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토록 바라던, 북한 인천AG 참가
북한이 2014 인천아시안게임 참가를 확정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안상수 민선4기 인천시장이 경쟁국을 제치고 아시안게임을 유치했을 때만 해도 인천은 물론 온 나라가 경사에 빠졌었다. 하지만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 침체는 2014인천AG를 애물단지로 전락시켰다.

주경기장을 새로 짓는 일로 몇 년째 주민 간 다툼이 진행됐고, 결국 경기장을 새로 짓기로 해 놓고도 민간투자 방식으로 할지, 자체 재정사업으로 할지 갈팡질팡했다.

애초 대대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기로 했던 정부마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유치되자 규모도 작고 성과도 크지 않은 인천AG를 천덕꾸러기로 여기는 듯했다. 결국 인천시와 인천지역 국회의원은 물론 인천시민이 정부 지원을 호소하는 100만 인 서명에 나서는 등 대회가 성공적으로 치러질 수 있도록 안간힘을 써야 했다.

대회 개최만큼 간절했던 게 북한 선수단 참가다. 45억 아시아인들의 화합과 평화를 외치는 축제에 한반도 반쪽인 북한 참가는 흥행 이상의 결과를 가져다준다. 그만큼 북한의 인천AG 참가는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정치적 파급력도 간과할 수 없다. 전통적인 한·미·일 공조가 위기를 맞고, 중국과 북한이 실리외교를 펼치는 등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한반도 정세를 평화적으로 이끌기 위한 승부처가 북한 AG 참가였다.

하지만 예견은 했을지언정 그 누구도 섣불리 단정짓지 못했다. 남북이 화해보다 대치 국면을 이어갔고,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북한 선수단의 인천AG 참가라는 기대는 그야말로 실낱같은 희망으로 여겨졌다.

# 북한 인천AG 참가 확정, ‘하늘이 인천을 도왔다’
북한은 5월 23일 “9월 인천 아시안게임에 참가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인천시는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이 끝난 직후부터 북한의 인천AG 참가를 타진해 왔다. 이듬해 3월에는 통일부 등 관계 부처를 설득해 인천AG에 북한 참가를 각종 남북 당국 간 회담 정식 의제로 상정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등 끈질긴 노력을 기울였다.

시는 한발 더 나아가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및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등 국제스포츠 기구에도 북한 참여를 건의했다.

당시 시는 북한의 AG 참가 성사 시나리오도 만들었다. 북한 선수단 및 응원단의 수송에서부터 출입국 심사, 안전대책 등 각종 지원책을 발표했다. 남북 화해 AG 프로그램으로 백두산과 한라산 등 남북 공동 성화 봉송 코스도 개발했다.

여기에 남북 선수단 공동 입장과 사이클 및 마라톤 등 남북 연계 코스 개발, 남북한 선수단 개·폐회식 공

   
 
동 입장 등 만반의 준비를 다했다.

그만큼 인천AG 성공 개최를 위해 북한 선수단 참가는 포기할 수 없는 카드였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6월 OCA가 북측에 인천AG 참가를 공식으로 요청하는 희소식이 전해졌다.

알사바 OCA 회장이 당시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에게서 2014 인천AG 참가에 대한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는 깜짝 발표를 하며 북한 선수단 인천AG 참가가 급물살을 타게 됐다.

이 같은 기대는 지난 1월 21일 북한이 인천AG에 북한 남녀 축구팀 참가 의사를 밝히면서 확신으로 굳어졌다.

화해 무드는 중국 광저우(廣州)에서 열린 남북 친선 축구 ‘인천평화컵 국제유소년축구대회 왕중왕전’으로 이어졌다. 당시 인천 유나이티드 산하 광성중학교팀과 평양 4·25 청소년축구팀, 인천 유나이티드와 4·25 축구단 성인팀 경기가 치러졌다.

# 김영수 인천조직위원장, “북한, 최대 규모 참가할 것”
김영수 인천조직위원장은 지난 1일 인천AG 개·폐회식 기자회견에서 “북한 선수단이 기존 인원보다 훨씬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달 OCA에 인천AG에 참가하는 엔트리를 제출한 상태였다. 남녀 축구를 비롯해 수영·양궁·육상·복싱·유도·체조·사격 등 14개 종목에 선수 150명(남 70명, 여 80명)을 파견하기로 통보했다.

김 조직위원장은 “OCA가 북한과 연락한 결과 선수단 규모가 더 늘어날 것”이라며 “선수들이 얼마나 늘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임원진 등 참가 규모가 늘어나는 것은 맞다”고 강조했다.

# 북한 참가가 가져올 효과, ‘대박이거나 상상초월’
북한이 인천행을 확정함으로써 이번 대회는 아시아인의 축제 그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됐다.
먼저 한반도 평화에 대한 메시지를 전세계에 알릴 수 있는 기회의 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북한이 한국에서 열리는 국제대회에 참가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한반도 핵 확산, 전쟁 등의 불안 요소도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

대회 흥행에 대한 기대 또한 높아지고 있다. 아시안게임은 올림픽이나 월드컵에 비해 상대적으로 흥행 요소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북한 참가는 이 같은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호재다.

북한은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과 2003년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에 응원단을 파견, 세간의 눈길을 끈 바 있다. 응원단으로 한국에 온 여성들의 미모는 물론 응원 솜씨, 복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대회 흥행에 톡톡한 역할을 했다.

   
 

특히 응원단 파견은 관람석 점유율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인천조직위의 기대다.

# 북한 선수단 참가, 남북 단일팀과 공동 응원·입장으로 이어질까
유정복 민선6기 인천시장은 북한 선수단 참가에 대해선 일단 정부와 호흡을 같이하고 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 등 통일부가 ‘신중론’을 취하는 상황에서 정부와 마찰을 빚는 행보를 최소화하려는 의지가 담긴 모양새다.

통일부는 현재 오는 9~10월 인천아시안게임에 북측이 참가 의사를 통보해 온 것과 관련해 단일팀 구성 등 후속 조치에 대해선 즉답을 피하고 있다. 남북한 단일팀과 공동 응원, 공동 입장 등 관련 문제는 현 남북관계 상황과 국민 정서 등을 고려해 결정하겠다는 신중론을 펴고 있다.

유 시장 역시 인천아시안게임 남북단일팀과 응원 등에 대해 기자간담회를 통해 “순수한 스포츠 교류를 바탕으로 하되 정부와 협의해서 판단하겠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회 개최까지 시간이 촉박하고, 시가 개최지라는 명분만 있을 뿐 단일팀을 운운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판단이 담긴 행보로 풀이된다.

반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백두산에서 성화를 채화하는 것은 충분히 정부에 건의할 수 있다”는 긍정적 답변도 내놓는 등 남은 2개월간 한반도 정세 변화에 따라 얼마든지 입장이 바뀔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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