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우려도 존

   
 
재하고 있다. 진보·개혁적 성향의 이청연 교육감과 집권여당 성향의 유정복 시장이 향후 4년간 인천교육 발전을 위해 협력적 행보를 이어갈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4년간의 인천 풀뿌리 진보정치 실험, 이대로 몰락하나
6·4 지방선거 광역의원 및 기초단체장 선거 결과는 인천지역 진보진영에 큰 충격을 안겼다.

4년 전 수도권 최초 진보구청장으로 취임한 조택상 동구청장과 배진교 남동구청장은 이번 선거에서 각각 재선에 도전장을 던졌으나 낙선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조택상 후보는 새정치민주연합 내 공천 갈등 속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전용철 전 동구 시의원과 진보개혁성향 표를 양분하는 악재 속에 이흥수 새누리당 후보를 넘어서지 못했다.
새정치연합 김기홍 전 시의원과 후보단일화를 통해 재선을 노린 배진교 후보 역시 장석현 새누리당 후보에게 석패했다.

광역의원 재선에 도전했던 강병수(부평3)·정수영(남구4)후보 역시 상대 후보에게 패배하면서 정의당은 4년 전 차지했던 기초단체장과 광역의원 등 4곳을 모두 내주게 됐다.

새정치연합 역시 남구와 부평구, 계양구 3곳에서만 재선에 성공했을 뿐 인천지역에 몰아친 여권 바람을 실감해야 했다(무소속 강화군 제외). 반면 유정복 인천시장을 당선시킨 새누리당은 인천지역 곳곳에서 압승을 거두며 안정적인 정치구도를 만들어 냈다.

세월호 침몰 참사의 후폭풍을 극복해 내고 중앙정부와의 소통을 강조한 유 시장과 정치적 구상을 함께 이룰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 선거전 승리 이상의 효과를 상당 기간 거둘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공천 과정의 금품 수수 논란 속에 강화군수 후보자를 전격 무공천한 새누리당 인천시당은 6곳의 기초단체장을 탈환하며 유정복 시장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광역의원 역시 35석 중 23석을 휩쓸며 향후 4년 안정된 시정 운영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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