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7·30 재·보궐선거 총력전에 돌입했다. 역대 최대인 전국 15개 선거구에서 치러지는 이번 재·보선은 규모는 물론 지역도 전국적으로 고루 분포해 ‘미니총선’의 성격이 강하다.

새누리당은 이번 재·보선에서 정치적 의미를 최대한 배제, 지역 일꾼을 뽑는 조용한 선거로 치른다는 게 기본 방침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전면적인 정권심판론을 내세우기보다는 ‘세월호 책임론’에 집중하는 한편, 수습 국면에서 내놓은 청와대의 ‘인사카드’가 오히려 국민을 실망시켰다는 점을 부각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여야는 특히 이번 선거 승부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수원 벨트’ 전선에 당력을 총집중한다는 전략이다.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은 ‘수원 벨트’(수원을·수원병·수원정)에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과 손학규 상임고문을 각각 ‘대표 장수’로 내세웠다. 따라서 수원지역은 두 사람의 활약 여부에 따라 여야의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여야가 이 두 사람을 ‘적진(敵陣)’에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는 점이다.

새누리당 임 전 실장이 출마하는 수원정(영통)은 지난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낙선한 새정치연합 김진표 전 의원이 3선을 했던 곳으로 삼성전자가 있어 소득 수준이 높지만 20~40대가 많아 야당세가 강한 특징을 보이고 있다.

새정치연합 손 고문이 공천을 받은 수원병(팔달)은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내리 5선을 한 곳으로 여당세가 강한 지역으로 꼽힌다. 새정치연합은 2011년 분당을 보궐선거 때처럼 손 고문이 보수 색채가 강한 지역에서 승리해 주길 기대하고 있다.

이 밖에 새누리당은 수원을(권선)과 병에 ‘지역 일꾼론’을 내세우며 정미경 전 의원과 김용남 변호사를 각각 공천했다.
새정치연합은 MBC 앵커 출신인 박광온 대변인(수원정)과 백혜련 전 검사(수원을)를 공천했다.
평택을에서는 새누리당의 정치 신인 유의동 후보와 새정치연합의 3선 의원 출신 정장선 후보의 대결 구도로 치러진다.

김포는 새누리당 홍철호 후보와 새정치연합 김두관 후보 간 맞대결이 펼쳐진다.

한편, 기타 정당 후보로는 ▶수원을 윤경선(진보당)·박석종(정의당) ▶수원병 임미숙(진보당)·이정미(정의당)·강방원(무소속)·이계종(무소속) ▶수원정 김식(진보당)·천호선(정의당)·정진우(노동당) ▶평택을 김득중(무소속) ▶김포 김성현(정의당)·이재포(무소속)·고의진(무소속) 등이다.

#여검사 출신 정치인 간 대결, 수원을
수원을은 새정치연합 신장용 전 의원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의원직 상실이 확정, 재선거가 결정된 곳이다. 이 지역은 야당 강세 지역으로 꼽힌다.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이 지역에서 새누리당 남경필 후보가 새정치연합 김진표 후보에게 1.23%p, 수원시장 선거에서도 여당 후보가 야당 후보에게 17%p 뒤진 바 있다.

   
 

이번 선거에서 수원을 지역은 여검사 출신 정치인들 간 이색 대결이 성사됐다. 새누리당은 정미경 전 의원을 여론조사 경선으로, 새정치연합은 백혜련 변호사를 전략공천을 통해 결정했다.

정 후보는 사시 38회, 백 후보는 사시 39회에 합격한 후 검사생활을 시작했다.

두 후보는 공직 마무리도 비슷했다. 정 후보는 노무현정부 시절인 2007년 6월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을 비판하는 책을 출간하고 검사직을 그만둔 뒤 18대 국회의원이 됐다.

백 후보는 2011년 11월 이명박정부 당시 대구지검 검사를 지내다 “정치 검찰이 부끄럽다”며 사표를 내고 당시 야당을 택했다.

대학도 같아 정 후보가 백 후보의 고려대 1년 선배로 동문이다.

#정치 신인 대 거물 정치인 경쟁, 수원병
수원병은 7·30 재·보선이 치러지는 ‘수원 3각 벨트’의 ‘심장부’이다. 지리적으로 수원을과 정을 사이에 두고 중심에 자리잡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새누리당 소속 남경필 지사의 ‘홈그라운드’라는 정치적 상징성도 갖고 있어서다.

   
 

이에 새정치연합은 손학규 고문을 선봉장에 내세웠다.

남 지사의 선친인 고(故) 남평우 전 의원이 1992년 14대 총선 때 당선된 이래 남 지사가 내리 5선을 지내기까지 22년 동안 ‘여당의 아성’으로 불린 수원병인 만큼, 경기지사 출신으로 수도권 내 영향력이 높은 손 후보를 ‘구원투수’로 출전시킬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정치적 고향’에서 재기 모색에 나선 손 후보의 재·보선 ‘구원등판’은 분당을 보궐에 이어 3년여 만이다. 팔달과 수원의 나머지 두 곳의 성적표에 향후 정치적 입지가 달려 있는 상황이다.

