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은 과거 인간 노동력의 집약체였다. ‘품앗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한 개인의 일이 아니라 집단적 노동력이 필요했던 것이다.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풍년과 흉년을 장담할 수 없는 분야이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농업기술의 발전은 그야말로 ‘비약’적이다. 로봇이 인간의 노동력을 필요없게 만들거나 인간의 노동력이 필요하더라도 보다 효율적인 환경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혁신적인 신농업,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봤다.

#로봇이 일손을 대신하는 시대

   
 

▶벼농사용 제초로봇
=제초제를 뿌리거나 손으로 뽑아야 했던 논의 잡초를 앞으로는 로봇을 이용해 손쉽게 제거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농촌진흥청이 최근 개발한 ‘벼농사용 제초로봇’은 정보통신 기술과 위성 항법기술을 이용해 논의 모를 감지한 후 모열을 따라 모를 밟지 않고 자율적으로 주행하면서 제초 작업을 수행한다.

이 로봇은 전기모터와 가솔린엔진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동력을 탑재해 논에서 5∼6시간 연속 작업이 가능하도록 실용성을 높였다.

특히 제초로봇은 논에서 ±3㎝의 오차 범위로 모열 사이를 주행해 벼에 피해를 주지 않고, 1시간 동안 10a를 작업할 수 있어 인력보다 제초 작업이 16배나 능률적이다. 모내기를 한 지 3∼4주 뒤부터 2∼3주 간격으로 5회 정도 제초 작업을 하면 초기에 잡초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으며, 잡초 제거율은 80% 정도다.

제초로봇이 개발됨에 따라 잡초를 뽑는 힘든 작업을 로봇이 대신할 수 있게 돼 앞으로 농촌의 일손 부족 해결과 친환경 벼농사 재배 면적 확대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과채류 접목로봇=농촌진흥청은 ‘과채류 접목로봇’을 세계 최초로 개발, 수박·오이 등 박과 채소와 고추·토마토 등의 가지과 채소를 겸용으로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이 로봇은 접목할 작물을 선택한 후 스위치 조작만으로 그 작물의 크기와 특징에 맞춰 자동으로 필요한 작동 부위가 결정된다. 그리고 작업자는 접목할 작물의 대목(접붙이기할 때 뿌리를 가진 바탕나무)과 접수(접목에서 위에 오는 부분)를 로봇에 공급해 주면 자동으로 옮기면서 자르고 붙여서 접목한다.

작업 성능은 시간당 600포기가 표준이지만 작업자의 숙련도에 따라 최대 900포기까지 가능하고, 인력으로 접목하는 것에 비해 2∼3배 정도 능률적이다. 또 접목 상태가 일정해 활착률이 95% 이상으로 인력 접목에 비해 높다.

과채류 접목로봇은 2008년 개발돼 산업체 기술이전 이후 80여 대가 보급됐으며, 이 중 38대는 이탈리아·멕시코·미국·중국·러시아·그리스·일본·스페인 등 13개국에 수출돼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차세대 세계 일류상품에 선정되기도 했다.

#획기적인 개발, 효율은 ‘쑥’
▶에어포그 시스템=한여름 비닐하우스나 축사 등의 농업시설 내부 온도는 농작업이 불가능할 정도로 높이 올라간다. 이에 따라 식물도 잘 자라지 않고 소나 돼지, 닭 등 가축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이 시기는 시설재배의 단경기로 생산량이 급격히 떨어지거나 작물 재배가 불가능해 과거에는 아예 손을 놓기도 했다.

그러나 무더운 여름에도 시원하게 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증발냉각(물이 기화하면서 주변의 열을 빼앗아 온도가 낮아짐)을 이용한 에어포그 시스템이 그 주인공이다.

에어포그 시스템은 물 입자를 아주 미세하게 안개식으로 분무해 물방울이 피부에 닿는 불쾌감도 없고 증발이 빨라 냉각효과도 좋다. 또한 식물의 잎에 물방울이 맺히지 않아 잎끝이 타는 일소피해도 없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이 개발한(특허 제1041168호) 새로운 에어포그 시스템(저압 포그노즐)은 벤추리효과(venturi effect)를 이용한 것으로, 공기가 좁은 관을 통과하면 속도가 빨라지고 그곳의 압력이 낮아진다. 이때 이곳에 액체를 연결하면 낮아진 압력에 의해 수동적으로 액체가 빨려 나간다. 저압에서도 물 입자를 아주 미세하게 분무할 수 있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수많은 장점이 있는 에어포그 시스템은 온도 강하와 가습, 무인 방제, 먼지 제거, 냄새 제거 등에 유용하며 온실(냉각·가습·엽면 살포·농약 살포)과 버섯사(냉각·가습), 포도비가림(여름 냉각), 축사(냉각·가습·악취 제거·소독제 및 약제 살포·축사 배출 가스 제거) 등 다양한 장소에서 활용할 수 있다.

