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인천아시아경기대회의 선수단 파견에 이어 국제행사의 흥행몰이 요소로 꼽히는 응원단까지 전격 파견하기로 했다.
북한은 지난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과 2003년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에 300여 명의 대규모 응원단을 보낸 바 있으며, 2005년 열린 인천 아시아육상대회에는 101명의 응원단과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부인인 리설주도 함께 왔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화제를 모았다.
북한 선수단 및 응원단의 인천AG 참가를 계기로 부산AG 사례를 되돌아보며 성공적인 인천AG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살펴본다. <편집자 주>

# 북한 참가의 의미
북한의 부산AG 참가는 대회의 가치를 여러 측면에서 크게 드높이는 계기로 작용했다.

부산시에 따르면 북한의 대회 참가는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부산AG의 입장권 판매에 활기를 불어넣으며 조직위의 각종 수익사업 활성화로 이어졌다. 또한 아시아 변방의 한낱 ‘작은 행사’로 비쳐졌을 아시안게임에 전세계 언론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등 성공적인 대회로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하게 된다.

   
 

실제 부산AG는 북한의 참가 결정 이전 개·폐회식과 축구 경기 등 일부 종목을 제외하고는 각 경기장의 입장권이 제대로 팔리지 않아 고전한 바 있다. 그러나 북한의 참가 이후로 관람객들이 넘쳐났으며, 대기업 등의 무관심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휘장사업 등 수익사업도 분위기가 반전해 흑자 대회로 거듭나는 효과를 가져왔다.

또한 국내외 전문가들은 “북한이 지금까지 남한에서 열린 단일 체육행사 때와는 달리 300명이 넘는 대규모 선수단을 파견한 것은 전무후무한 일이며, 이는 어떤 남북한 체육 교류보다 큰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부산AG는 테러·전쟁에 시달린 아프가니스탄이 참가하고 북한마저 출전해 명실상부한 ‘평화와 통일의 제전’으로, ‘남북관계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대회’로 그 이름을 남기게 됐다.

# 북한 응원단
부산AG의 또 다른 큰 의미 중 하나는 대규모 응원단 참가다.

북한은 부산AG 기간 18일 동안 361명(취주악대 150명, 예술단 125명, 승무원 68명, 기자 등 18명)으로 구성된 응원단을 파견한다. 이들은 원산에서 출발한 만경봉 92호를 이용해 부산의 다대포항 국제여객터미널로 도착한다.

이에 앞서 2002년 8월 남과 북은 제7차 남북장관급회담 준비를 위한 실무대표 접촉을 열고 개·폐회식 등 각종 문화·예술행사에 북한 예술단이 참가하고, 남한은 편의를 보장하며 적극 협력하는 5개 항에 합의했다.

이후 부산AG에 참가한 북한 응원단은 배에서 숙식하며 대회 행사와 경기 응원에 참가한다는 것과 체류경비는 방문자 측의 부담으로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남측이 최대한 편의를 제공한다는 합의를 하게 된다.

이에 따라 부산시는 참가 선수와 예술단의 활동을 적극 지원하기 위해 선수단은 조직위원회에서, 예술단은 부산시에서 맡아 활동지원체계를 수립·추진한다.

부산시는 북한 응원단 활동에 필요한 편의 제공과 관련 기관과의 원활한 업무 협조·조정 등 역할 분담을 위해 행정부시장을 추진본부장, 행정관리국장을 운영총괄관, 자치행정과장을 운영관으로 하는 전담팀을 구성·운영한다.

전담팀에서는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 해양수산청, 관세청 등의 유관기관과 선박 및 응원단의 입출국 절차 협의와 계류 장소인 다대포항 국제여객터미널에서의 환영·환송행사 준비, 숙박지인 선박에서 경기장까지의 수송대책 및 주차장 확보, 중식 등 응원활동 지원 대책, 문화행사 지원 대책, 의료·보건위생 지원, 관련 예산 확보 등의 세부 지원계획을 수립해 준비에 들어간다.

편의 제공에 소요되는 예산은 남북협력기금으로 집행하고, 통일부에 소요경비 8억7천100만 원을 신청함과 동시에 부산AG 북한참가범시민협의회를 구성, 민간 부분의 지원계획까지 수립했다.