이에 맞서는 새누리당은 검사 출신의 40대 정치 신인인 김용남 후보를 내세웠다. ‘안방’을 지켜야 하는 ‘다윗’과 적진 공략에 나선 ‘골리앗’의 싸움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1970년생인 김 후보는 수원에서 태어나 이곳에서 초·중·고교를 나온 ‘수원 토박이’로 힘 있는 여당의 젊은 일꾼론을 내걸고 있다.

#MB맨 VS MBC맨 VS 노무현맨, 수원정
6·4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새정치연합 김진표 전 의원이 3선을 지낸 수원정은 야당세가 강한 곳이다. 실제 지방선거 당시 수원정은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새정치연합이 8만1천424표(58.3%)를 얻어 5만8천267표(41.7%)에 그친 새누리당을 압도했다. 수원시장 선거에서도 크게 앞섰다.

   
 

새누리당은 경제 관료 출신에 대통령실장을 지낸 임 전 대통령실장을 공천했다. 고소득·고학력층을 겨냥한 것이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MBC 보도국장 출신인 박광온 대변인을 전략공천했다.
정의당은 노무현정부에서 대변인과 홍보수석 등을 지낸 천호선 대표를 내세웠다.

이들 세 후보 모두 지역 연고는 없다.
새누리당 임 후보는 지역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인물론’을 내세우고 있다. 박 후보는 임 후보가 이명박정부 핵심 인물임을 강조, ‘MB정부 심판론’을 들고 나왔다.

이처럼 각각 후보가 MB맨, MBC맨, 노무현맨으로 나뉘면서 새정치연합과 정의당 간의 야권 연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젊은 피 대 중진 정치인, 평택을
평택을 지역구는 지난 1월 16일 새누리당 이재영 의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당선무효형이 확정되면서 재선거가 치러지게 됐다.

   
 

새누리당은 ‘반드시 수성’을 목표로 하고 있고, 새정치연합은 6·4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와 인천시장 자리를 모두 놓친 만큼 수도권 지역 선거에 임하는 각오가 각별하다.

평택을에 도전할 후보로는 새누리당의 정치 신인 유의동 후보와 새정치연합의 3선 의원 출신 정장선 후보다.

유 후보는 이한동 전 국무총리 비서로 정치에 입문해 류지영 국회의원의 보좌관, 박근혜 대통령 후보 중앙선대위원장 자료분석팀장 등을 거쳤다.

경쟁자인 정 후보는 이 지역에서 4~5대 도의원을 지내고 16~18대 국회의원을 지내는 등 평택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국회 내 몸싸움 등 폭력사태에 책임을 지겠다는 뜻에서 19대 총선에서는 불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

정 후보는 ‘통합의 정치를 복원하겠다’며 복귀 이유를 설명했다.

이들과 함께 ‘무소속 진보 단일 노동자 후보’로 나선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김득중 지부장도 변수다. 이 지역에 있는 쌍용차 공장 노동자들의 전폭적 응원을 받는데다 정의당과 통합진보당 등도 모두 김 후보를 지지, 야권 연대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상당수의 야당 표가 몰릴 수 있다.

#여야 간 극명하게 엇갈린 선거 전략, 김포
새누리당 소속 유정복 인천시장이 지방선거에 출마하며 공석이 된 김포는 7·30 재·보선 지역구 중 여야의 선거 전략이 선명하게 대비되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여야의 두 후보는 자신만의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 온 점에서 비슷하지만 컬러는 다르다.

새누리당 홍철호 후보는 김포 출신으로 농업전문학교에서 축산을 전공하고 자수성가한 사업가이다. 반면 새정치연합 김두관 후보는 남해 이장으로 시작해 경남지사를 거쳐 야당 대선 후보 경선까지 나온 중량급 정치인이다.

지역 일꾼을 뽑는 조용한 선거를 치르겠다는 새누리당과 박근혜정부 심판을 위한 ‘미니 총선’으로 판을 키우겠다는 새정치연합의 계산이 정확하게 맞서는 구도다.

김포는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인 유정복 시장이 내리 3선으로 당선된 만큼 전통적으로는 여당 지지 성향이 강한 지역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여당 텃밭이라고 속단할 수만은 없다. 6·4 지방선거에서는 새누리당 후보인 남경필 지사가 52.08%의 득표율로 새정치연합 김진표 후보를 4.89%p 앞섰지만, 같이 치러진 김포시장 선거에서는 새정치연합 소속인 유영록 시장이 48.28% 득표율로 새누리당 신광철 후보를 5.82%p 차로 이겼다.

새누리당 홍철호 후보는 ‘굽네치킨’ 브랜드로 치킨 프랜차이즈 사업을 성공시킨 이력을 바탕으로 지역 밀착형 ‘생활정치’를 부각시킨다는 전략이다.

이에 맞선 새정치연합 김두관 후보는 지역 연고는 없지만 ‘거물급 정치인’을 공천해야 한다는 바닥 정서를 고려해 당에서 전략적으로 내세운 카드다. 당의 불모지인 경남에서 ‘이장부터 도지사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라는 점을 부각시킨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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