▶벼농사를 혁신한 비료=벼농사를 할 때 과거에는 수차례 논에서 일일이 힘들게 비료를 줘야 했지만 새로운 비료 개발로 이런 수고가 덜어질 전망이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이 개발한 이 비료는 ‘밑거름+가지거름+이삭거름’이 모두 들어 있어 볍씨 파종 시 묘상자에 한 번만 시용하면 벼 재배가 가능하다. 이에 따라 비료 살포 노동력은 79% 정도 줄일 수 있고, 특히 벼농사에서 가장 힘든 논 비료 살포 작업이 전혀 필요없다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비료 살포기계도 필요하지 않다.

이 혁신 비료에 사용된 핵심 기술은 세 가지다. 우선 벼 생육 단계별로 필요한 시기에 맞게 비료가 녹아 나오는 시기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특수코팅기술(CRF)을 적용했다. 두 번째는 묘판에 비료를 뿌려 이앙할 때 비료가 벼 뿌리 바로 밑에만 뿌리게 돼 벼가 흡수하지 못하는 부분에 뿌려져 낭비되는 비료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세 번째는 기존에는 써레질 후 논을 굳히기 위해 물빼기 작업을 할 때 많은 양의 비료가 물에 녹아 나갔지만, 이 비료는 써레질 후 이앙 때부터 비료가 토양에 공급된다. 환경보전 효과도 커 농업을 녹색산업으로 만든 혁신 기술로 꼽힌다.

#사람과 작물 안전도 ‘OK’
▶트랙터 시뮬레이터=가상공간에서 실제 트랙터를 운전하는 것처럼 연습할 수 있는 ‘트랙터 안전운전 교육용 시뮬레이터’가 나왔다.

현재 트랙터는 전국에 27만여 대가 보급돼 있지만, 그동안 안전운전 교육을 하기 위한 시설이 별도로 갖춰진 곳이 없고 실제 농기계를 이용해 도로 주행, 농작업 등을 교육하는 데도 없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트랙터 안전운전 교육은 이론 위주의 강의식으로 진행돼 왔으며, 이로 인해 운전 미숙 등으로 인한 농기계 안전사고의 위험이 높은 편이다.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이 시뮬레이터는 실제 트랙터를 개조해 트랙터 운전석과 같은 운전장치를 갖추고 있으며, 시동·핸들·변속레버·브레이크 등을 다루면 전후좌우 4개의 가상 화면이 실제 운전할 때처럼 움직인다.

특히 시동을 켜거나 가속페달을 밟거나 경사지를 운전할 때 실제와 같은 입체음향, 진동, 기울어짐 등을 통해 현실감을 극대화했다. 또한 트랙터에 로터베이터를 부착해 경운 작업을 하거나 트레일러를 연결해 운반 작업 등을 할 때도 실제 작업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준다.

시뮬레이터의 보급으로 효율적인 안전운전 교육을 실시할 수 있고, 실제 트랙터를 이용해 교육할 때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 위험 요인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경기 사이버 식물병원=병해충을 발생 초기에 정확히 진단하고 적절한 방제가 이뤄지도록 도와주는 시스템도 있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이 2009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경기 사이버 식물병원(http://www.plant119.kr)은 지난해에만 62만 명이 방문해 각종 병해충 관련 자료를 이용했다. 병해충 진단과 처방을 받은 건수도 2009년 77건에서 2013년에는 300건 이상으로 증가했고, 올해는 6월까지 86건의 진단 처방이 이뤄졌다.

큰 피해가 예상되는 병해충의 경우에는 기술원의 병해충 전문가가 즉시 영농 현장에 출동해 정밀 진단을 통해 피해를 예방한다.

경기 사이버 식물병원 이용 방법은 디지털카메라나 휴대전화로 병든 부위나 포기 전체의 사진을 찍어 경기 사이버 식물병원 홈페이지에 등록 후 작물의 피해 증상에 대한 세부 내용을 기록하면 된다.

또 경기 사이버 식물병원은 영농 현장에서 바로 진단을 의뢰할 수 있는 스마트폰 앱도 개발해 제공 중이다. 안드로이드폰 이용자는 플레이스토어에서 ‘스마트 농업인’을, 아이폰 이용자는 앱스토어에서 ‘식물병원’을 검색하면 간단히 앱을 다운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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