또한 막바지까지 협상 대상이 됐던 깃발 사용 문제는 경기장 내에서 응원단의 인공기 사용은 중·소형 수기에 한해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기타 장소에서는 한반도기를 사용키로 했다. 또 국명의 사용은 남측·북측으로만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 북한 응원단의 활동
이러한 합의를 토대로 북한 응원단 30명은 아시안게임 공식경기가 진행되는 대회 첫날인 2002년 9월 29일 금정경기장에서 열린 농구 경기에서 첫 응원활동을 시작한다. 이날 오후에는 아시아드주경기장의 대회 개막식에 288명이 참가했다.

북측 미녀들로 구성된 취주악단은 통일된 율동과 짝짝이·깃발·부채 등의 색다른 응원도구를 동원해 시민들을 비롯한 세계 언론의 관심을 끌면서 아시안게임의 열기를 가속시켰다.

북측 응원단이 가는 곳이면 연일 경기장이 초만원을 이뤘고, 좌석 부족으로 되돌아가는 인파가 많아지면서 일부는 대회 운영에 불만을 토로키도 했다. 만경봉 92호가 정박한 다대포항에는 아침 일찍 응원단이 출발하는 모습과 저녁 늦게 숙소인 선박 내로 돌아오는 모습을 보기 위해 하루 종일 방문객이 줄을 이었다. 정박 18일 동안 이곳을 찾은 시민은 12만 명에 이른다.

2002년 9월 29일부터 10월 13일까지 12일 동안의 응원활동은 축구·농구·역도 등 11개 종목에서 총인원 5천480명이 참가했다. 북측은 응원단 활동 이후 연일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지자 입국 7일째 날 응원활동을 마친 후 정박지에 운집한 2천여 명의 시민들에게 20분간 즉석 공연을 펼쳐 팬 서비스를 하는 등 처음 냉소적인 반응에서 차츰 우리의 환대에 관심을 갖게 됐다.

   
 
특히 2002년 10월 13일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열린 한국 대 태국의 남자축구 3-4위 결정전에 북측 응원단 270명이 참가해 남측 대표를 열렬히 응원하면서 남북의 하나됨을 유감없이 과시하기도 했다.

# 북한 선수단 및 응원단 참가의 향후 과제
부산시와 관련 기관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북한이 제14회 부산AG에 참가하게 된 것은 단순히 대회의 성공을 넘어 한반도의 평화와 인류 공동 번영이라는 소중한 성과를 남겨 줬다는 게 부산시 관계자의 말이다.

인천시도 인천AG의 북한 참가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진행해 오고 있다.

시는 인천과 북한의 신뢰 프로세스를 통한 참가 노력의 일환으로 ▶인천평화컵 국제유소년 축구대회 ▶중국 단둥 남북경협 축구화공장 가동 ▶2014 남북공동추진 TF 구성 등을 진행했다.

또한 남북 스포츠 교류를 통한 북한의 참가 분위기를 조성키 위해 ▶제4회 인천평화컵 국제유소년(U-15) 축구대회 ▶남·북·중 성인 남자축구팀 친선경기 ▶인천평화컵 국제여자유소년(U-15) 축구대회 등을 실시했다.

평화도시 인천을 만들기 위한 시민사회의 움직임도 활발히 이뤄질 전망이다.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 27곳이 모인 ‘평화도시만들기 인천네트워크’는 지역의 평화통일 운동을 활성화시켜 인천이 평화도시로 정착키 위한 다양한 운동을 진행한다.

평화도시 인천네트워크는 16일 동안 열리는 인천AG 기간 중 상설 운영되는 ‘인천평화축제’와 평화도시 염원 ‘1004 걷기 프로젝트’, ‘8·15 인천 평화통일 한마당’ 등을 실시할 예정이다.

아울러 현재 파주와 수원·제주도만 가입된 UN 산하 평화사절도시 가입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들은 국내외 평화사절도시연합 가입 지역과 평화NGO 활동가들을 초청해 ‘평화도시 만들기’ 심포지엄을 진행하고, 이를 통해 민관이 함께 평화도시를 만들기 위한 활동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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